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러닝일기
처음 10km를 함께 달린 분 중에, 한 분께서 급 번개 러닝을 모집했다.
안 가본 코스이고, 토요일 일찍 시작한다는 공지를 띄우셨다.
처음 그 글을 확인하고, 살짝 주저했다.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신청하고 뛰었던 10km 러닝에서 정말 미치게 힘들어하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며 뭔지 모를 주저함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나보다 다들 어리고, 잘 뛸 거 같아서 내가 자칫 분위기 파악 못하는 아줌마가 될까 봐 인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이건 모두 내가 만들어낸 망상이고,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며, 주변 신경이나 생각이 많은 나에게 말을 건넸다.
보이는 현상만 바라보고, 남이 아닌 내가 원하는 바를 솔직하게 행하자라고.
토요일은 집에 남편이 있고, 아이와 함께 있으므로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집 근처가 아닌 다른 곳을 찾아다니기로 마음먹었는데, 초보 운전이라 사전 답사를 가거나 검색으로 여러 번의 시물레이션을 걸쳐야지만 자신 있게 운전대를 잡을 수가 있다.
그런데 내일 새로운 코스도 가고, 픽업도 해 주신다고 하고, 같이 뛰어준다는 데,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몇 시간이 지나, 나는 슬며시 손을 들고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잘 자고 벌떡 잘 일어나던 평일과 다르게, 잠을 설치고 비가 오는 꿈을 꾸다가 일어나서 약속장소까지 나갔다. 아무래도 요즘 혼자 있는 시간과 그 자유로움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약속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이 조금 있었나 보다. 어쨌든 제시간에 잘 도착하여 일행들과 함께 러닝을 할 장소로 향했다.
오늘 뛸 곳은 광교 호수공원과 신대호수이다.
오르막이 중간중간에 있어서 쉽지는 않은 코스라고 했다. 8km정도 뛸 예정이며,
1km당 몇 분대로 뛰는지 확인 후, 가장 페이스가 느린 사람을 참고하여 시간대를 정했다.
그게 바로 나라는 걸 밝힌다.
평소 7분대, 140~150 심박수를 확인 하신 후, 조금 더 빠른 6분 30초 대로 달려보기로 했다.
처음 오르막을 경험하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달리고 있는 내가 기특하고 이른 시간의 푸릇한 공원의 모습이 감격적이었는지 발걸음은 가볍고, 속도는 살짝 빨랐다.
그렇게 3km를 달리면서 어느새, 땀은 비 오듯이 흐르고 심박수는 올라가고 있었다.
갑자기 오르막길이 나왔다. 오르막도 그냥 오르막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가팔라서 몸을 숙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알고 보니 이 코스가 선수들이 훈련용으로 자주 이용하는 코스라고 한다.
도착할 때쯤 보니, 러닝 하는 사람들이 진짜 많이 보인다. 형형 색색의 근육질의 사람들로부터 기운차고 즐기는 모습들을 본다. 하지만 나는 지금 좀 다른 상황이다.
계속된 오르막길에 나는 187까지 심박이 올라갔다.한달 연습 중 최고맥박을 찍었다.
4km를 조금 지난 시점에서,
'좀 천천히 간다고 할까?'
'먼저 가시라고 할까?' 별별 생각이 다 들며 한 발씩 내디뎠다.
나는 보통 새벽 5시 30분쯤에 나와서 달렸는데, 이 시간에 나오니 햇빛이 강하고 덥게 느껴졌다.
목이 이렇게 마를 줄 몰랐다. 정말 바싹 타는 느낌이 났다.
오르막길은 급격히 체력을 저하시켰다. 이건 정말 경험해 봐야 아는 고통이구나..
얼마 전 MBC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기안 84님의 풀코스 완주 영상에서 오르막을 오르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 장면이 생각이 났다.
기안 84님의 멘트 중에서 "저 때 너무 체력을 많이 썼어요"라는 말이 어떤 말인지 진심으로 알겠다.
종아리와 허벅지는 타는 듯하고, 빨리 가고 싶어도 누군가 뒤에서 당기는 것 마냥 속도가 늦춰졌다.
다시, 평지가 나오니 살 것 같았다. 5km를 넘어서는 무념무상으로 뛰었던 것 같다.
아직 무릎도, 발목도 괜찮고 뛴 킬로수 보다 남은 킬로수가 적게 남아서 이제 조금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달리고 달려서 무사히 8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그것도 내 생애 최고 속도를 내고 말이다. 혼자만 계속 뛰게 되면 속도가 늘지는 않는다는 말이 이제 무슨 말인지 알 거 같다. 색다른 코스와 사람들과 함께 뛰면서 조금씩 조금씩 러닝실력을 늘려 가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V도 할까요?
도착 후, 간단히 다시 몸을 풀어주고, 목도 축여준 다음 사진을 찍기로 했다.
러너들이 많이 찍는 운동화 모아서 찍는 사진을 찍고, 슬면서 말했다.
"우리 V도 할까요?" 사진이 에너지틱하고 이쁘게 나올 것 같아서 그렇게 제안을 했다.
마음만은 열정 가득한 20대의 나라서, 완주의 기쁨을 이렇게 즐기고 싶었다.
흔쾌히 V를 다 같이 만들고 보니 5명이라 별이 완성되었다.
싱그러움과 에너지틱한 모습이 뚫고 나오는 거 같다.
젊음이란 게 이런 것이었다.
힘들고 어려움이 있어도, 결국은 좋게 끝나는 청춘 드라마 같은 것.
오늘 러닝을 하며 느낀 감정이다.
정식 크루는 아니지만, 이런 사진도 완성되었다.
밝게 웃고 있는 내가 좋다. 온전히 즐기는 거 같아서 이뻐 보인다.
오기 전에 살짝의 주저함이라는 감정이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 하면서도
신기하다.
러닝이 주는 맛은 또 어떤 것일까?
당분간은 새로운 설렘으로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뛰어보자.
뛰니까 좋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