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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파업? 야, 나도!

by Carroty

새벽 12시에 바나나킥으로 시작한 폭주기관차의 죄책감은 상당히 심했다. 이걸 이 시간에 먹었는데, 언제 자는 게 가장 좋을까 고민했다. 그렇다고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할 컨디션도 아니었다. 잠깐만 할 생각으로 심즈를 켰다. 불과 며칠 전에 게임 팩을 샀는데, 가을 세일이 시작되어 할인이 들어갔다. 억울해하면서도 플레이를 했고, 어느새 아침이 밝아 있었다.


평소에 아침식사를 늦잠 자서 못 먹는다고 표기했는데, 그 기상시간은 보통 10시였다. 그런데 오늘은 늦늦잠이었다. 오후 1시에 일어났다. 나보다 일찍 잤는데도 2시에 일어나는 사람과 함께 살아서 그런지 괜스레 나는 부지런한 것 같다는 위안을 받았다. 오래간만에 남편이 쉬는 명절연휴였다. 그래서 푹 잘 수 있게 내버려 뒀더니 기상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었다. 이래도 괜찮을까 싶었지만, 그냥 내버려 뒀다.


그런데 웃긴 게, 나는 원래 쉬는 사람이었는데 남편이 쉬니까 괜스레 나도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묘한 마음이 자꾸 들었다. 「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도 추석 연휴로 한 열흘 연재 쉰다고 하고 푹 쉬어버릴까, 하는 유혹이 들었다. 가뜩이나 생리통으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어서 파업에 대한 열망이 더욱 강해졌다.


점심 설거지를 미뤘고, 저녁 준비도 하기 싫어졌다. 마침 파스타 무료 쿠폰이 있어서 남편은 쉽게 넘어왔다. 유제품이 들어간 피자를 먹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우울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10분 루틴 (읽기, 걷기, 쓰기) 모두 다 하지 않고 쉬는 걸로 스스로와 합의를 봤다.


파업? 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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