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무 말도 못 해도

by 유라

가끔은 사람의 마음이 말보다 먼저 멈출 때가 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고 싶지만, 입을 열면 오히려 더 엉켜버릴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 주변 사람들은 묻는다.

무슨 일 있어?

괜찮아?


말을 할까 싶어 입술을 벌리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괜찮다고 말하기엔 괜찮지 않고, 그렇다고 힘들다고 말하기엔 어디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마음이 정말 지칠 때는 말이 잘 나오지를 않는다. 사람들은 보통 힘든 일을 겪으면 울 수도, 화를 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어떤 날은 그냥 조용해진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앉아 있고, 평소처럼 웃기도 하고, 누군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 안에서는 계속 여러 생각들이 맴돈다.


왜 이렇게까지 지쳤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마음은 언제 괜찮아질까


머릿속이 생각들로 가득 차 빌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말로 꺼내지는 않는다. 무언가 말로 꺼내면 그 말들이 진짜로 다가올까 무서워 침묵을 택한다. 그래서 어떤 날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누군가가 내 옆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무슨 일이냐고 캐묻지 않고, 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해주지 않아도 좋다. 그저 내가 아무 말도 안 해도 괜찮다는 것만 알게 해 주면 좋겠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질 수가 없다.

누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때, 그 사람은 어쩌면 생각보다 많이 버티고 있을 수 있다. 그러니 혹시 내 옆의 누군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날이 있다면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이 없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조금씩 말이 돌아온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천천히 숨을 고른다.


그리고 그때는 알게 된다.

당신이 아무 말도 못 해도,

그래도 괜찮았다는 것을.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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