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금세 또 배가 고파졌다.
문뜩 먹고 싶은 게 생겼다.
얼른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다.
후다닥 빨리 먹어야 한다.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이건 내가 먹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내 뱃속의 아이가 먹고 싶어서다.
--내가 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세 아이 모두 그리 심한 입덧을 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겪는 정도의 가벼운 입덧과 몇 번의 구역질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 시기는 길지 않았다. 엄마가 되는 과정은 역시나 쉽지 않다.
입덧을 하는 개월수가 지나가자 자연스레 입맛이 돌아오고 냄새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온 건 먹덧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다가도 먹을게 생각이 나서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한밤중에 음식을 구하러 뛰어다녀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또 계절에 맞지 않는 음식을 구해야 해서 구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고 들었다.
(내가 들은 이야기-한겨울에 수박이 먹고 싶다고 해서 나이트에 가서 과일안주의 수박을 가져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후후 고 귀여운 녀석)
우리 아이들은 다행히 그리 별나지도 유난스럽지도 않게 조용히 그 시기를 지나가 주었지만, 가끔씩 생각나는 게 있었는데 바로 부침개였다.
집에 밀가루가 늘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저녁을 먹고 티브이를 보다가 갑자기 노릇노릇 부침개가 먹고 싶어 졌다. 티브이에 부침개가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냥 생각이 났다.
재료는 무엇이든 좋았다. 김치가 있다면 김치를 송송 썰어 넣어서, 호박이나 부추가 있다면 이 역시 훌륭한 부침개 재료였다. 남편은 냉장고를 뒤져서 부침개를 부쳐왔다. 솜씨도 좋은 남편의 부침개는 본연의 맛을 더 잘 살려 접시에 담겨왔다. 얇게 그리고 노릇노릇하게, 바삭바삭하게, 동글동글하게.
내가 먹는 게 아니라 아이가 먹는 거라면서 부침개를 좋아하는 아이인 것 같다며 수다를 떨며 맛있게 부침개를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내가 첫 아이를 가졌을 때 남편은 여러 번 저녁시간 이후에 부침개를 부쳐야 했다. 여러 번 부치다 보니 지금도 나보다 부침개 부치는 솜씨는 더 좋다.
아주 가끔은 남편에게 이야기한다. 왜 하필 부침개였는지 모르겠다고.
그리 어렵지도 않은 재료만 준비되면 뚝딱 할 수 있는 부침개.
다른 시기보다 더 누릴 수 있는 시기인 임신기간에 좀 더 색다른, 구하기 어려운 음식도 아닌 왜 부침개였는지.
그래서 막내를 가졌을 때는 다짐했었다.
"이번엔 나 누려볼 거야!!!! 이번이 나에게 마지막 기회라고!!!!"
큰 아이들과 성별도 다르기에 혹시나 입덧도 다르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다.
같은 엄마와 아빠에게서 나온 아이들이기에 역시나 조용히 지나갔다. 이 시간을 누려보겠다고 열심히 생각해 보았지만, 그다지 새로운 건 없었다.
"음.. 요구르트가 먹고 싶어"
"음.. 사과가 먹고 싶어"
신나게 누려보리라 생각했던 기간은 아쉽게도 그냥 그렇게 끝이나 버렸다.
그런데 뱃속에서 그렇게 맛있게 먹던 부침개는 왜 잘 안 먹는 거니?
내가 해준 부침개는 맛이 없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