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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한 달 살기 선정되다

경남 함안 한 달 살기

"11시 30분경 홈페이지 함안 한 달 살기 선정자 공지"


일부러 신경을 안 쓰려고 일상의 루틴대로 이어나갔다.

다행히도 운영하고 있는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필사를 하는 날이라 다행이다.

필사야말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면서 글 쓰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다리기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는 싫었다.


하필이면 '갈매기의 꿈' 필사 부분마저도 내 이야기 같다


'날개 끝부터 날개 끝까지 몸 전체는, 너희의 생각 자체가 볼 수 있는 형태일 뿐이다. 생각의 사슬을 끊고 육체의 사슬도 끊어라......'


그래, 선정자를 기다리는 생각의 사슬을 끊으려고 필사하고 있잖니?, 집에만 묶여 있는 육체의 사슬을 끊으려고 함안 한 달 살기 하려고 하잖니? 하고 혼자 말한다. 기다림의 사슬을 끊고 필사에 몰두하려고 했건만 필사마 저도 함안의 사슬로 엮고 있는 나를 보며 지긋이 나를 바라봐주었다.


생각의 자유가 나를 함안으로 이끈다.

집을 한 달 비워도 괜찮다는 생각, 초6 아들 학교를 1개월간 안 가도 괜찮다는 생각, 꼭 집이 아니어도 내가 하는 일은 함안에서도 노트북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 불편함을 감수하고 낯섦, 호기심과 새로움으로 배우겠다는 생각,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글을 쓰겠다는 생각 등이다. 이런 생각의 유연함과 자유가 있어서 도전하지 않았을까?


육체의 자유가 나를 함안으로 이끈다.

평상시 걷기, 수영, 달리기로 건강을 유지했기 때문에  함안으로 갈 수 있다. 항상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고 몸이 아파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도전하기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어디로든 가고 싶다면 몸부터 챙기면서 운동을 하라고 자주 말하곤 한다. 이제 그때가 온 게다. 갈 수 있을까?


필사 후 읽는 책에서도 여행에 대한 문장이 나온다


'당신이 여행을 하고 있을 때, 목적지나 방향을 아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행에서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지금 내딛고 있는 걸음이라는 것을. 그것이 전부입니다.'('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132p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함안 여행을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순간의 일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지 나는 이 과정을 충분히 즐기고 있으며 선정된 후라도 한 걸음 한 걸음 함안지역을 그 순간순간 즐기겠다. 목적이나 방향도 중요하지만 항상 존재해 있는 현재의 지금 이 순간을 관찰하고 느껴보고 집중한다. 책을 읽을 때는 책에, 산책을 할 때는 발걸음에, 설거지할 때는 설거지에, 빨래를 널 때는 널기에만, 글쓰기에는 글을 쓰는 것만에 오롯이 집중하고 딴생각을 잘 안 한다. 그런 시간이 길수록 삶의 충만함을 느끼고 마음이 평온해진다.


11시 36분 공지가 떴다.

늦어져서 죄송하다는 문장과 함께 선정자 리스트가 보인다.

클릭을 하기 전에 부엌으로 가서 물을 마셨다. 설사  선정되지 않더라도 " 신청하면서 충분히 행복했어, 즐겼어"라고 쿨하게 말하자고 다짐하면서.


"앗싸~ 내 이름이 있다. 이렇게 이름 석 자가 반가울 줄이야!"


2~3번 확인한 후 하현우의 '돌덩이' 노래를 들으며 헤드벵잉을 한 후 기쁨을 나누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었다.

가족 단톡방에 선정되었다고 하니 남편은 축하한다고 답을 남긴다. 흔쾌히 가라고 해줘서 고맙다고 하트와 함께 단발머리 이모티콘을 남겼더니 큰딸은 엄마 닮았다며 킥킥 웃는다. 단발 머리 소녀 눈이 점 2개이건만 뭐가 닮았다는 건지. 그래도 괜찮다. 선정된 기쁨이 크니까. 초6 아들은 축하한다는 말도 없이 언제 가냐고 묻기만 한다. 항상 카톡에는 답장을 할 때 공감을 해줘야 한다고 아빠를 교육시키더니만 오늘은 공감을 빼먹는다.  둘째 딸은 반나절이 지나도 읽었으면서도 답이 없다. 모두 용서하리라, 넓~은 마음으로.


브런치 작가 도전한 단톡방에도 기쁨을 전했다.

선정자 발표되기만을 두근거리며 기다려주셨고 멋진 경험이 될 거라는 글, 함안의 스토리가 글쓰기에 생생하게 담기겠다는 글, 함안의 생활이 기대되고 놀러 가겠다는 축하의 글이었다.


4년 이상 같이 공부하는 독서논술 선생님들의 단톡방 축하글을 보면서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 좋은 경험이 되겠어요."

"도전하시는 모습이 늘 아름다우십니다."

"뭔가 깨달음을 얻고 오실 것 같은 느낌이에요. 누리고 오세요."

"좋은 글, 기대할게요."

"늘 새로운 도전과 또 하나의 추억 만들기 좋아요."

"진짜 멋지세요."

"새로운 경험에서 또 얼마나 많은 것을 창조하실지..... 정말 응원합니다."

"배우고 느낀 것 공유해주세요. 대리만족, 항상 응원합니다."

"도전과 용기라는 두 단어가 떠오르네요. 조심히 잘 다녀오셔요"


'도전, 용기, 깨달음, 새로운 경험, 배움, 공유, 아름다움, 좋은 글, 추억 만들기, 창조, 응원' 나의 가치관이 닮 겨 있는 낱말들이라서 저녁에 다시 찬찬히 보면서 감사함과 함께 '내가 이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구나'를 느꼈다.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선생님들~ 고마워요.


참여자 모집글을 보는 순간부터 선정자 발표와 여행하는 순간까지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여행 간다는 상상을 하는 나

선정되기 위해서 sns 글을 더 정성스럽게 쓰는 나

가족을 두고서 혼자 여행 가고 싶은 나

왜 가려고 하는가? 자꾸 묻는 나

선정되기는 무척 기다리는 나

다른 일에 더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나

선정된 후 소리 지르는 나

아들 동행으로 미묘해지는 감정이 있는 나

아들과 티격태격 싸우는 나

아들에게 의지하는 나

감사하며 하루를 보내는 나

함안에서 글을 쓰고 싶은 나

산책하고 달리기를 하고 싶은 나

나무를 만지고 꽃을 보고 돌멩이 하나에도 애정을 보내는 나

차분하고 초연해지려고 애쓰는 나

그 순간을 즐기는 나


떤 순간이 와도 나를 잃지 않고 그 순간을 즐기는 내가 되리라!


*메인 사진 퍼옴ㅡ인스타그램  함안@haman_official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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