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자의든 타의든 버티는 쪽을 선택하며 살아간다.
조금은 힘들고 지쳐도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말하며 하루를 밀어붙인다. 사실은 괜찮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렇게 버티는 게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어디까지 괜찮은 건지조차 잘 모르겠어진다.
또는 상대적으로 하루가 전보다 괜찮다고 생각이 들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보낸다.
분명 힘든데, 아직은 버틸 수 있을 것 같고.
분명 지쳤는데, 여기에서 멈추면 안 될 것 같다.
그래서 계속 나를 같은 자리로 끌고 간다. 이 말을 반복하면서.
"조금만 더 하면 괜찮아질 거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조금만 더'는 끝이 없는 말이다.
오늘을 넘기면 내일이 있고, 내일을 넘기면 또 그다음 날이 온다.
결국 우리는 괜찮아지는 날을 기다리기보다 버티는 날을 계속 쌓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요즘 취업도 어렵고, 다음 회사를 구하지 않고 그만두면 취준을 얼마나 할지 모르는 상태이기에 더 선택을 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지금 회사가 아무리 힘듦을 주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다니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놈의 먹고는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가 아무리 불행하고 부당해도 그저 다니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참고 참다가 그만두겠다는 말을 뱉으면 이런 말을 듣기도 한다.
네가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었다.
회사에 피해를 줬으니 고소하겠다.
책임감이 없다.
수많은 워딩들로 결국은 또 잡히거나, 그만둬도 기분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힘들다는 말을 꺼내면 괜히 더 약해지는 것 같고, 괜찮지 않다는 걸 인정하면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아서 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야 한다.
사람들 앞에서는 웃고, 혼자 있을 때만 겨우 숨을 고르는 날들이 지속되다 보니 이제는 불행한 것이 내 하루의 기본 세팅값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어느 날은 이유도 없이 울고 싶었다. 그러다가 딱딱한 벽에 머리를 수차례 박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 꽤 오래 버티고 있구나.
괜찮아서가 아닌 그냥 참고 있었던 거구나.
어디까지 참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것이.
그래서 그날은 처음으로 버티는 것을 멈춰봤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연락도 조금 늦게 보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한참을.
처음에는 그게 너무 불안했다.
이러다 더 망가지면 어쩌지, 이러다 더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계속 올라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조금 지나니 마음이 아주 조금 가벼워졌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적어도 더 무너지지는 않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알게 됐다. 우리가 항상 버텨야만 괜찮아지는 건 아니라는 걸.
가끔은 버티지 않아야 다시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을.
잠깐 멈추는 것은 포기가 아닌 나를 살리는 선택일 수도 있다. 멈추는 것과 포기도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속으로는 겨우 버티면서 말이다.
혹시 그게 당신이라면 이 말 하나는 꼭 전하고 싶다.
모든 순간을 버텨낼 필요는 없다.
조금 내려놓아도, 늦어도, 잠깐 멈춰도 괜찮다.
그렇게 해서 다시 숨을 쉴 수 있다면,
그건 뒤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걸어가기 위한 준비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조금만 덜 버텨도 괜찮다.
그리고 만약 지금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닌 이미 충분히 오래 버텨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버티지 않아도 되는 순간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어쩌면 지금, 이미 그 순간 위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의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