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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Jun 15. 2024

미국에서 강아지 키우기

요새 유튜브에서 종종 보는 컨텐츠가 반려견과 아이들이 함께 놀고 잠자고 장난도 치는 동영상이다. 그런 동영상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도 웃음을 짓게 되고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우리 집에도 강아지가 한 마리가 있고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데 강아지 뒤치다꺼리까지 하느라 힘들긴 하지만 우리 집 강아지는 이제 어엿한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한국에서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한국에서는 어떻게 강아지를 입양하고 어떻게 양육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미국에서의 내 경험을 나누어 보려고 한다.


강아지 입양하기

강아지를 입양하기 위해 첫째와 내가 수년을 졸라서 겨우 온 가족의 동의를 얻게 되었다.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이나 파양견을 데려오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강아지를 키워본 경험이 없었고 또 가족 중 일부는 어린 강아지를 선호했기 때문에 어린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와이프가 주변에 강아지를 입양한 지인들을 통해 어디서 어떤 강아지를 입양할지 알아보았고 budget, 품종, 사이즈, 특성 등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와이프가 집에서 조금 떨어진 개인집에서 강아지를 분양하는 어떤 사람이 Labradoodle 강아지 세 마리를 분양 중이라며 보러 가자고 했다. 근무 중이었지만 바로 회사에 말하고 나와서 혹시 강아지를 데려올지 모르므로 필수적인 용품 몇 개를 사서 그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아마 부업쯤으로 분양을 하시는 것 같았고 엄마개와 세 마리의 강아지가 남아 있었다. (일부는 이미 분양됨) 엄마개가 있어서 조금 마음이 불편했지만 일단 강아지들을 처음 만나게 되었고 강아지들은 사람을 좋아하고 활발해 보였다. 사진상으로 마음에 들었던 녀석은 고환이 몸속으로 들어가는 문제가 있지만 다른 문제는 없다고 했고 가장 작은 녀석은 털색이 다른 녀석들과는 많이 달랐고 훨씬 작았다. 그리고 나머지 녀석은 털색이 우리가 사진상으로 마음에 들었던 녀석과 비슷했지만 얼굴이 약간 못생긴 (?) 그런 느낌이었다. 일단 우리는 중성화 수술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고환이 몸 안으로 들어가는 증상이 나중애 어떻게 문제가 될지 몰라 사진으로 찍었던 녀석의 입양은 포기했다. 결국 다시 돌아와서 다른 강아지를 찾거나 나머지 둘 중에서 입양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미 아이들이 강아지를 만난 상태에서 빈손으로 돌아올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결국 내 눈에는 좀 못생겨 보였던 그 녀석이 우리 가족이 되었다. 강아지 입양비는 한국돈으로는 100만 원을 조금 못되게 지불했던 것 같다.


Labradoodle

나도 처음 알았는데 한국에선 어떤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선 다른 품종과 푸들을 섞어서 만든 믹스견이 많이 있는데 특히 푸들의 털이 알러지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우리가 래브라두들을 입양한 이유도 나의 알러지성 비염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 강아지는 정확히는 mini labradoodle = mini poodle + labrado retriever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푸들의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다. 모견을 봤을 때도 그렇고 지금 다 큰 우리 강아지를 봐도 그렇게 “미니”를 붙이기엔 꽤 큰 편인데 그건 당연히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특성이다. 성격도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그것도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물을 엄청 좋아하는 특성이다. 강아지 때에도 호수에 산책을 갔는데 겁 없이 들어가기도 했다.


예방접종

처음에 입양할 때 브리더로부터 기초 예방접종과 건강검진과 관련된 서류들을 인계받았고 그 후에 동물병원에 가서 따로 추가적인 건강검진과 예방 접종을 받았다. 광견병과 같은 기초적인 예방접종은 다 받았고 또 주기적으로 심상사상충 관련 약도 먹고 있다. 한국과 다를지도 모르는 부분은 진드기 관련 약도 주기적으로 먹고 있다는 건데 산책을 나가는 환경이 도시와 다르게 잔디밭이나 풀숲이 많고 거기서 자유롭게 뛰어놀기도 하기 때문에 진드기가 붙어올 수 있는데 그게 강아지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굉장히 위험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강아지일 때 잔디밭에 풀어놓고 마음껏 뛰어놀게 하곤 했는데 어느 날 귀에 엄청 큰 진드기가 붙어 오기도 해서 정말 놀란 적이 있었다.


강아지 보험

강아지를 키우다 보면 강아지가 당연히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생기는데 우리 강아지도 어릴 때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기도 하고 또 여기저기 탈이 나기도 했다. 다행히 와이프 친구 중에 수의사가 있어 지인 찬스를 썼었지만 그래도 실제적인 처치가 필요하면 병원을 가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역시 의료비가 비싼 미국 답게 동물병원도 굉장히 비싸다. 어느 날 새벽에 문제가 있어 24/7 원격 수의사에게 전화로 조언을 받고 한국돈으로 대략 15만원 가까이 내야 했었다. 비용 때문에 산 생명을 병원에도 못 데려가는 건 피해야 하기 때문에 반려견 보험에 가입했다. 비용은 매달 한국돈으로 5 - 6만원 정도 하는 것 같고 진료 비용이 특정 비용 이상 발생하면 정해진 한도 내에서 보험에서 지급되는 방식이다. 어지간한 경우에는 어쨌든 내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 + 보험 커버리지에서 해결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아지 용품

한국에도 요새는 다양한 강아지 용품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미국은 어쩌면 한국보다는 더 다양하게 더 쉽게 애견/반려견 용품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마지막까지 강아지 입양을 반대하던 와이프는 엄마를 잃은 우리 집 강아지가 엄마처럼 와이프를 쫓아다니기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강아지가 원하는 모든 걸 아니 원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사주기 시작했다. 우리 집이 3층인데 강아지 침대가 각 층에 한 개씩 있는 걸 떠나서 거의 각 방마다 있었던 적이 있었고 강아지랑 첫 캠핑을 간다고 강아지 캠핑의자, 강아지 텐트, 강아지 구명조끼 등등 매우 과할 정도로 강아지를 위해 모든 걸 다해주기 시작했다. 한동안 경제적인 손실이 막심했었다…


회사에 강아지 데려가기

우리 회사에는 - 미국에서는 특별한 게 아니지만 - 특별한 policy가 있는데 집에 반려견 혼자만 있어야 하는 경우 강아지를 데리고 출근할 수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강아지는 너무 활발하고 사람을 좋아해서 데리고 출근할 수 있지는 않지만 가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주인 옆에 가만히 누워서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들을 보곤 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책상이나 사무실을 강아지 사진으로 꾸미기도 하고 또 사무실에서 반려동물 관련 이벤트나 도네이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많은 동료들이 다양한 반려 동물들과 함께 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는 아주 쉽고 중요한 삶의 방식이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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