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법 구덩이에서 그만 계셔도 됩니다.
❚ 작은 모래 알갱이 같은 내 머릿속 침전물
누구나 역사시험을 벼락치기를 하고 시험을 치고 나서 시험 마침종과 동시에 그 많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세세한 정보들은 머리에서 순삭(순식간에 삭제) 된 경험을 한 번 즘은 했을 것이다. 그 수차례의 역사 과목 시험을 치르고 망각하고 나서도 우리에게 선명하게 하나 정도는 남을 것이다. 예를 들어, 역사는 History라는 것, 그러니까 남성들이 지배하던(?)세상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의 묶음이라는 것, 그리고 역사 속 많은 것들은 여전히 현재 우리의 삶에도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역사는 삶의 크고 작은 것들이지만, 거기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는 것 등이 머리에 남아있다. 이러한 일반적인 역사의식은 그 망각의 강을 건너서 우리 머릿속에 남아 있다.
양동이에 담긴 진흙탕 물은 점점 시간이 흐르면 작은 모래 알갱이 같은 것들이 컵 바닥에 가라앉는다. 일련의 세세한 것들이 머릿속 정보 처리 과정을 지나고 나면 우리 머릿속 장기 기억 장치에 그 알갱이 같은 것들이 자리 잡게 된다.
수없이 많은 학교 영어 수업에서 우리는 그 깨알 같은 영문법을 배우고 또 배웠다. 그리고 잊어버리고 잊어버리기를 수도 없이 해왔다. 나에겐 그 세월이 자그마치 30년이 넘은 것 같다. 게다가 그 세월동안 나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까지 했으니, 내 머릿속에 영문법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면 줄줄 읊을 법도 하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이다. 그 세월을 흘러 영어를 끼고 산 나도, 원어민들이 사는 미국 본토에서 5년가량 살면서 영어 전공 석사도 하고 박사도 한 나조차도 그 문법 규칙을 줄줄 꿰고 있진 않다. 그럴 필요가 강력했다면, 아마도 잊지 않으려고 매일 같이 보고 또 보고 했을 것이다. 게다가, 나의 본업은 결국 영어 교사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 영문법에 대한 몇 가지의 알맹이 지식
내 머릿속에는 몇몇 가지의 문법에 대한 알맹이 지식만 남아 있다. 그 망각의 강을 건너 여전히 내 머릿속에 다행히 살아있는 몇 놈의 생존자들은 어쩌면 나의 영어 공부에 가장 필수 아이템일 것이다. 그 생존자들은 내가 영어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만든 녀석들임에 틀림이 없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인슈타인이 말한 대로 '학교에서 배운 것을 다 잊어버리고 그 이후에 내 안에 남아 있는 그것이 바로 진정한 교육'이라고 한 그 말이 절로 공감이 된다.
“Education is what remains after one has forgotten what one has learned in school."
교육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망각한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것이다.
- Albert Einstein-
우리는 그런 세세한 문법 구덩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버둥거리고 있을 뿐 이다.
❚ 영문법 구덩이에서 이젠 그만 나올 때
일반적으로 한국어가 모국어인 우리는 우리말에 대한 문법적 지식은 거의 제로일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국어를 엄청 잘 구사한다. 영어는 어떠한가? 우리는 수많은 영어 문법 규칙을 알고 있다. 어쩌면 우리말에 대한 문법 규칙보다 더 자세히 체계적으로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우리는 영어로 자신 있게 생각이나 의견 등을 표현하지 못 한다. 우리는 문법을 몰라서 말이나 글을 못 쓰는 게 절대 아니다. 우리는 그런 세세한 문법 구덩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뿐 이다. 그 구덩이에서 나오려고 하면 우리의 영어 시험 점수가 우리를 다시 그 구덩이로 밀어 넣는다. 다시 그 구덩이로 들어가서 영어 문법을 더 공부하고 오라고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평생 그 안에 갇혀 있다가 끝날지도 모른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영어로 표현하지 못 하고 죽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운 좋게 그 구덩이를 나오고 나면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비문(문법적 오류가 있는 문장)이라도 자기 생각을 멋지게 잘 표현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널려 있다. 우리는 자신의 암울한 구덩이 생활을 생각하며 억울한 마음마저 들 것이다. 이제 용감하게 그 문법 구덩이에서 나오는 건 어떨까?
이제 그 몇 안 되는 알맹이 규칙- 망각의 강을 건너 살아남은 자들-만 가지고도 우리는 충분히 반짝이는 우리의 생각, 의견, 감정을 영어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