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과 TV조선 트로트 프로그램
2020년 한 해, 트로트 프로그램이 종편과 지상파 예능을 장악했다. 올해도 그 열풍이 이어질까? 결론은 “글쎄올시다”이다. 2019년 송가인과 류산슬이 인기를 끌자 지상파와 종편 모두 트로트 프로그램 편성에 열을 올렸지만, 내용의 우수성으로 만족을 주기보다 출연자와 심사위원 겹치기 출연, 포맷 유사성으로 대중의 피로감을 높였다. 급기야 TV조선은 MBN이 자사 프로그램 포맷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MBN은 자사의 ‘나는 자연인이다’ 성공 이후 TV조선이 ‘자연 愛산다’를 론칭한 사례를 들며 맞받아쳤다. 두 방송사 간 표절 소송은 뉴미디어 콘텐츠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는 흥미 반, 안타까움 반이다.
과거에는 한 아이템이 인기를 끌면, 후발주자인 다른 방송사가 포맷을 변형해 방송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묵인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이템 경쟁에서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하다 보면 그 어떤 프로그램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배경이 있다 해도, 유례없는 대히트를 친 TV조선으로서는 부가 사업을 독점 진행하려는 상황에서 유사 프로그램 론칭이 곱게 보일 리 없었을 것이다.결국 이 ‘오리지널리티 논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쪽은 대중과 시청자이다. 두 방송사는 대중과 시청자들이 이 시대에 진정으로 원하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려되는 다른 문제는 제2의 임영웅, 영탁, 이찬원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엑스포츠뉴스 이정범 기자는 앞으로 TOP 6의 조합은 찾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른바 ‘인재의 분산’이다. ‘미스트롯 3’ ‘미스터트롯 2’가 지금처럼 짧은 주기로 방송된다면, 분명 트로트 인재의 고갈 현상과 여러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인재 분산뿐만 아니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출연자들의 과거사가 조명되면서 얼마 전 학교폭력 사건 제보가 제기된 ‘미스트롯 2’ 여성 출연자가 자진 하차한 일도 있었다. 주목받기 위해 시작한 도전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제작진 역시 스타 제조에서 예상치 못한 검증에 대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이제 막 트로트와 사랑에 빠진 대중의 마음을 방송사들이 읽는다면, 승산 없는 원조 논쟁 대신 치유와 위안의 방송을 선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오리지널리티의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