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일해 보기
몸을 쓰면 공허하면서도 복잡한 마음을 잡는데 도움이 될까 싶었다.
마침 아이가 겨울방학을 맞이해 시댁에 가 있으면 될 듯하여 일주일가량
시간을 내 볼 수도 있을 듯하다.
"도련님~ 저 그거 해볼 수 있나요?"
그거라 함은 바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것이다.
남편의 동생, 즉 도련님께서 건설 쪽에 근무를 하시는데
예전에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현장에서 일하시는 여자분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이 많으신데
본인보다 연차도 더 오래되고, 월급도 나보다 더 많이 받으시는 분들도 있다며
이모님들이 맛있는 것도 많이 주고 좋으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특별한 기술이나 힘이 없어도 가능하며, 건설현장이기에 위험한 상황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내가 위험한 일을 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네 형수님 가능하죠~제가 알아보고 말씀드릴게요."
몇 시간 뒤, 그는 4시간 정도 교육을 들어야 하고, 이수증을 받고 나면
업체에서 연락이 가게끔 해주겠다고 했다.
그날, 바로 교육을 들을 수 있는 장소에 문의를 했고,
대부분 남자분들이 있는 틈에서 이수증을 땄다.
현장 투입 전날, 간단한 교육 및 안전모를 비롯한 필요한 준비물을 지급받았다.
"내일은 6시 30분까지 **카페 앞에서 만나서 같이 이동하겠습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일사천리로 건설현장 유도원 첫 근무를 앞두고 있었다.
내가 근무한 시점은 1월의 어느 날이다.
1년 중 가장 추운 달.
새벽 5시 40분에 기상을 하였다.
바로바로 눈이 뜨였다. 5분만 하며 지체할 여유는 없고 그렇다고 너무 서둘러서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이 시간이다.
내복과 히트텍을 번갈아 입고, 최소 5벌의 옷을 껴입었으며
마지막은 팔과 다리, 발밑 핫팩을 붙이고 6시 10분에 출발이다.
그곳에는 20대 대학생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다양한 경험의 종사자들이 있었다.
밥 먹으면서, 조금씩 생기는 휴식시간에 그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나는 묘한 위로를 받았던 거 같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온 스무 살 초반의 애땟 대학생으로부터
-일반기업에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몸 쓰는 일이 나을 거 같아서 왔다는 40대 가장으로부터
-식당을 20년 가까이하다 개인적 사정으로 접고 온 최고연령자 50대 언니로부터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듯, 각자의 사연들과 추위와 맞서 싸우는 전우애가 합쳐지며
눈빛으로 응원을 보내고, 초콜릿 하나로 마음을 나누며 웃을 수 있었다.
급격하게 정이 들어버렸다.
일주일을 기약했던 나는, 남편에게 일주일만 더 했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아이의 등하교만 해결이 된다면 더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리가 아픈 만큼 머리는 맑아졌고
추운 만큼 집의 온기가 따뜻하다 느꼈으며
밤 10시면 스르륵 잠에 취하고, 새벽 6시 10분 출근길의 단순함이
현재를 살수 있도록 끄집어 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