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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룩 짭짭 맛 좋은 라면~

by 해피연두

퀴즈~

Q1. 매일매일 먹어도 맛있는 음식은 무엇일까요?

Q2. 매일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은 무엇일까요?

Q3.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일까요?


이 세 가지 퀴즈에 대한 답은 사람들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이 퀴즈를 우리 집 아이들에게 내본다면?

3개의 퀴즈이지만 답은 모두 하나로 통일될 수 있다.

우리 집에서 통하는 정답은 바로......

라면이다.

아침에 먹어도, 점심에 먹어도, 저녁에 먹어도, 야식으로 먹어도 맛있는 라면.

어제 먹고, 오늘 먹어도 내일 또 먹고 싶은 라면.


어린 시절 엄마가 사 오던 라면은 딱 한 가지. 바로 안성탕면이었다.

아마도 다른 라면보다 저렴해서 사 오셨던 것 같다. 사온 라면은 보글보글 끓여 먹기도 했지만 또 다른 방법으로 많이 먹었다.

1. 봉지에 들은 라면을 있는 힘껏 부셔준다.

2. 라면이 모두 부서지면 움푹 들어간 프라이팬에 부어준다.

3. 수프는 따로 보관해 둔다.

4. 프라이팬에 들어간 라면을 볶아준다.

5. 갈색이 되도록 볶는다. 계속 볶볶~~

6. 다되면 뜨거우니 한 김 식혀준다.

7. 맛있게 먹는다.


어린 시절 마치 과자처럼 라면을 이렇게 볶아두면 한 줌씩 가져다가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고소하고 바삭한 게 식어도 맛있었다. 여기에 설탕을 살짝 뿌려주면, 달콤함까지 더해져서 서로 더 먹겠다면서 신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사용하지 않은 수프는 한쪽에 잘 모아둔다. 그리고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따뜻한 밥에 수프를 조금 넣고 비비면 정말 맛있다. 그 msg가 주는 특유의 맛. 매운듯하면서도 끌리는. 왠지 중독성이 있는 이 맛에 별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었다. 그런데.. 우리 집만 라면을 이렇게 먹은 건가?


지금의 우리 집 부엌선반 손이 잘 닿는 곳에 라면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종류의 라면을 미리 준비해 두면 그때그때 먹고 싶을 때, 입맛에 따라, 기분에 따라 꺼내먹는다. 때로는 매운맛 라면을, 때로는 오동통한 라면을, 때로는 사골육수의 라면을, 때로는 비비는 라면을.


뭐 직접 라면을 먹고 싶을 때 끓여 먹는 걸 가지고 뭐라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너무 자주 먹고 싶어 하기에 그럴 땐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다.

*라면을 직접 끓여 먹는 것과 컵라면으로 먹는 건 같은 거 아니야?

*부대찌개에 들어간 라면사리도 라면인 거 아니야?

*라볶이에 들어간 라면도 라면인 거 아니야?

여러 의문점이 들어 물어볼 때면 대답은 그때그때 다르다.

"양념이 다르다"

"끓이는 방법이 다르다"

"라면사리만 들어갔을 뿐 수프는 안 들어갔다"

다양한 핑계와 함께 라면을 먹고 있다. 그 핑계 엄마는 이해가 안 되는구나!


지독한 라면사랑에 일부러 라면을 사두지 않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먹고 싶다면 집 앞 편의점을 가는 수고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나 보다. 바로 집 앞에 위치한 편의점.. 이럴 땐 편의점이 너무 가까운 것도 별로 좋은 점은 아니다.

가끔은 나름 건강하게 라면을 먹어보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콩나물을 넣어서 끓이기도 하고, 매운 라면은 수프의 양을 좀 줄여보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래도 그냥 라면일 뿐이다.

가끔은 농담처럼 "나중에 라면회사에 취직해야겠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라면에 대한 애정은 넘쳐난다.


특히나 사춘기 때 즈음 라면사랑은 더 한 것 같다. 점심에 라면을 먹고 나서도 다음날 부엌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컵라면그릇을 볼 때면 참 할 말이 없다. 배가 고프다면 과일도 있고, 빵도 있고, 다른 먹거리들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자극적인 라면인 걸까?

라면이 몸에 안 좋다고, 적당히 먹어야 한다고 해도 열심히 이야기해도 모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뿐이다.

오늘도 라면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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