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 공개 데이트 신청

용기있는 자가 나와 그네를 탄다.

by 시골학교 선샌님

학생들의 실없는 농담에도 입술을 꽉 깨물고 주먹을 꽉 쥐고 웃음을 참아냈다.

사생활을 파고드는 질문에는 "비밀입니다."로 일관하며 나름 신비주의를 유지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을 몰래 관찰하며 식사했다. 어떠한 유튜브보다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그러다, 한순간 내 관찰자 시점이 깨져버렸다. 3일째였다. 여느 때처럼 1학년 늑대소년의 등갈비 먹방을 관람하고 있었다. 디스커버리 채널 저리 가라 할 만큼 야생의 박진감이 전해졌다. 멀쩡한 숟가락과 젓가락은 다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나 오로지 입으로만 갈비를 뜯어 찢고 있었다. 손도 사용하지 않았다! 정말 늑대인 줄 알았다. 그러다 생존 먹방을 중단하고 어디론가 향했다. 내 테이블 방향으로 쪼로록 걸어오기 시작했다. 턱은 투쟁의 징표처럼 양념으로 빛났고 입에는 갈비와 쌀알이 가득했다.


'설마 나한테 오는 건가...?'

난 모른 척 시선을 거두고 밥을 먹었다. 하지만 그 소년의 발걸음은 이내 내 앞에 멈췄다.

영화 속 주인공이 갑자기 관객을 발견한 듯한 당혹스러움이 밀려왔다.

늑대소년은 말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을 위해 조금의 음식을 더 씹고 꿀꺽 삼키더니,


"그네 타요...!"


라고 옹알옹알 말했다.

입속에는 생존 먹방의 지난 서사가 담겨있었다.


뻔뻔한 그네 요청에 나는 “그네요…?”하고 말끝을 흐렸다.


그의 데이트 요청이 전 급식실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모두가 힐끗힐끗 흥미롭게 지켜봤다. 소년은 음식을 조금 더 씹고 꿀꺽 삼켰다.


“그네 타요!” 하고 늑대소년이 또랑또랑 말했다.


“그래요 그럼..!”

공개적인 데이트 신청을 거부하기엔 보는 시선이 많았다. 푸른 잔디밭에 멋진 그네를 가진 이 학교에서 굳이 늑대소년과의 데이트를 거절할 이유도 내겐 없었다.


"기다릴게요."


"어디서요?"


“양치만 하고 문 앞에서 기다릴게요.”


자리로 돌아간 소년은 먹방을 다시 시작했다.

나도 혹여나 날 오래 기다리진 않을지, 빨리 급식을 먹었다.


그는 정말 양치하고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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