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 건너 작은 시골 마을에서
수묵화처럼 담백한 한 청년을 만났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어머니와 조국을 사랑한
시인 동주를 만났다.
투쟁의 흔적은 시가 되어 차가운 땅에 흩 뿌려지고
고운 청년의 얼굴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 애닮은 곳
과거와 현재의 역동 그리고 미래의 다짐이
단단한 돌틈 사이을 뚫고
하나의 줄기에 피어나는 꽃처럼 새겨져 있었다.
역동의 시대에 시를 사랑하게 된 것을 자책하며
가슴을 뚫고 올라오던 아름다운 시상에 부끄러워하던
여리지만 강한 청년 시인 동주를 만나던 날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우지 천변 기슭의 시비를
그저 무력한 분노로 밖에 바라볼 수 없었던 나
누군가가 놓고 간 붉은 꽃다발을 벗 삼은 시비에
야속하게 식어버린 우지 차 한잔을 놓으며
왠지 모를 미안함과 부끄러움 밀려오는 애정에
얼굴을 두손에 묻은 채 한참을 울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