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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 Nov 28. 2022

요즘 나는 중국집에 가면 짬뽕을 먹는다

마음 아픈 날이 많은 어른의 삶

  어렸을 때는 짜장면을 참 좋아했다. ‘짬뽕이 좋아, 짜장면이 좋아’라는 질문은 나에게 크게 의미가 없었다. 더 볼 것도 없이 짜장면이었다. 기름지고 달짝지근한 것이 소위 초등학생 입맛을 가진 나에게 딱이었다. 오히려 짬뽕이 왜 좋은 거냐고 반문했다. 그런데 엄마는 꼭 중국집에 가면 짬뽕만 시키곤 했다. 그저 빨갛고 맵기만 한 저것이 무슨 맛이라고 저리 짬뽕만 시켜 먹는지를 몰랐었다.      


  요즘 나는 중국집에 가면 짬뽕을 먹는다. 짬뽕의 그 맵고 뜨거운 국물에 하루의 고단함을 녹인다. 온종일 얼어붙은 몸과 마음이 짬뽕 국물에 녹을 때가 많다. 짜장면은 내 입에 여전히 달고 맛있지만, 입속에 있을 때만 잠시 즐거울 뿐 하루의 고단함을 녹여주지는 않는다.     


  엄마도 그랬을까. 고단한 하루 몸도 맘도 얼어붙은 거 같을 때 그 마음을 맵고 뜨거운 국물로 녹이려고 그랬을까. 굳이 그런 의도 같은 거 없었어도 상처받고 얼어붙은 마음 한구석을 그렇게 녹여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스팔트 도로 사이 빌딩 속에서 일하고 있자면 사람들도 마치 건물 시멘트같이 딱딱하고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적은 돈 앞에서 인색해지고 생활의 고단함에 지치고 신경질적이 되곤 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다 보면 나 또한 마음이 딱딱하고 차가워질 때가 많다. 그런 날 중국집에 가면 짬뽕이 먹고 싶다.      


  일하다 보면 어떤 날은 이유 없이 욕을 먹을 때도 있고, 의도치 않은 실수를 바가지로 해서 엉망진창인 하루를 보낼 때도 있다. 그렇게 하루의 고단함과 크고 작은 상처로 잔뜩 구겨져 있던 마음을 짬뽕으로 녹여 펴낸다. 그렇게 온기를 얻은 후 식당 문을 열고 나와 다시금 차가운 거리를 걷는다. 주변 공기는 추위를 머금 차갑지만, 짬뽕의 온기가 가득 남아 있어 마음만은 왠지 든든하다.



이미지 출처_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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