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절대 알 수 없는 비밀
이틀 동안 심한 생리통에 시달린다는 핑계로 설거지를 미뤘다. 남편이 설거지 요정이 되어줬으면 했지만 그도 여력이 없었다. 덕분에 개수대에 설거지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참지 못한 나는 눈을 뜨자마자 설거지를 해치웠다. 집안일은 더 참지 못하는 사람이 지는 거다.
설거지로 젖은 티셔츠의 배 부분을 말리느라 거실에 앉아있던 나는 남편이 곧 일어나면서 배고프다고 말하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은 그렇게 말하면 달려가서 혼내줘야지라고 다짐한 참이었다. 남편은 한시에 깨어났고, 예상한 대로 읊자 나는 바로 달려갔다.
"선영아, 몇 시야? 배고파."
"오빠! 오빠가 나한테 하는 말은 몇 시야, 배고파, 졸려, 밥 먹자 밖에 없어?!"
"사랑해."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진심으로 화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이런 식으로 애정표현을 하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갈 것이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쫄면 먹고 싶어."
눈 뜨자마자 분식을 외치는 모습에 당황했지만, 나 또한 점심을 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배달 어플을 열었다. 그리고 돈가스와 쫄면을 검색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편은 쫄면을 시켜주고 나는 김밥을 시켜서 먹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김밥을 떠올리지 못하고 떡볶이만 생각난 게 아쉽다.
난 떡볶이보다 돈가스나 감자탕 같은 든든한 음식이 더 좋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참았던 식욕이 터졌다. 저녁엔 단백질 셰이크로 끝내려고 했는데, 과일을 흡입했다. 분명 시작할 땐, 무화과 2개만 먹을 생각으로 접시에 예쁘게 담아서 들고 갔다. 그런데 먹다 보니 달달한 참외가 생각났고, 하나만 더 먹을까? 하면서 냉장고에서 계속 꺼내 먹다가 꼬마참외를 4개나 까먹었다. 그렇게 식욕이 고삐 풀린 망아지는 밤까지 내달렸다. 남편은 절대 내가 다이어트하는지 모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