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로 일을 하다보면 저녁 식사에 대한 옵션이 대략 아래와 같다.
1. 아예 거르기 - 유치/초등 전문 학원이라면 보통 이르면 6시 이전, 늦어도 7-8시에는 수업을 마치니 저녁을 먹을 수 있겠지만 중고등 전문일 경우엔 아이들이 4시반-5시에 등원하여 10시에 마치므로 현실적으로 식사를 할 수 없다. 아마 40% 이상이 1번에 해당할 것 같다.
2. 짬내서 간식 먹기 – 한타임 마치고 다음타임 수업 시작하기 전에 5분이나 10분 정도 쉬는시간을 이용하거나 그 짬 마저 나지 않는다면 아이들에게 문제를 풀려 놓고 프린트를 뽑으러 가거나 할 때 교무실에서 2~3분 내외로 과자를 먹거나 삶은 계란, 두유, 과일 등으로 배를 채운다. 30% 정도가 여기에 해당할 것 같다.
3. 식사 시간 확보 – 짧게는 20분, 길게는 30~40분 정도 저녁 식사 시간을 확보해 주는 학원과 원장님이 있다.
이 때는 김밥이나 도시락 같이 간단한 식사를 하고 오거나 원장님이 시켜주시는 배달 음식으로 교무실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큰 학원이라면 선생님들이 많으니까 같이 먹을 수 있지만 소규모 학원에서는 보통 혼자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 옵션 모두에서, 일반 회사원처럼 팀끼리, 동기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복작거리며 먹는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회사 다녔을 때에는 팀끼리 먹는 게 싫을 때도 있었다.
꼴 보기 싫은 팀장님을 업무 시간에 더해 밥 먹는 시간 까지 봐야 한다니.
비위 맞추느라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모를 때도 많았다.
그래도 동기들끼리 모여서 ‘동기점심’을 먹거나 팀장님이 회의 들어가서 임원분들이랑 같이 식사하시느라 팀원들끼리 먹을 땐 좋았다.
맘 편히 밥 먹고 배 뚜들기면서 아메리까지 여유롭게 쪼롭 마시고 들어가서 오후 일 하면 되었으니까.
난 혼밥도 잘 하는 편이고(요새 사람들은 다 핸드폰하고 동영상 보니까 옛날처럼 혼밥이 어렵지도 않다...) 매일 먹고싶은 메뉴도 잘 떠오르는 편인데 그래도 가끔은 외로울 때가 있다.
팀장님 욕도 같이 하고 고민되는 일에 대해서 사수한테 조언도 구하고 주말에 뭐하고 놀았는지 서로 묻고 대답하는 일이 그리울 때가 있다.
지금 데스크 일을 하면서 메인관에 근무가 잡힐 때는 학원 실장님들이랑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무척 즐겁고 소속감이 느껴졌다.
역시 밥의 민족.
모든 안부가 밥으로 귀결되는 한국 사회의 한국인인가 나는.
학원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말 안 듣는 학생 흉도 보고, 진상 피우는 학부모 욕도 하고.
지금은 메인관이 아닌 분관에서 혼자 근무를 하니 다시 또 외톨이. 추욱. 혼자지만 밥 잘 먹는 외톨이.
젓가락질도 잘 하는 외톨이.
그래도 씩씩한 외톨이!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