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야"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다. 왜 다들 나보다 잘하고 앞서 나가는지. 물론 다른 시각과 상황에서 나의 모습을 볼 때 간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내 삶을 살고 있는 거니까. 난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칭찬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누구든지 사탕 바른말들을 할 수 있는 거니까. 난 아직 칭찬에 익숙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그 누구에게서 들은 칭찬들은 다 거짓부렁이라 생각하는 거 같다. 피해의식과는 조금 다르지만 칭찬은 절대 믿지 않는다. 칭찬은 항상 내가 더 차고 올라가도록 노력하는 힘을 잃게 한다고 생각하기에 칭찬을 들어도 그 잠시뿐 절대 오래 가지고 있지 않는다.
내가 너무 꼬인 걸까
요즘 나를 보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말은
"우울해 보여"
맞다. 우울하다. 매일 같은 하루의 일상에서 행복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나는 콩쿠르를 준비하고 있고 매일 연습해야 하는 것들로 가득한 나의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느낄만한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에세이 책을 읽지 않는다.
"짧은 하루지만 작은 행복을 찾아야 해요"라는 구절을 볼 때마다 이해하지 못한다. 대체 어디서 행복을 찾지? 8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작은 연습실에 박혀 연습하는 내 삶에서 어떻게 행복을 찾는다는 건가 싶다. 하지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에 항상 열심히 하지만 일하고 연습하지 않는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크기 때문에 더 스트레스받지 않기 위해 연습한다. 그러다 보면 어언 밤 12시. 밖을 일주일 동안 나가지 못하는 삶이 어떻게 행복이라고 할 수 있나. 삶을 나누는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얘기했다. "울고 싶지만 울 수가 없어. 왜냐하면 울만한 가치 있는 것도 아닌 것에 우울을 느끼고 있으니까"
울고 싶지만 울 수가 없다.
슬픔과 우울은 엄연히 다르다. 슬프면 울 수야 있지만 우울은 울 수도 없다. 알 수 없는 감정들로 둘러싸여 주체하지 못하는 우울로 하염없이 땅으로 꺼져간다. 잘못된 게 하나도 없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되짚는 나의 하루와 시간은 붙잡을 수도 없이 스쳐가고 그 속에서 느끼는 수만 가지의 감정들은 나를 짓누른다.
며칠 전 꽉 찬 학교 엘리베이터에서 불안장애를 처음 경험했다. 몇 분 되지 않는 그 짧은 순간에 수많은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니 심장이 빨리 뛰고 불안하고 무서웠다. 아직도 의문이다. 그 잠시뿐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나에게 불안장애가 있는 건지.
나 정말 왜 이렇게 바보 같지
글 이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