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잘 먹는 아빠와 살짝(?)은 가리는 게 있는 엄마.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엄마의 유전자가 초강력 힘을 발휘한 걸까?
아~~!! 안타깝지만 우리 집 아이들 모두 입이 짧은 편이다.
안 좋은 건 꼭꼭 닮는다더니만!
그냥저냥 아무거나 잘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냉동식품 하나를 사도, 늘 사던 같은 회사의 제품으로 구매해야 한다.
'그 맛이 그 맛이지... 뭐가 다르겠어'
이건 나의 생각일 뿐!!
그렇게 구매하지 않으면 그 민감한 맛의 다름을 바로 캐치한다.
"엄마, 떡갈비맛이 달라진 것 같아! 이거 지난번에 먹던 거 아닌데~~"
">. < 그래 그래 그거 다른 회사 거다. 그냥 먹어 쫌!!"
새로운 음식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지만, 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아무래도 '남기지 말고 골고루 잘 먹으라'는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의 힘은 엄마의 말보다 더 힘이 있나 보다.
평소 잘 먹지 않던 음식들도 학교에서는 제법 먹고 올 때가 있다.
그렇게 먹으면 그 음식을 집에서도 먹으면 좋으련만, 학교는 학교요. 집은 집이다.
왜에????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세 아이를 키워보면서 빠른 인정만이 나의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작년 막내아이가 4학년 때 일이다.
학교에서는 피자를 만드는 곳으로 현장체험을 가게 되었다.
"야호, 피자 먹으러 간다!!!"
점심으로는 아이들이 만든 피자를 직접 먹을 수 있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아마도 대부분의 아이들과 어머님들은 위와 같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겠지만, 나는 달랐다.
평소 피자를 전혀 먹지 않는 아이였다. 엄마, 아빠, 누나들이 피자를 먹을 때 혼자 밥 먹는 아이였다.
"어떡하지~!"
한참을 고민하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날 아이가 먹을 김밥을 싸 주기로 했다.
작은 통에 아이가 먹을 수 있게 김밥을 준비해서 챙겨주었다.
되도록이면 피자를 먹어보고, 못 먹을 것 같으면 김밥을 먹기로 했다.
아이는 싫어하는 음식이라면, 한입 베어 물고는 아예 삼키지를 못한다.
내가 있다면 그런 상황을 도와줄 수 있겠지만, 엄마, 아빠는 없으니 스스로 잘 해결해야만 했다.
친구들과 신나게 피자를 만들고 나서 한입 베어 물고서 울어버린다면, 그대로 토해버린다면, 아이도 선생님도 다른 아이들도 모두 난감해질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먹기 힘들 것 같다면 가지고 간 도시락으로 먹어야 한다고 다짐에 다짐을 하고 보냈다.
그렇게 아이는 김밥을 가지고 현장체험을 떠났다.
제발 별일 없이 잘 다녀오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과 함께~
"잘 다녀왔어?"
"응! 엄마 너무 재미있었어.. 근데 나 김밥 안 먹었어"
"안 먹었어? 그러면 뭐 먹었어?"
걱정이 밀려왔다.
'친구들 앞에서 도시락 꺼내기가 부끄러워서 그랬나?'
아이는 밝게 대답했다.
"피자랑 스파게티가 너무 맛있었어! 그래서 김밥 안 먹었어!"
듣던 중 반가운 말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서인지 아이는 거부감 없이 피자를 먹고 김밥은 그냥 가지고 온 것이었다.
"잘했어~잘했어"
토닥토닥 쓰담쓰담 칭찬을 해주고는 도시락을 다시 받았다.
그날 이후 아이는 피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 보다.
다른 식구들이 피자를 먹을 때 자신도 먹겠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더니 한입 가득 베어 물고는 맛있게 먹었다.
"우와~~ 기특한데"
"근데 엄마, 이건 뭐야?"
"이건 피망인 것 같은데...."
"이건 쫌 싫어!"
"그래 그러면 그건 빼고 먹어봐!"
아이는 피망과 피자 테두리를 제외하고는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라도 먹는 모습이 신기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자가 몸에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심하게 거부하기보다는 그냥 어울려 먹는다는 자체가 기특했다.
그러고 나서...
'피자가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달라고 한다.
이제는 먹고 싶은 피자를 고르기도 한다.
"음~이번엔 불고기피자로 사줘!"
간식으로 종종 피자를 찾고 있어서 냉동피자를 한판 사두었다.
동그란 피자를 한 번에 다 먹을 수는 없으니 6조각으로 잘라서 하나씩 비닐봉지에 넣어두었다.
학교 다녀와서 피자가 먹고 싶을 때 스스로 에어프라이기를 이용해서 데워먹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이제는 테두리빵까지 모두 먹는 피자도사가 되어버렸다.
'먹기 싫다는 음식을 너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어~하지만 이 세상엔 다양한 맛들이 있으니 너무 거부하지 말고 경험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아직은 피자의 피망이 먹기 힘들지만, 여전히 햄버거는 먹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너를 칭찬해!
스스로가 해본 작은 경험이 아이에게는 싫어하던 음식까지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시간으로 변신한 것이 신기하고, 기쁘기도 하다. 그만큼 아이들에게는 경험이 소중한 시간이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 더 성장하는 것 같다. 늦둥이 막내에 저질체력의 엄마, 아빠라서 중요한 경험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어쩌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른 형제들보다 가장 짧을 수도 있는데, 그런 소중한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글을 쓰면서 좀 더 생각이 많아졌다.
아이가 나중에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그랬어?" 하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오겠지.
우리 앞으로 맛있는 것도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