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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은주 Feb 13. 2022

엄마는 망각의 동물

셋은 없다.를 지키기 위한 엄마의 노력

우린 결혼 후 계획 임신을 했는데 결심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천사가 찾아왔다. 감사했지만 바로 입덧 지옥에 빠졌다.


다행히 입덧은 초기에 끝났고 임신기간에 맹장 수술받은 것 빼고는 매 달 받는 산부인과 정기검진에서 큰 이슈는 없었다.


언제든 출산이 될 수 있는 36주가 되면서 매주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 검진이 마무리되어갈 즘, 나는 의사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무통 주사를 맞을 수 있나요?"


우리 병원에서는 무통 주사의 임상이 확실하지 않아서 놓지 않습니다.


출산 후기에서 무통 천국으로 수월한 출산을 했다고 했는데... 무통 주사를 놔주지 않는다니...


하지만 절망스러움은 잠시!!! 새내기 임산부는 맛있는 것을 먹으며 걱정을 버렸다.


'낳으면 되겠지.'라는 초짜의 무식한 신념 때문에!!


진통이 온 날, 출산의 고통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출산 후기에서 트럭이 앞 뒤로 왔다 갔다 한다, 괴물이 된다, 저승사자랑 하이파이브했다 등의 표현이 정말 이렇게 현실적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렇게 아플 줄 몰랐지!!! 


무통 주사 없이 6시간의 진통을 겪고 아이를 만났다. 신기하게도 아이가 나오자마자 고통이 싹 사라졌다. 


후처치 후 입원실에서 2박 3일 보내며 훗배앓이 없이 간호사 선생님이 해주시는 소독과 검진을 잘 받고 퇴원했다.




엄마는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큰 아이가 3살이 넘어가면서 슬슬 둘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만 키우고 싶은 마음, 아이가 한 명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은 마음으로 매일 경쟁을 했다. 그리고 큰 아이 4살 후반 즘 둘째가 왔다.


아.. 맞다.. 나 입덧을 했었지.. 


임신을 확인하고 나서 생각이 났다. 아는 맛인데 다시 하려니 기분이 나빴다. 


첫째 때와 다르게 둘째 임신 초에는 집중적 입덧 기간을 갖고 출산 전까지 간헐적 입덧을 했다. 


인간은 익숙함을 쫓는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나는 자연스럽게 첫째 아이를 낳은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그리고 이 병원에서는 무통 주사를 놔주지 않는다는 것을 36주가 다 되어서야 기억해냈다. (기억력 어쩔..) 그렇다고 병원을 바꿀 의지도 없었다. 


나는 아는 맛인 출산의 고통을 예약해버렸다.


출산하는 날, 진통은 있지만 자궁문이 덜 열렸다고 하셨다. 그래도 입원을 해도 된다고 해서 익숙한 입원실에 들어가서 유도 분만제를 맞으며 자궁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큰 아이 출산 경험상 신랑이 있어도 고통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신랑에게 집에 가서 살림하고 짐 정리해서 다시 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신랑도 이따 오겠다며 가볍게 떠났다.


그리고 딱 1시간 뒤, 예약해 뒀던 출산의 고통은 예고 없이 나의 자궁에 트럭을 보냈다.


내가 미쳤지. 뭐가 좋다고 이걸 또 하고 있나... 내가 미친 X다.


라고 베개를 치며 진심으로 스스로에게 욕을 했다. 


바로 분만대기실에 가서 내진을 받았다. 자궁문이 열렸으니 남편에게 빨리 연락하라고 했다. 나는 남편이 전화를 받자마자 괴물 목소리로 말을 했다.


"빨리 와!"


그리고 분만실에 들어갔다. 간호사 선생님은 힘을 잘 줘야 한다고 했다.


저도 알아요. 그런데 아는 고통이라 너무 무서워요.

내가 힘을 반대로 주니 간호사 선생님이 옆으로 오셔서 힘을 잘 줘야 애가 잘 나온다고 응원과 격려와 호통을 적절히 섞어가며 말씀하셨다.


나는 간호사 선생님에게 울면서 말했다.


그만 아프고 싶어요.


그리고 분만실에 들어온 신랑을 보자마자 머리채를 잡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아... 드라마에서 나온 장면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구나. 이렇게 인생 경험을 하나 더 늘렸을 때, 둘째가 나왔다. 


끝났다!


후처치를 하는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처음 겪어 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출산 후에도 배가 아팠다. 왜 이렇게 아프냐고 물어보니 훗배앓이라고 한다.


"안 해보셨어요?"

"네!"


진통제를 놔주시며 곧 괜찮아질 거라고 하셨다. 그래. 진통제를 맞을 수 있는 고통이라면 참을 만 하지.




이 후로 나는 세 번째 출산의 고통을 겪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 때의 기억을 종종 곱씹는다. 


이번에 3박 4일 동안 장염을 겪으며 임신 초기 때 겪은 입덧과 비슷한 메스꺼움, 출산의 고통에 비하면 덜하지만 찢어질 것 같은 복통, 그리고 깨질 것 같은 두통으로 출산의 고통을 다시 한번 기억해 내는 경험을 가졌다.


역시 출산의 고통은 없어야 한다. 엄마로서 망각하지 않기 위해 단단히 결심한다.


셋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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