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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야호~ '함안' 한 달 살기 신청만으로 설레다

"엄마한테 딱이네요, 가세요~"

'함안' 한 달 살기 참가자 모집을 본 후 혼자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큰딸이 한 말이다. 이렇게도 엄마의 마음을 쏙~ 들게 하는 말이 있을까? 역시 큰딸이구나.


"막내는 어떻게 하고요?"

둘째 딸은 말을 꺼내자마자 막내 걱정을 한다. 막내아들과 사이가 좋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둘은 앙숙이다. 심부름을 시키면 꼭 이자 2천 원을 받아야 하고 치킨 먹을 때마다 닭다리를 놓고 싸우곤 한다. 한 치 양보가 없다. 저번에는 작은 누나가 닭다리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내 차례라고 하면서 기어코 따지면서 먹고 만다.


"엄마,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해요? 가지 마세요"

초6 막내아들은 어리광을 부린다. 금방 다녀올 거면 가도 괜찮다고 하더니만 29박을 신청했다고 하니 탈락했으면 좋겠다고 대놓고 이야기한다. 중학교 입학 신청서도 내야 하고 엄마가 없으면 불편한 게 하나둘이 아니라고 벌써부터 걱정을 늘어놓는다.


" 자기가 가고 싶으면 갔다 와요, 집은 난장판이 되겠지만......"

가라는 말인지 가지 말라는 말인지 아리송하게 말하는 남편의 말, 재차 물어봤다.

" 솔직하게 대답해봐요, 가도 괜찮은지......"

" 나는 괜찮아, 막내가 걱정되긴 하지만 좋은 기회이니까 통과하면 다녀와요"

항상 내가 하는 일에 응원과 지원을 해주는 남편인지라 허락 아닌 동의를 해주리라 예상했다.  


이렇게 가족의 동의 아닌 동의를 다 구하고 나서 참가 모집 공고문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경상남도 도내 거주자 제외이며 2박부터 29박 신청이 가능하고 숙박비는 실비 지원인데 1일 10만 원 이내, 교통비 10만 원  이내 실비 지원, 15박~29 박일 경유 체험비(입장료가)가 20만 원 지원이다. 블로그 7건 포스팅 조건이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sns를 배운 보람이 있군.

팔로워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블로그, 인스타, 팟빵, 유튜브, 네이버 오디오 클립,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주 브런치 작가까지 된 상태라 나같이 글쓰기 좋아하고 여행 좋아하고 산 좋아하고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한다.


블로그는 매일 독서후기, 독서모임 후기, 달리기 일상, 창작시, 캠핑 후기 등 꾸준하게 올리는 터라 블로그에 글을 포스팅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은 없다. 친한 친구에게 가자고 했더니 sns를 쓰는 부담 때문에 가고 싶지 않다고 그냥 여행만 하는 여행을 원한다고 했다. 타지에서 글을 쓰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데 그걸 어렵다고 생각하다니 안타까웠다.


독서모임 지인 중 제주 한 달 살기를 다녀온 분이 있었는데 부럽기는 했다. 제주가 부럽기보다는 일상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살아본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제주가 고향인 나는 친정 동네에서 한 달 살고 싶지는 않다. 매일 보았던 바다와 오름들, 한라산이 내 정서의 고향이기는 하나 여행지가 아닌 고향일 뿐이다. 더 나이 들어서는 귀향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들기는 한다.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


지인에게 이야기하던 중 "막내아들도 데려가세요~"

'오~ 그런 방법이 있었네'. 막내를 데려가면 마음이 편하기는 하다. 학교 다녀와서 몇 시간이나 혼자 있어야 하고 아침에 학교에 가는 것도 깨우기 전에는 잘 일어나지 못하지만 이번 기회에 독립심을 길러볼까 했는데 같이 갈 수도 있겠구나.


아들에게 제안을 했더니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 안 가요, 학교도 가야 하고, 학원도 가야 하고, 친구들하고도 놀아야 해"

초등 6학년이 1개월 학교 안 간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체험학습 신청하고 다녀오면 괜찮다고 말했다. 언제 엄마하고 긴 여행을 할 수 있겠냐면서 같이 가고 싶다고 부탁했다.

" 그냥 거절하지 말고 이틀만 곰곰이 생각해보고 말해줄래"

"알았어요."


이틀 후 아들이 의외로 함안에 가겠다고 한다.

"왜 그렇게 결정했어?"

"친구들이 아주 좋은 기회래. 중고등학교 가면 1개월 동안 학교 빠지기도 힘들고 이번 기회에 실컷놀다 오래, 자기들이라면 함안 간대요.  엄마도 지켜드릴 겸 가래요."

"하하하, 그 친구들 참 기특하네"

엄마가 말할 때는 안 간다고 하더니만 친구들이 가라고 하니 쉽사리 넘어간 아들.

아들이 따라간다면 자유가 조금 없어지기는 하겠지만 무거운 짐을 들어주기에 힘도 있고 키도 크고 발도 나보다 크니 든든하기는 하다.


경상남도 함안군~

경기도민으로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에서 낯섦을 느끼고 싶고 글을 쓰고 싶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여행기를 쓰고 싶다. 아이들 셋 키우느라 나를 위해 집을 비워본 적이 없다. 온라인 마라톤 10km 3회째는 함안에서 달리고 싶다. 상상만으로도 너무 즐겁다.  통과하기만을 기다리는 나날이다. 드디어 내일이 발표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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