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이었다. 해야 할 일은 그대로인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날.
꾸역꾸역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집중도 되지 않고, 괜히 하품은 계속 나오고 나름 집중을 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한참을 아무것도 못 한 채 앉아만 있었다.
무언가 마음속에서 울렁거리는 느낌이 났다. 울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눈물은 나올 생각을 않는다.
가끔 그런 때가 있다.
분명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각오를 단단히 했는데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마음이 무너져버리는 날. 그래서 괜히 더 씁쓸한 날. 이 정도도 못 버티는 내가 괜히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져서 눈물까지도 숨기고 싶어지는 날.
옛날에 약해 보이지 않으려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울고 나면 스스로가 약하고 더 한심하게 느껴져 아무 일도 없는 척을 했다.
괜찮다고, 이런 걸로 울면 안 된다고, 약해지지 말자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어떤 일이든 울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보고 한 친구는 나보고 이런 말을 했다.
진짜 대단한 것 같아. 어떻게 이런 일인데도 안 울고 해야 할 것 을 다 해내지? 나 같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울기만 했을 거야.
그 말이 그때는 스스로 되게 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뿌듯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됐다. 우는 것이 더 대단하다는 것을. 그때그때 바로 감정 표현을 해서 내 안의 부정적인 마음이 남지 않게 털어내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지금은 깨달았다.
깨닫고 나서는 이제는 툭하면 우는 사람이 됐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도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다가도 눈물이 나올 것 같으면 그냥 운다. 억지로 참는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랬더니 정말 마음에 남는 게 하나 없고 아주 깔끔하게 내려가는 느낌을 받는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고 해서 나를 깎아내리지 않아도 된다. 그냥 눈물이 날 정도로 조금 많이 힘들었던 나를 그대로 두어도 되는 날도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지도 모르겠다.
늘 괜찮아야 하고, 버텨야 하며, 진전까지 해야 한다. 제자리에 있지 말고 무언가 성장까지 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책임지기 위해 일을 하며 부단히 애를 쓰는데 퇴근하고 나서는 운동이나 공부를 하며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만 흔들려도 마치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그런데 사람은 매일 달리기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 기계도 쉬는 시간을 주지 않으면 과부하가 걸려 고장이 날 확률이 더 커진다.
괜찮은 날이 있는 만큼 괜찮지 않은 날도 있고, 잘 버티는 날이 있는 만큼 아무것도 못하는 날도 당연히 있다. 그런 감정은 틀린 것도 아니고, 나약해서도,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냥 살아가는 과정 중 하나다.
굳이 괜찮아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되고,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고, 무언가를 해내지 않아도 된다.
그저 울고, 울고 싶은 만큼 울어도 된다. 그렇게 보내는 하루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다.
그 시간 동안 무너지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버티고 있는 거니까.
혹시 언제고 갑자기 눈물이 나거나 울고 싶다면, 그런 날에는 조금 많이 지쳐있었던 하루일 뿐이다.
울고 싶은 만큼 마음껏 울고 툭툭 털고 일어나해야 할 일을 시작하면 된다.
그런 날에 이 말을 꼭 기억하고 있길 바란다.
오늘은 울기만 해도 괜찮은 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