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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야 Oct 20. 2021

난 엄마 마음에 못 박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안돼

그놈의 돈이 뭐라고

한국에서 가족을 못 본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엄마와 종종 전화를 하는데, 내가 못 간 삼 년 동안의 내 가족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외할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거동이 힘들어지셨고, 말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외할아버지도 그 사이 돌아가셨고 외갓집은 그야말로 초. 토. 화가 되었다.



코로나 시대로 인해 병원 면회가 힘들고, 요양원은 면회가 완전히 제한이 되면서 할머니는 집으로 모시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모와 엄마는 교대로 외갓집에 지내며 할머니를 모시게 되었다. 거의 반 평생 주부로 지낸 엄마와 이모는 할머니를 모신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완전히 지쳤고, 최근에서는 할머니를 요양원을 보내자는 결론이 난듯했다.





요양원을 보내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이모들과 삼촌 그리고 엄마는 편이 갈라섰다. 어느 요양원에 보내느냐였다. 작은 이모는 사촌동생이 고3이라는 핑계로 할머니를 더 이상 돌보기 싫어했고, 멀리 있는 외삼촌과 몸이 좋지 않은 큰 이모 또한 더 이상 할머니를 보살필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엄마가 할머니를 계속 케어하면서 우리 집과 가까운 요양원에 보내고자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지역에 새로운 요양원이 생겼다. 큰 이모는 새로 생긴 요양원의 시설과 영업에 넘어갔고, 월 250이 되는 그곳에 할머니를 모셨으면 했다. 하지만 우선 그곳은 우리 집에서 너무 멀었다. 대중교통으로는 한 시간 반이 걸렸고, 자차로 고속도로를 올린다면 3-40분이 걸리는 곳이었다. 엄마가 반대했다. 엄마는 시설도 중요하지만 엄마가 이동하기 편한 우리 집 주변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내 동생이 엄마 차를 이용 중이라 엄마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월 250만 원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렇게 큰 이모, 외삼촌 VS 작은 이모, 엄마 구도로 2:2가 편성이 되었다. 그런데 외삼촌이 한마디 거들었다. 돈을 더 많이 내는 우리 쪽이 힘이 더 있는 게 아니냐고.



내가 20살이 되면서 아빠의 사업은 급격하게 힘들어졌고, 코로나로 인해 아빠의 수입이 그마저도 되지 않아 우리 집이 매우 힘들어졌다. 멀리 산다는 핑계로 모른 체 했는 나였지만, 알고 있었다. 내가 잘되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다…


엄마는 우리 집이 금전적으로 힘든 것이 꽤나 속이 상했는데 외삼촌이 그놈의 ‘돈’으로 엄마의 속을 후벼 파버렸다. 엄마는 화가 났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집으로 왔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너무 속상했다. 나도 모르게 화를 냈다. 다들 너무한 거 아니냐고. 엄마가 주 4일씩 외갓집에 머물면서 할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셨는데, 멀리 산다는 핑계로 한 달에 몇십 만원씩 내는 외삼촌은 돈으로 의견을 강요하고, 엄마를 챙겨준다는 마음도 알겠지만 여유롭지 못한 엄마를 속으로는 은근슬쩍 무시했는 큰 이모도, 그 와중에 아무 편도 들지 않았던 작은 이모도 모두 너무너무 미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쳤다. 내가 할머니 요양원비 내겠다고. 그러니 다들 매일매일 돌아가며 요양원 와서 모두가 공평하게 할머니를 돌보라고. 돈으로 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어찌 보면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니냐고. 할머니를 최고의 시설에 모시고 싶다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지만 나는 우리 엄마가 힘든 게 너무너무 싫었다. 왜 우리 엄마가 제일 힘들어야 하는지 너무 싫었다.



엄마는 이모들과 삼촌이 하지 못하는 몸으로 할머니를 돌보았으니 한 푼도 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도 일리가 있지만, 난 그것도 싫다. 엄마는 왜 네가 돈을 내냐며 말도 안 된다 하셨지만, 그냥 우리 엄마에게 상처를 줬던 삼촌과 이모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은 딸의 마음이랄까. (이모와 외삼촌이 싫은 건 아니다. 그냥 밉다)



결국 화장실도 가시지 못하는 우리 할머니는 우리 지역에서 시설이 가장 좋은 요양원에 가고 울 엄마는 힘들어지겠지.. 싫다..

ps. 나 할머니 매우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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