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시환 Aug 21. 2023

[AFTER WO] 4월 영상 작업 후기

[AFTER WO]

https://youtu.be/_UuG5axgjrs



다시 돌아온 4월이다.  매년 만개한 벚꽃을 보며 슬퍼했던 나라면, 올해는 조금 기뻤다.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들도, 만개한 꽃들도 묵묵하게 1년을 견디고 딱 자기 차례를 알고 꽃을 피우는 건 무수한 시간의 시간 덕분일까. 또한 그들 사이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꽃들을 발견했다. 특히 올해 4월은 유난히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그만큼 일찍 개화한 꽃들도 있고 아직 봉우리가 여민 꽃들도 있었다. 그러면서 나의 지난 1년을 돌아보았다.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1인분의 몫을 해내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1년. 그래서 올해는 나쁜 소식이 있었어도 유연하게 금방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너무 힘들어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적당히 웃어넘기며 해결책을 찾고, 해결하기 위해 일어서고야 말았던 4월의 중순과 끝. 이젠 벚꽃을 보며, 건물들 틈 사이에 핀 나무와 꽃들을 보며 덜 슬퍼지기로 했다. 자연도 보이지 않는 치열함을 겪고, 나도 그간 치열하게 살며 성장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서울의 장점이라면 한강이 있다는 것. 4월은 어쩌다 보니 한강의 아침, 해 질 녘과 야경을 담았다. 한강이 잘 보이는 구간이면 나는 언제나 카메라로 한강을 찍어본다.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날은 아쉽지만, 이 지나가는 순간을 잘 즐기라는 메시지로 한강을 눈에 담아둔다. 앞으로 비슷한 날이 있을지라도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또 나는 4호선 동작-이촌역 구간을 좋아한다. 4호선 금정역을 지나면 지하철은 한참 동안 지하로 다니고 동작-이촌역으로 넘어갈 때 한강이 보인다. 한강을 보기 위해 자다가도, 독서나 영상을 보다가도 동작역을 지나면 칸 내 창문을 보기 마련이다. 어떤 하루를 보냈든 어떤 한강의 모습이든 나를 위로해 준다. 사람 많고 차도 많아 서울이 시끄러워도 한강을 보다 보면 서울의 단점도 흐려지기 마련이다.


3월부터 식집사가 되었다. 식물이라면 쉽게 죽어버려서 두려움이 있던 나는, "식물 죽이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듣고 바질, 율마, 위시본을 집에 들였다. 4월엔 쑥쑥 자라고 있다. 키우기 쉽다던 바질은 잎이 금방 떨어지고. 까다롭다던 위시본은 집의 습도와 햇빛이 잘 받는지 아주 잘 자라는 중이다. 율마는 알게 모르게 자라는 중이다. 곧 분갈이를 해야 할 때가 왔다. 적당하게 무관심하면서 계속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 어렵지만, 고민을 많이 한 만큼 자란 모습을 볼 때면 그만큼 뿌듯한 게 없다.

 


올해 봄은 그렇게 지나간다.





촬영: 갤럭시 S22 Utra + Note

편집: VLLO

매거진의 이전글 [AFTER WO] 3월 영상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