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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한 달 살기 아들은 어떤 생각일까

경남 함안 한 달 살기

"엄마, 함안 가는 날, 하루만 더 있다 가면 안 돼요"

" 왜?"

"내려가는 날이 반 피구 대회하는 날인데, 피구 하고 싶어요"

"음...."

'그래, 여기서 공감해주는 말을 해줘야 해' 하면서 뇌 속에서 해야 할 말들을 찾는다.

"너, 정말 피구 하고 싶구나, 하긴 매 학년마다 너네 반이 6개 반 중에서 거의 1,2등 했었지.

거기다가 너 항상 주전으로 뛰면서 엄청 열심히 했었는데, 그렇지?"

"맞아요, 매번 우리 반에 피구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맞아, 너도 완전 잘하잖아. 작년 5학년 담임선생님도 너한테 피구대회 후에 피구왕이라고 하시더라."

"엄마 혼자 내려가고, 아빠한테 함안 데려다 달라고 할게요."

"함안까지 기차로 4시간 50분 걸린대. 아빠 이틀 휴가 내야 할 거리야."

"그렇게 멀어요?"

"경남이잖아. 우리나라 지도에서 경상도 지방 알지? 거기에서도 남쪽으로 가야 해."

"함안이 먼 곳이네, 어쩔 수 없죠 뭐."


이렇게 일단락이 되었다. 아직도 경남 함안이 와닿지 않은 아들. 이렇게 대화로라도 먼 곳이라는 것과 지도상에 어디에 있는지 대화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 가기 전에 나눠서 다행이다. 아들은 마치 1~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했나 보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두 가지를 다 할 수는 없다. 매 순간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삶이다. 특히 여행지에서는 더 그럴 것이고 가기 전에 예행연습을 한  셈이다. 


"여행 가서 하고 싶은 일 있니?"

"딱히 없어요."

"...... 생각해봐."


아들은 학교에 20일 체험 신청서를 내고 다니던 학원도 한 달 쉰다고 했다.  이틀 동안은 학교 다녀오고 나서 오후엔 그냥 놀았다.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했더니 핸드폰 게임만 한다. 그러다가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러 1~2시간 다녀오기도 하고 동네 공원에서 공 던지기를 놀이를 하거나 축구를 하기도 했다. 가끔씩 멍 때리고 있기도 한다. 그런 시간이야말로 중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다. 멍 때리기야말로 명상이 아닐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순간에 집중하기, 그것도 편안하게~


아들에 대한 나의 생각은 학교 다니는 시간, 학원 다니는 시간 빼고는 핸드폰 게임만 한다고 생각했다. 몇 달 전에 2G 폰에서 스마트폰을 사준 이후에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늘었으나 아직까지 지켜봐 주고 스스로 조절하라고 있는 상태다. 당연히 조절 안 될 것이다. 어른도 스마트폰 사용 조절은 힘드니까. 학교 숙제나 학원 숙제를 스스로 알아서 잘해가고 있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뿐이다. 최선의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시간제한을 두어야 하는지, 아들을 믿고 맡겨도 되는지.......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안다. 핸드폰 게임보다 엄마와의 관계가 우선이라는 것, 괜히 게임 못하게 하려다가 관계가 나빠지면 이것도 저것도 되지 않는다. 관계가 좋다면 어떤 대화도 가능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들은 함안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

단지 학교, 학원을 쉬니 좋은 것 같다.

생각이 없어도 좋다.

가면 생각을 하게 될 테니까.

상황이 생각을 하게 만들 테니까.

생각을 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엄마와 같이 걷기만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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