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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한 달 살기 선정 후 기다림의 나날들

함안 한 달 살기


함안에서 한 달 살기

말이 한 달이지  한 달 살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

가장 큰 준비는 가려고한 '마음먹기'다. 

나는 왜 가고 싶은가?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싶어서일까?

낯선 곳에서 브런치를 쓰고 싶어서일까?


11월 1일 드디어 참가자 발표하는 날이다.

아무리 목 빠지게 기다려보아도 메일도, 문자 메시지도, 홈페이지 공지글도 없다.

'떨어졌나 봐...... 그럴 수 있지. 좀 더 젊은 사람들이 함안을 방문해서 홍보하고 그들의 느낌을 전하는 게 오히려 함안 입장에서는 더 신선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괜히 나이에 시비를 걸어본다.

온 가족이 귀가하자마자 물어보는데 같은 이야기를 4번이나 맥없이 해야 했다.

'다음 기회에 가면 되지 뭐, 내 할 일이나 열심히 하자' 생각하면서도 들떠 있던 마음을 가라앉히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공고문을 다시 살펴보았더니 발표는 '11월 2일!'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 발표였다.

" 앗싸, 아직 기회가 있다. 기다려보자 " 또 하루를 기다릴 생각을 하니 읽어야 할 책, 써야 할 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하기 힘들었다. 마음이 온통 콩밭,  함안에 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상상의 나래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숙박은 어디에서 할까? 

민박, 펜션, 호텔...... 숙박하는 곳도 여기저기 검색해본다.


'입곡 군립공원' 도 있다.  산과 숲 자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공원, 산이라고 하면 무조건 좋다. 

출렁다리는 가슴이 철렁하여 말만 들어도 싫어했건만 이번에  갈 수만 있다면  입곡 군립공원 출렁다리도 꼭 건너보리다. 마음먹기에 따라 출렁다리도 이뻐 보이는구나.


함안 악양 생태공원도 핑크 뮬리도 멋지구나.

'핑크 뮬리가 지기 전에 가야 할 텐데' 걱정도 해본다.

그 유명한 남강 옆에 공원이 있구나. 여기서 내가 즐기는 달리기를 하거나 산책한다면 낙원이 따로 없겠네.

"즐겨 달리고 좋아하고 애지중지하던 나의 산책코스, 러닝코스 안양천이여~ 한 달 있다 만나자~ "하고 인사도 건넨다.


함안 말이산고분군 세계 유산 등재 기원 아라가야 Go Go 걷기 챌린지도 있다.

'걷기 좋아하는 나를 위한 걷기 챌린지인데, 가야 하는데.... '하면서 상상이 끝이 났다.


11월 2일 아침이다.

새벽 기상을 4시 30분에 하고 감사일기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책을 읽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책 내용이 어려운 건지 마음에 없는 건지 계속 같은 페이지만 읽고 있다. 어서 9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9시, 10시, 11시가 되어도 메일, 문자는 없다, 없다, 없다....

오후 2시에 함안군청으로 전화를 해본다. 

어쩌나, 담당자가 없단다. 4시에 다시 해보라고 친절히 안내해준다.

4시까지 기다리기 힘들어서 '가타카'라는 영화를 보면서 그야말로 시간을 죽였다.

그나마 주인공의 신분이 탄로 날까 봐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많아서 시간이 훌쩍 갔다.


4시에 전화를 걸었다.

" 신청자가 많아서 심사 중입니다. 오후에 문자 갈 거예요"

'아직도 심사 중이다', '신청자가 많다' 두 문장만 머리에 빙글빙글 돌았다.


5시 53분에 문자가 떴다.

번호를 보니 055 지역번호다. 

문자 누르는 것도 이렇게 떨릴 줄이야.

' 생각보다 신청자가 많아서 발표가 지연되고 있음에 양해의 말씀을 전합니다. 내일(11.3. 수) 오전 11시 30분경 함안군 문화관광 홈페이지에 공지사항 게시판을 통해 선정자를 공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또다시 나는 가족 4명에게 공지가 지연되고 있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말했다.

" 신청자가 많은가 봐, 역시 경쟁이 세야 제 맛이지 "

가족들은 나와 달리 시큰둥하다. 

함안에 동행하는 초등 6학년 아들은 1개월 체험 신청서를 학교에 내야 하지 않느냐며 이미 통과한 것처럼 말한다. 나도 체험 신청서 쓰고 싶다, 아들아~


11월 3일 04시 30분에 기상했다. 

오히려 오늘은 마음이 차분하다. 

감사일기을 쓰고 인스타 라방에서 05시 영어 낭독에 참여했다.

06시 '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에크하르트 톨레) 책으로 독서모임을 zoom으로 진행하면서  결과보다 과정,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글을 낭독하면서  발표를 기다리는 과정을 즐기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선정되면 선정된 대로, 탈락하면 탈락한 대로 3일간 나에게  설렘을 준 함안군 한 달 살기에 감사하려고 한다. 신청서를 쓰고 기다린 '일주일' 추가로 감사한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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