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by 유라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만나는 일이 조금은 조심스러워졌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꺼냈던 말들도 이제는 한 번 더 고민하게 되고,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일도 쉽지 않게 느껴진다. 괜히 오해받을까 봐, 괜히 부담을 주게 될까 봐.

그래서 자꾸만 감정을 다듬고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애쓰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일상에 대해 누군가가 이해하지 못할 때 그 사람을 이해시키기 위해 머리를 빠르게 굴려야 한다.

내가 왜 그렇게 했냐면...

그럼에도 이해를 못 하고 있는다는 느낌이 들면 말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까지 꺼내가며 상대방을 이해시키려고 했다.

그러다 만남이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굉장한 피로감이 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못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 사람에게 내 인생이 맞다고 인정해 달라는 것처럼 이해를 시키려 했을까?


내가 이렇게까지 설명해야만 이어지는 관계라면, 나는 이 사람 앞에서 얼마나 많은 나를 숨기고 있는 걸까.

관계는 원래 조금의 노력과 배려로 유지되는 거라고 많이들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받을 수 없는 관계와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관계는 분명히 다르다. 설명해야 하는 관계는 항상 긴장이 있다. 내가 하는 말 하나, 표정 하나에도 의미를 덧붙여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혹시라도 잘못 전달될까 계속해서 나를 정리하고 보완하게 된다. 그래서 함께 있어도 완전히 편하지가 않다.


반대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에서는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알아차려준다. 오늘 내가 조금 말이 없다는 걸, 괜히 웃고 있다는 걸, 평소와 다른 숨을 쉬고 있다는 걸.


괜찮아?


이 한마디에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절반은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괜히 더 솔직해지게 된다. 그냥 그대로 있어도 된다. 그리고 요즘 그런 관계가 참 소중하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길게 풀어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곁에 있어주는 사람.

그러니까 너무 애써 설명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을 알아볼 사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보게 되어 있으니까.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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