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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록 Oct 24. 2024

사랑,잃고야 비로소 손에 쥐었다

괜히 기대하고 실망했던 날들이 많았다. 기대는 너무도 자연스러웠고, 실망은 그 뒤를 따라왔을 뿐이다. 마치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더 깊이 마음을 후벼판다. 대체 무엇을 그토록 바랐던 걸까. 내가 그린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기를 바랐던 걸까. 생각해 보면, 참 이기적이고 어리석었다.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갈 리 없다는 건,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인데. 하지만 마음은 끝끝내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한낱 아이에 불과했다.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그것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나는 무한한 사랑을 갈구했고, 그 사랑을 너에게 기대어 구걸했다. 너는 그저 너였을 뿐데, 나는 너를 내가 만든 틀에 억지로 끼워 넣으려 했다. 어리석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 모든 것이 얼마나 부질없고 우스운지. 사랑은 애초에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너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마음이 텅 비어 내려앉는다. 빈자리를 채우려는 노력마저 이제는 멈춘다. 사랑도 결국 배워야 하는 것이라는 걸, 나는 외면한 채 살아왔다. 이제야 겨우 사랑을 알아간다. 너무 늦었다. 아니 그렇지 않다. 사랑에는 제때가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괜찮다.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그 시간은 언제나 나의 것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삶이 무엇을 던져주든, 나는 어떻게든 버틸 거라는 걸. 한심하고 이기적인 내가 맞지만, 그렇다고 뭐가 달라질까. 결국엔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나는 그 과정에서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시련이란, 어쩌면 시험조차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냥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 바람은 지나가면 그 자리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나는 그 바람을 견딜 것이다. 아니, 어쩌면 견딜 필요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지나가면 되는 거니까. 처음부터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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