영문법은 내 편의를 위해 쓸 툴 박스
몇 십 년 영어쟁이로 살면서 내 머릿속에 남은 문법이 뭔가 곰곰이 생각 해봤다. 아주 심플하게 들리겠지만 문법은 한마디로 내 말을 상대가 오해하지 않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책이다. 외국어로서 영어를 학습하는 나로서는 별의 별 수를 다 써도, 원어민 같은 완벽한 영어는 구사하지 못한다. 나도 그런 평생학습자의 처지이지만, 오히려 오랜 영어 학습을 한 사람이기에 감히 영어문법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몇 가지가 있다.
1. 영어는 언어이고, 언어는 엉클어진 생각을 직선으로 직선형태의 선상에 늘어놓는 것이다.
Q. 왜 직선 형태로 구지 만들어야 할까?
A. 엉클어진 생각을 그대로 뱉으면 너무 뒤죽박죽이 될 테니까.
각자의 뇌를 스캔 한다 한들, 아무리 AI가 우리의 모든 것을 대신 한다 한들, 내 머릿속의 나의 모든 생각까지 저절로 남에게 이해시키지는 못한다. 물론 현재 내가 아는 바로는 그렇다.
그렇다고 그림으로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여 모종의 추상화를 그려냈다고 하자. 하나의 추상화를 보면서 우리는 다들 각양각생의 해석을 내놓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엉클어진 각자의 생각을 헝클어진 채로 내뱉지 말고 먼저 직선으로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와 약속한 코드에 입각한 직선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같은 언어권의 사람들과 생각 나누기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언어는 언제나 직선이고 그 안에 규칙을 사용해서 표현한 직선 그림이다. 우리는 그 직선의 문장을 보면서 한결같은 의미를 전달받는다. 아주 입체적이고 복잡다단한 생각, 마치 실타래가 엉켜있는 것만큼 헝클어진 그 무형의 생각을 우리는 직선이라는 아주 극히 제한적인 형태로 전달한다. 극히 제한적이지만 생각을 명료하게 전하는 데는 최고인 셈이다.
2. 그놈의 영문법이 아니라, 영문법은 내 편이다. 나에게 유용한 도구이다.
Q. 왜 그럴까?
A. 서로 약속된 그 공통의 암호를 사용하면, 척하고 쉽게 알아듣게 되니까.
문법은 애초에 우리의 입을 막는 어떤 제약이 아니다. ‘앗 내가 방금 과거이야기인데 ‘–ed’라는 걸 빼 먹었네. 아이쿠! 내 입은 언제 내 생각을 똑바로 정확히 전달 하려나' 하며 죄책감을 주고, 내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만들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문법은 오히려, 우리의 복잡다단한 생각을 표현할 때 쓰라고 주어지는 최소한의 도구이다. 그리고 그 도구는 다행히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는 척 알아먹도록 서로 간에 한 약속과 같은 거다. 어제 한 일을 말할 때, 약속한 도구인 '~ed'대신, 내 마음대로 동사에 ‘~ex’를 붙여도 된다. 하지만, 아무도 그 뜻을 제대로 알아 듣지 못 할 것이다.
생각을 직선으로 풀어 낼 때, 약속한 그 코드를 최대한 활용하면 더 효과적인 전달이 가능하다. 결국 영문법은 내 편의를 위한 유용한 도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