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단골 고객을 소개합니다
외식경영자의 외식업계 퇴사기 [카페, 7편]
진심 어린 서비스가 나오는
근무하면서 짓는 웃음 중 100%가
월급을 위한 자본의 미소다.
바쁜 근무 시간 속에 유입되는
고객들은 음료를 구매하러 온
게임 NPC로 밖에 안 보이고,
현장일도 모르고 사무실에서 펜이나 굴리는
본사에서 내려준 고객과의 스몰 토크 매뉴얼은 우습기 짝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고객들은
매장을 또 와주면 반갑고
시키지 않아도 맛있는 새 제품을
추천해주고 싶고 불편한 건 없는지
퇴점하는 그 순간까지 신경 써주고 싶다.
이번엔 그런 고마운 단골 고객들에 대한 이야기다.
(출처: unsplash)첫 번째 단골 고객님: 마카롱, 조각 케이크를 좋아하던 예의 바른 학생
일주일에 2~3번, 저녁 시간쯤에 매장에 마카롱이나 캐러멜, 조각 케이크를 구매하러 꾸준히 오는 학생 고객님이 있었다. 매장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던 신입시절, 나는 이 학생 고객님의 조각 케이크를 포장하고 있었다. 당시에 나는 포장이 익숙하지 않아서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죄송한 마음에 케이크를 건네며 사과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 아니에요! 포장 예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며 되려 내게 인사를 건넸다.
와, 마음이 따듯해지면서 순간 당황했다. 당시에 포스 실수를 많이 해서 고객의 존재 자체가 싫었던 나였는데 처음으로 고객 상대하는 일도 좋다고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너무 의외인 말을 들어서 퇴점 인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내가 다른 매장으로 발령 가기 전까지 학생 고객님은 종종 얼굴을 비췄고 그때마다 나는 케이크면 케이크, 음료면 음료 아주 정성을 다해 제공해줬다. 음료에 휘핑크림 올리는 걸 좋아한다길래 컵 뚜껑이 안 닫힐 정도로 올려주곤 했으니까.
두 번째 단골 고객님: 같은 건물 회사에서 근무하시는, 멋진 직장인 고객님
(출처:unsplash)두 번째 단골 고객님은 첫인상이 별로 좋진 않았다. 매장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샌드위치를 데우다가 나온 빵조각들이 기계에 들러붙어 타는 냄새가 난 적이 있었다. 문을 다 열고 환기를 시키고 있었는데
"매장 안에서 나는 이 불쾌한 냄새는 뭐죠?"
신경질적인 말투와 표정을 한 고객님이 있었다. 나는 상황을 설명드렸고 고객님은 이해했다는 듯, 별다른 말 없이 제품을 구매해서 나갔다. 두 번은 안 오시겠네-라고 생각했는데 고객님은 저녁때마다 와서 샌드위치와 빵, 케이크를 구매해 가셨다. 나중에 들어보니 우리 건물 위층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시던 분이었다. 그렇게 얼굴을 매일 보다 보니까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어떤 날은 매장에 고객이 너무 많이 와서 진이 빠져 아이컨택은 개뿔 인사만 간신히 하는 날도 있었는데 그 고객님이 매장 입구에서 들어오는 걸 보면 입점 인사는 물론이고 계산할 때도 아이컨택에 눈웃음까지 더했다. 나중에 다른 매장으로 발령 가게 됐을 때는 고객님께 매장 자주 이용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그날 구매하던 제품에 직원 할인을 넣어드렸다. 고객님은 내게 겨울부터 봄까지 계속 봐오던 분인데 더 못 보게 돼서 아쉽다며 어느 매장으로 가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다시 보게 되면 또 할인해드리겠다며 웃으며 매장 위치를 알려드렸다. 나는 딱히 내가 일했던 브랜드를 안 좋아하지만, 비록 지금은 퇴사한 상태지만, 그 고객님에게 우리 매장만큼은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웃음을 주고, 상황을 이해해주고, 함께 인사해주시는-
기억이라는 건 참 치사하다. 좋은 일보다는 힘들고 짜증 났던 일이 더 많았을 텐데 시간이 지나면 안 좋은 감정은 깎여나가고 아주 작게 있던 좋은 감정들만 극대화시켜서 내게 보여주니까. 분명히 매장에서 일하는 동안 좋은 고객보다 안 좋은 고객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매장에서 일했을 때 좋은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실수해도 상황을 설명해주면 납득해주고, 나랑 똑같이 아이컨택하며 입점에서 퇴점하는 그 순간까지 웃으며 인사를 해주던 좋은 고객들 덕분에. 퇴사한 내가 이제는 더 이상 직원이 아니고 내게 좋은 기억을 줬던 그 사람들도 더 이상 내 고객이 아닐지라도, 나는 이따금씩 떠오르는 그 사람들에게 '좋은 하루 보내세요, 또 뵙겠습니다' 먼 곳에서나마 행복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