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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야 Oct 07. 2021

호주에서 요리사로 사는 삶이란..

아내의 이야기

‼️ 원래도 매우 주관적인 글이었지만,  글은 더더욱 주관적인 글이므로 모두가 이렇다 생각하면 매우 아주  오해를 불러 일으킬  음주의  ‼️



어렸을 적부터 나의 꿈은 '사장님'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들 검사, 경찰, 대통령의 장래희망을 가질 때 나는 사장님이 되고 싶었다. 초등학생 때는 문구사 사장님, 중학교에 올라가고는 우연히 지나가다 주점에서 돈 세는 사장님을 보곤 한눈에 반해 그게 내 꿈이 되었다. 고등학생 때야 공부를 못하니 막연히 카페 사장님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25 친구의 제안으로 잠깐의 사장 맛을 봤다. 꽤나 재미있었다. (돈의 맛도 봐버림) 그때 나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계란 프라이나 라면밖에 끓이지 못하는 내가 외식업을 한다는 게 꽤나 버거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요리를 배우자!! 사장님은 자고로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요리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 4 정치외교를 공부했겠만, 요리 유학을 가는 데는 한치의 고민도 없었다.

그냥 나는 요리를 배우고자 마음먹었으니까. 

그리고 27 뒤늦게 멜버른의 요리 학교에 입학했다.



해가뜨면 참 예쁜 멜버른 _ 해가 잘 안뜨는게 함정


입학할 당시 칼도 쓸 줄 모르고, 영어도 할 줄 모르지만 자신감만 넘치는 찌질이었다. 거기다가 유학 직전까지 사장놀이를 하던 나였으니...


당찬 자존감으로 나는 주방으로 일을 구했고, 몇 번의 까임이 있었지만 cook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호주에서 cook 요리 보조, chef 자격이 부여 요리)



사장이었던 내가 판단하고 내가 결정하던 내가 대장이던 한국과는 달리 주방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그냥 yes chef 외치며 시키는 보조원 일을 해야 하는 막내였다.  6개월 동안 정말 많이 혼나고 자존심 많이 상했고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인가,  잘하는 개미 한국인!!

열심히 일하다 보니 인정받았고, 승진도 촥촥 되는 게 성공의 길로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코로나가 찾아왔다. 그리고 잘렸다. 하루아침에.



주방은 전쟁터다. 분명하다..



그리고 3개월을 락다운으로 집콕을 하다 지금 레스토랑에 예전의 나의 대장이 불러 1 반째 함께 손발을 맞추고 있다.

나와 남편은 만날 시간이 없다. 남편은 7am-4pm 나는 11am-9:30 pm 일하니까..

그리고 남편은 월-금 일하고 나는 주말에 무조건 일하니까..

요리사는 주말에   있다면 거긴 신의 직장이다. 불만 없이 그냥 거기 계속 다녀야 한다. 





페이는 한국보다 훨씬 좋은 것은 분명하다. 한국에서 요리사로서 이 정도 페이는 아마 주방장급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내 직급은 과장이나 차장쯤 되지 않을까? 그러나 난 한국의 시스템을 잘 몰라..


나도 처음 이 연봉을 받고 일했을 때는 꽤 좋은 연봉을 받는다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살다 보니 정말 박봉이라고 결론이 내려졌다.

내 주변의 다른 일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나보다 두배 이상 버는 친구들도 수두룩하니까…

그래서 호주인들도 하고 싶지 않아 해서 주방에는 외국인들의 비율이 매우 높은 걸 알 수 있다.



결론은 이렇다.

일이 쉽지 않고, 하루 평균 10시간 근무, 박봉이다. 플러스 남들 쉴 때 쉴 수 없다. 그것이 호주의 요리사 삶이다.

하지만, 이 일이 맞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기면서 일할 수 있다.

굉장히 보람되고 늘어가는 나의 요리실력과 지식이 쌓이면서 일 외에도 꽤나 유용하게 써 먹힌다.

또 평일에 쉬니 붐비지 않고 늘 한적하게 휴무를 보낼 수 있다. (휴가 또한)


BUT, 매우 힘든 길임은 틀림이 없다.


요리를 업으로 하고 있는 모든 분들 힘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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