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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군가의 작은 마음 Jan 29. 2023

엄마의 눈물에는 많은 의미가 있었다


작년 11월 엄마를 봤다. 엄마 없이도 우뚝 잘 사는 나처럼 보이겠지만 아직 나도 엄마가 필요하다. 대학의 졸업을 앞두고 엄마가 내 졸업연주를 보러 미국까지 오셨다. 내가 어릴 때부터 엄마는 눈물이 참 많은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잘 우는 사람을 뽑으라면 주저 없이 엄마를 뽑을 수 있을 정도이다. 엄마가 일주일 동안 집에서 계셨는데 눈물을 참느라 엄청 힘든 일주일이었다. 엄마는 내 얼굴만 보면 우는 사람이라 나까지 울어버리면 엄마가 힘들 거 같아서 잠든 엄마를 옆에 두고 우는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옆에 없을 땐 몰랐는데 난 정말 엄마가 필요한 사람이구나 를 깨달은 한 주였다. 엄마는 한국에서 미국까지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가득 싸 오셨다. 김치부터 시작해 오징어 볶음, 어묵볶음, 엄마의 장아찌. 어릴 때부터 먹었던 엄마의 반찬들을 다시 먹으니 눈물이 났다. 엄마가 온 첫째 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시차가 맞지 않는 엄마는 내 옆에서 내가 자는 모습을 보며 하염없이 우셨다. 엄마가 우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나는 엄마가 속상한 일이 있나, 엄마가 힘든가 엄마가 슬픈가 온갖 걱정을 다 했다. 일주일 동안 엄마가 챙겨주는 밥을 먹고, 연습하러 나갈 때, 돌아올 때 엄마의 ‘잘 다녀와’와 ‘잘 갔다 왔니’가 이렇게 그리울 줄 몰랐다. 영상통화로만 인사하던 엄마가 눈앞에 있으니 더욱 행복했다. 나는 표현을 그렇게 잘하는 딸이 아니다. 막상 옆에 있을 땐 툴툴거리다 엄마가 가면 며칠 동안은 미안하고 울었던 기억이 있다. 


엄마는 나를 보면 눈물이 나는데 나는 눈물을 참기 바빴다. 사실 처음엔 엄마는 왜 이렇게 눈물이 많을까, 내가 더 잘해드려야 하나 생각했다. 근데 엄마가 떠나기 마지막날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왜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거야, 왜 이렇게 눈물이 많은 거야? 왜 툭하면 우는 거야”라고 물었다. 엄마는 생각보다 뜻밖에 답변을 했다. “엄마는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는 거야, 엄마는 딸을 볼 수 있었던 한 주가 너무 행복했어”라고 말했다. 엄마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집에 돌아와 몇 시간 동안 울었다. 엄마가 우는 이유가 행복해서였다니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항상 엄마딸이었는데 엄마는 나를 볼 수 있는 이 한주가 참 행복했다니. 졸업연주에 콩쿠르에 할 게 너무 많았던 나는 엄마가 있을 때 밥 먹을 때 빼고는 엄마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는데 그런 것까지 다 이해하며 옆에서 묵묵히 바라봐준 엄마에게 너무 미안했다. 이제까지 슬퍼서만 우는 줄 알았던 엄마에 눈물에는 많은 의미가 있었다. 엄마는 이제까지 너무 행복해서 운 것이다. 나를 옆에서 볼 수 있다는 행복함, 딸 하나 있는 내가 가족과 떨어져 있어 보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에서 나온 눈물인 것이다. 


오랜만에 엄마에 대한 글을 쓰니 엄마 반찬이 너무 먹고 싶다. 엄마가 싸 온 반찬이 상했다. 먹지 않고 냉장고에 그대로 놔뒀다. 왜냐하면 엄마의 향기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느끼고 싶어 엄청 아껴먹었지만 결국 상해버렸다. 엄마가 입었던 내 옷도 빨지 않고 그대로 놔뒀다. 오랜만에 느끼는 엄마냄새가 너무너무 좋았다. 문득 생각한 것이 엄마처럼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엄마처럼 내가 보고 싶어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엄마가 있음에 감사해야 하고 우리 모두, 누군가 옆에서 조건 없는 사랑을 준다면 감사해야 한다. 엄마가 행복해서 울었던 모든 눈물엔 내가 있음에 감사해야 하고, 나도 엄마가 떠난 후 엄마의 향기가 머문 한 주가 너무 행복했기에 오랜 시간 울었다. 아직도 엄마가 몇 달 전에 가지고 온 마늘장아찌가 냉장고에 있다. 그것에서마저 엄마냄새가 나기에 아껴먹고 있다. 


미안한 마음도, 고마운 마음도, 사랑하는 마음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던 엄마는 그 모든 말들을 눈물로 대신했다.


엄마, 나도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그 누군가를 위해 행복한 눈물을 흘릴 날이 오겠지. 난 아직도 엄마가 너무 필요해




글 이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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