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다이어리 시리즈
겨울은 늘 그렇듯 춥다. 춥다고만 형언하기엔 겨울이 가진 여러 아름다운 측면이 있으니 그건 좀 아쉬우려나. 각자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해서 노력하겠지만, 어느 순간 겨울이 지닌 차가움을 느끼는 데엔 격차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예전에는 딱히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겨울의 잔인함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뉴스를 자주 보게 되면서 흔히들 '세상 돌아가는 법'에 대해서 알아가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세상 돌아가는 방법'은 주로 나와는 전혀 상관없이 느껴지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결국엔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 세상의 '국룰'에 대해 상세하게 알아간다라는 뜻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에서부터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갑질 사건들까지. 누구나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면 '세상 말세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렇듯 행복할 것 없는 세상에 추운 겨울이라니. 사시사철 따뜻하기만 한 나라였다면 어땠을까라는 망상적 생각을 통해서 현실의 부정적 측면을 조금은 벗어나려 애써보지만 겨울은 겨울이기에, 시간이 약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언젠간 봄이 오지 않는가.
깜깜한 밤이 지나고 아침에 일어나 마당에 나가보니 하얗게 온 세상에 눈이 내렸다. 위 사진은 우리 집 마당에서 찍은 사진이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눈이 온 경관을 보면 사람들의 마음에 안정감이 크게 자리한다고 했다. 아마 눈이 오게 되면 도시 건물이 갖고 있는 모서리 부분들이 눈에 가려지고, 배경이 전체적으로 흰색으로 통일되기 때문이라 했던 것 같다. 눈은 이렇듯 우리에게 추운 시련을 주면서도 마음의 안정감을 주는 이상한 존재이다.
위의 사진을 찍은 날에는 눈이 많이 왔다. 평소보다도 더 많이 온 것 같다. 산 꼭대기 집에 사는 것도 서러운데 이런 시골엔 제설 작업도 없다. 있긴 있는데 거의 안 온다고 봐야 옳으려나. 우리보다 사람들이 더 많은 곳에 지원을 가야 작업의 효과성이 좋기 때문에 일 것이다. 난 이를 원망하진 않는다. 다만 이렇게 많이 쌓인 눈이 빨리 녹지 않는 이 겨울의 마이너스 기온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나보다는 아마 엄마가 더 고생했을 것이다. 굽이치는 그 길을 엄마는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밀었다. 추운 아침이었지만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을 것이고, 손과 발은 꽁꽁 얼었을 것이다. 내가 고생하는 것이 싫어 주로 엄마가 눈을 쓴다. 내가 하겠다고 해도 기어코 말리는 그녀의 이름은 '엄마'이기에, 아마도 두텁게 쌓인 눈보다 딸의 따뜻하고 보드라운 손이 망가질까 더 두려우셨던 것 같다.
어쩌다가 엄마 이야기까지 나왔는진 모르겠지만, 겨울이 원망스러운 사람들은 나 말고도 많을 것이다. 계절 중에선 가장 춥고 시린 겨울이라는 계절이라지만 그렇게 단정 하기엔 겨울 속 서로를 생각해주는 따뜻함을 그냥 지나치는 것으로 치부하기엔 뭔가 많이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그대의 겨울은, 안녕하신지 여쭙고 싶다.
안녕할 수도, 안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괜찮다.
이제 곧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