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두 달, 세 달-시즌 메뉴가 3차례 바뀌며 나는 입사 초반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나름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을 못해서 그만두고 싶던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만.
(출처:unsplash)
오전 11시쯤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한다. 뒤죽박죽 엉망인 근무 표를 보면서 이번 달도 특별히 뭘 할 수는 없겠구나, 체념한다. 출근하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오늘은 제발 사고 안 치기를 바라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피크 시간을 대비한다. 이제는 실수해도 당당하다. 뭐,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수 있는 거잖아. 실수해도 당황하지 않고 상황을 해결하는 대처법이 늘었다. 입사 초반 고객들에게 일일이 아이컨택하면서 무례한 고객이라도 서비스는 동일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바뀌었다. 반말에 짜증 내는 고객에겐 포인트 적립이든, 할인이든 나도 딱히 묻지 않고 결제만 진행한다. 입/퇴점 인사는 그날 내 기분에 따라 하고 안 하고 한다. 이제는 과도하게 '죄송합니다-'를 연발하지 않는다. 뭔가 문제가 있으면 죄다 본사 탓으로 돌리는 잔머리가 늘었다.
라떼 아트가 예쁘게 안 나왔다.
야, 이 정도면 많이 늘었지 뭘.
별 것도 아닌 일에 감정 소모하는 날이 줄었다.
"뭐야 벌써 쓰레기 다 버리고 왔어?"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충 크게 두 번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 뭐 얼마나 걸린다고요' 쓰레기를 5분 안에 다 갖다 버리고 혼자서 다 정리할 줄 알게 되었다. '빨라졌네-' 대충 입사 초반에 나름대로 무슨 목표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출처: unsplash)
됐고, 월급이나 똑바로 입금해
직원들과 잡담할 기회가 생기면 본사 욕하는 시간이 늘었다. 전 매장에 '고객과 친밀함을 높여주세요' 하고 날아온 전체 공지가 그날 토픽이었다. 신입일 때는 공지 사항과 함께 전달된 서비스 매뉴얼도 일일이 읽으면서 나름 본사 지침대로 해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제는 "직원 복지가 엉망인데 서비스가 좋길 바라는 건 뭘까.
양심도 없지" 눈길조차 안 준다. 안 찢고 매장에 잘 보관해두는 걸 감사히 여기라며.
"너 그래도 전공자라며, 아무리 힘들어도
좋은 서비스 제공하겠다며!"
아, 내가 그랬니?
"바리스타인지 아닌지 헷갈린다며,
좋은 바리스타 되겠다며!!"
몰라, 그딴 거.
나 그냥 카페에서
잡무 하는 사람이야.
내가 이럴 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서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내가
어쩌고-저쩌고 씨알도 안 먹히는
훈계를 종알종알 늘어놨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말했다.
"어쩌라고, 난 돈 받은 만큼만 일할 거야"
생각해보면 참 웃겼다. 스스로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정신세계는 꿈꾸는 십 대였다니.애초에 직장에서 뭘 해내겠다는 생각이 어리다는 증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