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무너질 걸 알아도

by 유라

언젠가부터 깨달았다.


다시 괜찮아지더라도 언젠가는 또 무너질 거라는 걸.

그래서 가끔은 애써 일어나는 게 조금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차피 또 힘들어질 텐데, 어차피 또 버티다 무너질 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애써야 하나 싶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자주 했었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겨우 일상을 붙잡아도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무너져버리니까. 그 반복이 지치게 만들었다.

무엇인가 도전을 할 때마다 실패를 하니 이렇게까지 용을 쓰는 게 무쓸모라고 느꼈다. 사람인지라 하도 실패를 하니 도달할 수 없는 것에 도전을 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실패를 하니 내 존재 가치를 의심하게 되고, 능력을 의심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잘 살고 있는데 왜 이렇게 손대는 것마다 안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되려 그래서 다시 무너질 걸 알아도 무섭지 않다. 다시 무너져도 또 일어날 테니까.

어떤 성공을 해서 자신감을 가졌다기보다는 여러 번 무너지고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며 깨달았다.

어차피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으니 하고 싶은 것이라도 마음껏 하면서 살자고 말이다. 그러다 운이 좋아 되는 경우도 있고, 운이 나빠 안 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운에 맡기자고 말이다. 이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면서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결국에는 지나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일이면 한없이 스스로를 칭찬하며 자랑스러워할 줄도 알고, 나쁜 일이면 그 안에서 스스로 느낀 점을 찾아 성장할 기회로 생각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무너지지 않는 삶만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버티며 묵묵히 주어지는 일을 하는 사람. 그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작은 일에도 변수도 없도록 컨트롤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무너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너져도 다시 건강하게 돌아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무너지는 순간이 와도 예전만큼 무섭지는 않다. 그저 이렇게 생각한다.

아, 또 오는구나.

그 정도의 마음으로 조금은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물론 여전히 아프고, 힘든 것은 똑같지만 적어도 영원히 그날에 머무르고 있지는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혹시 지금 다시 무너질 것 같아 무언가를 시작하기 두렵다면, 그래서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마음을 접고 있다면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무너질 걸 알면서도 다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이자 앞으로도 계속 걸어갈 수 있는 이유다.

그러니까 다시 무너질 걸 알아도 괜찮다.

그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닌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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