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세상살이란 신이 벌이는 신성한 게임 같은 것

함안 한 달 살기

선정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건만 그다음에는 그보다 더 분주한 준비의 과정을 마주 보고 있다.

여행이나 휴가, 캠핑을 가기 전에 계획하고 장보기를 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처럼 이 과정을 즐기려고 한다. 하지만 숙박지 결정은 만만치 않다. 


선정자 발표가 나자마자 초등 6 아들 체험학습신청을 내야 해서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1개월 체험 신청은 처음이라서 될지 모르겠다며 알아보고 전화를 주신다고 했다. 너무 멋진 계획을 세우셨다며 축하해주셨다. 어머나~ 1개월 학교 쉬고 여행 가는 일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닌가 보네. 맞아, 두 딸들 키워봤지만 2~3일 체험학습 신청을 해봤지만 1개월은 해본 적이 없다. 셋째이다 보니 한 달 쉬어도 아무 이상이 없겠다는 확신과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교육철학이 생긴 거다. 두 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제야 마음의 여유와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 1시간 후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오늘 내로 제출해달라는 말을 들으니 나의 여행 계획이 아닌 아들의 여행 계획과 목적을  작성하면서 아들에게는 어떤 여행이 되어야 할까를 생각해보았다. 


나의 여행 목적과 계획은 무엇인가?

함안지역 구석구석을 발로 다니면서 자연을 느끼고 그 지역을 배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몸으로 느끼는 감각을 글로 써보고 싶다. 눈으로 , 코로, 입으로, 귀로, 피부의 5 감각, 거기다 영적인 감각까지 6 감각을 총동원하여 생생하게 기록하고 싶다. 함안에서만 가능한 6 감각으로 본질과 신성함을 진정으로 느껴보려고 한다..


마음속에 갇혀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꽃이 정말 예쁘다'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단지 자동적인 정의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고요하지 않고 현존하지도 않으므로 꽃을 보고도 그 본질과 신성함을 진정으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143P, 에크하르트 톨레)


아들은 어떨까? 아들은 왜 따라나선 걸까? 아들 친구들 말대로 이런 추억을 만들 기회가 없어서, 엄마를 지켜야 해서? 여행 목적에 대해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다. 학교, 학원, 게임, 친구들에 집중해 있기 때문에 조용하게 떠나는 기차 안에서 나눌 생각이다. 5시간 동안 가야 하는 기차에서 이야기하려고 말을 아끼는 중이다. 체험 신청서에는 함안지역을 둘러 불 곳을 체험하는 것과 더불어 사춘기로 접어드는 중요한 시기에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기회와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감사의 기회를 갖는 목적을 적었다. 엄마와의 좋은 관계를 통해서 앞으로 힘든 과정을 만났을 때 추억의 힘으로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지루함을 견디는 힘, 걷고 또 걸으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다. 어렸을 때, 마지막 초등학교 6학년 때야말로 정말 여행하기 딱 좋은 때가 아닐까


체험학습 신청서를 급하게 제출하고 난 후 숙박을 정해야 한다.

난감하군......

아들과 같이 지낼 곳을 인터넷으로만 검색하려다 보니 한계가 있고 마음에 썩 드는 곳이 나타나지 않아서 이틀을 노트북에 코 박고 있었다. 

논어 필사를 같이 했던 함안 사시는 분을 통해 숙박 정보도 얻고 통화를 한 후 함안군청으로 전화를 했다. 역시 담당자가 가장 잘 알고 있고 마침 숙박 리스트를 선정자들에게 메일을 보내려고 한다며 아이와 보낼 곳을 잘 안내해주셨다.


검색을 하고 여기저기 찾아보았더니 주중은 가능한데 주말이 문제였다. 일단 주중 3일은 미리 봐 두었던 펜션을 예약했는데 주말은 불가능했다. 3일 후 옮겨야 하나? 옮기자! 여행의 묘미지. 유목민 체험을 하는 거야. 주말 예약은 거의 꽉 차 있어서 걱정이 되었고 문의를 하던 과정에 실마리를 찾았다. 예약하고 싶었던 체험민박에서 소개해주셨는데 여행사 진행하는 함안 체험여행을 신청하면 주말에 그곳에 묵을 수 있다는 것이다. 1박 2일 체험여행을 하면 주말이 해결되고 주중까지 연결해서 잘 수 있으니 7일이 해결된 것이다.  체험비용 성인 6만원, 초등 3만원이다. 함안군청에서 지원하는 숙박비 1일 10만원 지원이니 내 숙박비 6만원은 커버가 가능하다.(미성년자 지원하지 않음). 10일간 예약을 하고 나머지는 현장 박치기를 할 예정이다. 돌아다니고 만나다 보면 좋은 숙박지가 또 나타나겠지. 모두 다 예약하고 가면 좌충우돌하는 현장감이 없어지지. 여행에서 때론 모험을, 우연한 만남이 있어야 재미있다. 여행지에서 문제 해결을 즐기는 게임을 할지, 갈등하는 게임을 할지 내가 선택한다. 


고대 인도의 선지자들은 세상살이란 신이 벌이는 신성한 게임 같은 것 (릴라 lila)이라고 보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146p, 에크하르트 톨레)


숙박지만 예약을 해도 한숨이 돌려진다.

걱정을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고 시간이 되어 기다리면 해결해주기도 한다. 

나머지는 하나씩 준비하고 현실에 충실하다 가리라.



메인사진 출처 함안군청 인스타@haman_official_



이전 03화 함안 한 달 살기 선정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