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환상
김창공:
비트코인이 막 올라가던 그 시절,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한 말이 있었죠.
“그때 샀어야 하는데…”
그 시절 전 뭐 하고 있었냐고요?
라면 끓이고 있었습니다.
(관객 웃음)
AI는 차트를 예측했다는데
제 라면 타이밍은 단 한 번도 맞춰주지 못했어요.
(웃음)
근데 말이죠—
그 말, “그때 샀어야 하는데…”
그 안에는 돈보다 더 큰 감정이 숨어 있어요.
코인 얘기만 나오면 얼굴이 두 개로 바뀝니다.
‘흑흑…’
아니면
‘히히…’
둘 다 사람 얼굴이 아니에요.
감정이 너무 압축되면
중간이 사라지고 극단만 남으니까요.
코인은 돈 얘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감정의 극단을 가장 빨리 불러내는 장치예요.
AI한테 물어봤어요.
“내일 오를까요?”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이렇게 말하죠: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근데 인간의 마음은 이미 이렇게 외칩니다.
“올라!! 제발!!!”
AI는 수천 개의 지표를 읽지만
우리 욕망은 단 하나의 데이터로 움직여요.
“이번만큼은… 제발 이번만큼은.”
이건 차트 분석이 아니라
내 욕망의 그래프예요.
코인의 진짜 위험은 뭔지 아세요?
‘떡상’이 아니라
**‘환상’**입니다.
우리는 코인을 사는 게 아니라
코인이 우리를 사요.
내 결정권을 가져가버립니다.
스크롤을 내리는 손가락은 내 것 같은데
사실 손가락의 주인이 환상일 때가 있어요.
AI는 차트는 읽어도
‘환상’은 못 읽어요.
왜냐면 환상은 숫자가 아니라
내 결핍이 만들어낸 이야기거든요.
“그때 샀어야 하는데…”
이 말이 왜 아픈지 알아요?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왜냐고요?
그때의 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나’이니까.
지금의 나는
‘놓친 나’처럼 보이고.
후회는 늘
시간을 ‘과거의 나’로 되감아요.
그래서 과거의 내가 더 똑똑해 보이는 착시가 생기죠.
AI는 욕망의 속도는 예측해도
후회의 떨림은 예측하지 못합니다.
김창공:
결국 우리가 코인 차트에서 찾고 있었던 건
미래의 가격이 아니라
미래의 ‘나 자신’이었어요.
그리고 그 미래는
AI가 아니라
지금의 내가 조금씩 만들어가는 거겠죠.
그러니까…
못 사서 울었던 날도,
괜히 들떠서 샀던 날도,
다 괜찮아요.
그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 거니까요.
(조명 천천히 어두워짐)
우리는 가격보다
사람을 더 신경 써야 할 때가 있잖아요.
오늘은 그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요즘 연애 상담 제일 많이 듣는 존재가 뭔지 아세요?
친구도, 부모도 아니고… AI입니다.
AI는 답은 해도, 사랑의 떨림은 아직 못 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