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끼리 서로를 다치게 할 때가 있다.
칼이나 주먹이 아닌 말로, 태도로, 표정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매일매일 상대방이 버린 쓰레기를 의도치 않게 줍다 보면 그것이 쌓여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쌓인 그 더미들을 치우기에는 얼마의 정화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지 계산을 할 수 없을 때도 있다.
먹고살기 위해 매일 어디든 출퇴근을 해야 한다. 얼마가 됐든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한다. 가뜩이나 요즘 취업시장은 꽁꽁 얼어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나오면 어쩌면 취준 기간이 길어질까 봐, 그럼 돈을 벌지 못할까 불안해서 행복하지 않은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나를 그 안에 가만히 둔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죽어버리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자 왜 또 이렇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해놓고 또 나를 아픈 상황에 두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두었다.
다들 그렇게 살아.
요즘 취업시장이 워낙 힘들잖아, 무조건 지금 회사에서 잘리지 않는 이상 나오면 안 돼.
너무 힘드니 나오려 해도 주변의 말들에 불안해져 가만히 있다 또 나를 다치는 환경에 놔두었다.
자주, 오랫동안 다니는 모임이 있다. 독서 모임 같은 곳인데 오래 모이다 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사적인 얘기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알게 된 건 정말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다니며 말도 못 하게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냥 다닌다는 것이다. 대게는 경제적인 부분 때문이었다. 또 이직을 노리고 있지만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 잠자기 바쁜 경우도 있었고, 커리어가 끊길까 걱정돼 일단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이렇게나 다양한데 왜 그만두고 싶냐 물으니 결국에는 사람 관계였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과의 관계가 괜찮으면 대게 괜찮다고 생각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대게는 그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술로, 침대에 누워있는 것으로 몸 어딘가에 그것을 숨겼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매운 음식, 빵, 떡, 밥과 디저트 등을 계속 먹어댄다. 취하고 싶지 않아도 술잔을 채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핸드폰을 하는데도 전혀 쉬고 있다는 느낌을 들지 않는다. 잠이 와도 잠에 들지 못해 밤을 새운다.
아무도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지만 기어코 그것들을 반복하며 나를 다치게 했다.
심지어 지금은 그게 무엇을 향해 가는지를 알면서도.
작년부터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
지금이 행복하지 않다면 미래도 행복할 수 없다.
그냥 딱히 별 일이 없어도 재미있는 것을 보고 웃고, 맛있는 것을 요리해 먹으면서 충만함을 느끼는 날들을 보냈다. 그날들이 생각났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다시 다치지 않게 안전한 곳으로 나를 데려다 놓기 위해 여러 날들을 거쳤다. 그리고 그날이 머지않았다.
옛날의 나는 완전하게 안정감이 들고 괜찮아지는 날을 기다렸다. 아무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아프지 않은 날을. 그것은 그 순간을 계속 버티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선택하는 순간이 결국은 왔고 나를 우선순위로 올려두고 행동을 하니 그때부터 좋은 날이 왔다.
계속 좋진 않았다. 좋다가 아프다가 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훨씬 좋다. 내가 다치는 환경에 있다면 언제든지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둘 수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 길 위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은 아플 수도, 여전히 버티고 있을 수 있겠다.
어떤 날을 보내고 있든 오늘도 부디 너무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 다치지 않게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