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모두를 아는 급식실에서

나만 빼고

by 시골학교 선샌님

어색한 자기소개를 끝내고 급식실로 향했다. 행정실 직원분들께서 밥을 퍼주시는 신기한 광경이었다. 큰 학교는 보통 급식 조리사분들이 따로 계신다. 하지만 이 주변의 학교는 모두 인원수가 작아 급식 조리실을 공유한다. 급식 조리사의 수도 적어 행정실 직원분들께서 배식을 돌아가면서 도와주신다. 행정실 직원분들도 모든 교직원과 마찬가지로 전교생의 이름을 외우고 계신다.


"00이 맛있게 먹어~"

"00이 요즘 야채를 안 먹어! 골고루 먹어야지!"


학생들은 정다운 잔소리를 걸치며 한 명 한 명 배식을 받는다. 그리고 자기 학년의 테이블에서 오밀조밀 모여 밥을 먹는다. 인사를 하랴 밥을 먹으랴 정신이 없다. 모두가 모두를 안다. 나만 빼고.


다행히 난 잔소리를 무사히 패스하고 교직원 책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나는 밥을 먹으며 창밖의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도시에선 내 시선을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모두를 아는 이 급식실에서는 내 시선은 쉽게 들킨다.


5학년 테이블에 톰과 제리의 제리같이 생긴 남자애가 쉴 새 없이 떠드는 게 신기해 몰래 바라봤다. 그새 시선이 들켜버렸다. 제리는 날 보고 히죽 웃고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내 시선이 들킨 것이 부끄러워 나도 수줍게 인사를 하고 밥을 먹었다.


고양이를 닮은 4학년 여자애가 수업 시간 때는 묵언수행을 하듯 말이 없다가 점심시간에는 침을 튀기며 떠드는 광경을 봤다. 배신감에 벙쩌 쳐다봤다. 내 시선을 알아채고 새침하게 "안냐세요~"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저 먼 테이블로 시선을 거두기로 했다. 1학년 테이블에는 7명 남짓한 애들이 우걱우걱 밥을 먹고 있었다. 앞니 빠진 산발 머리의 남자애가 ‘삼겹살, 삼겹살’ 하며 친구를 놀리고 있었다. 요즘 삼겹살에 꽂혀 반 친구들을 돌려가며 삼겹살로 부른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옆 친구는 아주 질려버린 표정으로 그만하라고 했는데, 오히려 그 친구는 통쾌하다며 뚫린 앞니를 자랑하며 깔깔 웃고 있었다. 그러다 나를 봤다.


'내가 삼겹살의 다음 타깃은 아니겠지' 시선을 급하게 돌리려는 참에

하도 소리를 질러 다 쉬어버린 우렁찬 목소리로


"누구세요?" 하고 물었다.

급식실이 웃음바다가 됐다.


"새로 오신 선생님이야~" 당황한 나 대신 행정실 직원분께서 대답해주셨다.


그 옆에는 의자에서 일어나 의자에 한 발을 턱 걸치고 그대로 고개를 숙여 청소기처럼 국물을 '호로록' 빨아들이는 친구가 있었다. 숟가락도 있을 테고, 입을 대고 들이키면 되는데. 늑대에게 길러진 소년 같았다. 늑대처럼 고기를 물어뜯고 손등으로 입술을 무심히 닦고 뿌듯하다는 듯 장난기 어린 보조개를 자랑했다. 그리고 나선 밥을 크게 떠 입속으로 욱여넣었다. 감당하지 못할 입 크기였다. 그 커다란 한 숟갈의 밥을 한참 동안 오물오물 씹었다. 나누어 먹으면 될걸. 내가 다 턱이 아팠다.


꽤 재밌는 점심 식사 풍경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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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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