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은주 Sep 16. 2021

초등 저학년의 엄마로 산다는 것

어른은 어른이 되는 과정이고 어린이는 멋진 어른이 되는 과정이다.

큰아이의 학교 상담이 있는 날이었다.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아이가 듣지 못하게 안방 베란다고 갔다. 그리고 최대한 밝고 친절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간단한 인사를 주고 받은 후 선생님이 하신 말씀에 나는 마음이 점점 무거우졌다.


아이는 학교 생활을 잘 하는 아이다. 학업, 성취욕구, 다방면으로 가진 소질, 기본생활습관까지 연령과 월령에 비해 잘 해내고 있다고 하셨다. 상담 당일 학급친구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우리 아이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할 예정이라고 하셨다.


학급친구는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의 뒷담화를 하고 다닌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불러서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뒷담화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주셨다고 했다. 상황을 깊게 물어보지 않았다고 하셨다. 좀 더 세밀한 이야기는 집에서 풀어내는게 맞는 것 같다고 하셨다. 이 일 빼고 아이는 뭐든 잘한다고 하셨다.


다행일까? 이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풀어야 하지?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일까? 아이 아빠한테 상황을 말하고 넘길까? 마음은 무겁고 생각은 복잡해졌다. 상담 전까지 별 생각이 없던 나는 상담 후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 머릿 속에 떠오른 갖가지 생각들을 하나의 질문으로 요약했다.

'어떻게 말을 해야 아이가 잘 견딜 수 있을 만큼 아플까?'

아이를 또 아프게 해야 하는 상황을 회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에게 상담 내용을 말하고 직접 아이와 얘기해보는게 어떻겠냐고 권유 및 떠넘기기를 했다. 남편은 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 뒤에 말을 덧붙였다.


"아이가 엄마랑 얘기하는게 좋대."


응?? 이건 무슨 말이지??? 나하고 얘기할 때 좋아하는 티가 안나서 별로 말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좋았다고 한걸까??? 큰아이는 아빠아이가 맞다. 감정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 휴~ 어려워!!!!


다시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처음에 뭐라고 말하지? 언제 말하지? 내 감정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등등등 오만가지 생각을 예상되는 상황에 대입하고 피드백을 했다.


저녁 식사 후 막내는 아빠와 자러 들어가고 나와 큰아이만 남았다. 큰 종이와 두꺼운펜, 아홉살마음사전까지 나름 준비를 했다. 오후 내내 생각만 했던 과제가 실제로 일어나려고 한다. 두려워....


아이와 한참을 이야기 했다. 자신도 선생님께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떤 상황에서 뒷담화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선생님은 자신에게 뒷담화를 고쳤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린다.


" 무슨 일로 우는거야?"

" 뒷담화를 하면 친구들이 없어진다는 게 너무 슬퍼"


아이는 아직 어리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곳으로 이사와서 2학년이지만 제대로 학교를 다니고 친구를 자유롭게 만나고 친구집을 돌아다니면서 노는 일이 너무 즐거운 나이다. 그런데 자신의 실수로 친구를 잃는다고 상상을 한 것이다.


아이도 이미 시뮬레이션을 끝냈다.


아이에게 뒷담화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친구와 대화를 할 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얘기해주었다. 


그리고 아이가 추측한 상황만으로 친구들을 오해할 수 있으니 학급친구들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전한 친구 덕분에 뒷담화의 얼굴을 볼 수 있었으니 다행인거라고...


그래... 언젠가 겪을 일인데 일찍 알았을 뿐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건지...


어렵다. 인간 사회에서 수없이 생기는 일이 뒷담화 인데, 이것을 아이에게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너무 고민스러웠다. 나는 이것을 고민하느라 오늘 또 마음아픈 어른이 되는 과정을 거쳤다.


이번만이 아니겠지. 아이는 앞으로 겪을 일이 더 남았다. 나는 그때마다 멘탈을 붙잡고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야 한다. 아이가 잘 말할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한다. 아이가 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같이 어른이 되어가는 입장인데.... 그 위치가 참 다르다. 위치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활용해야 하는데... 그런 지혜를 내가 가질 수 있을까? 무엇을 어떻게 알고 수련해야 할까??


상담 받은 날, 이렇게 생각이 많다. 오늘 밤은 참 짙다.

작가의 이전글 남편의 편이 되어주는 아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