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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 봉성 저수지에서 뛴 2021춘천 마라톤대회

경남 함안 한 달 살기 프로젝트

마라톤 복장,  버추얼 춘천 마라톤 대회에서 받은  메달, 배 번호, 티셔츠, 레깅스


경남 함안 한 달 살기 프로젝트 선정 후 제일 먼저 준비한 옷은 마라톤 복장이다.

경기 광명에서 함안까지 한 달 살기 위해 준비한 옷과 자잘한 필수품으로 대형 캐리어는 꽉 찼지만 다른 옷을 빼더라도 이 옷은 꼭 가져가리라. 제일 먼저 캐리어에 넣었다. '2021 버추얼 춘천 마라톤 대회'는 온라인 대회로서 전국 어디서나 참여 가능하다. 평소 운동하던 장소거나 다른 장소에서 핸드폰에 앱을 깔고 거리측정을 해서 대회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면 인증이 되는 대회다. 코로나가 낳은 마라톤 대회의 또 다른 진행 방법이다.


평소에도 운동삼아 달리기를 하고 있지만 올해 온라인 대회에 10km, 4회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집 근처에서 10km를 뛰기도 하지만 괜히 대회라고 하면 열심히 하게 되고 뛰는 재미가 남다르다. 2만 원을 내고 티셔츠, 메달, 레깅스를 받는 기쁨도 크다. 무엇보다도 성취감과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다른 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활력을 준다. 10월은 문화 마라톤 대회, 11월은 프리런 마라톤 대회에서 10km를 완주했고 이번이 3번째 온라인 대회다.  


2021 버추얼 춘천 마라톤 대회 신청 안내

버추얼 춘전 마라톤 대회를 신청하면서 11월은 경남 함안 한 달 살기 프로젝트에 선정되면 함안에서 뛰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 작은 꿈이 이루어졌다!


함안 내려온 후 이틀 동안 주위를 둘러보다가 여항산 봉성 저수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산책으로 한 바퀴 돌면서 '여기가 아니면 어디를 뛴단 말인가'라는 생각으로 나만의 코스를 정했다. 풍경이 아름다우면 덜 힘들기도 하고 기분도 좋다. 홀딱 반한 아름다운  봉성 저수지다.


주중보다는 일정이 덜한 토요일 아침으로 날짜를 잡았다. 아침에 '트렌드 코리아 2022' 낭독 독서모임에 참여한 후에 달리기로 마음을 먹고 딴생각이 들기 전에 마치자마자 마라톤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내일로 미룰까 봐 나도 내가 무섭다.  날씨가 차가워 목티를 입고 신청한 후 받은 티셔츠와 레깅스를 입었다.  뛸 때마다 입는 좋아하는 주황색 짧은 팬츠도 입었다. 겉옷도  챙겨 입는다. 달리다가 몸에 땀이 나면 벗고 달리면 된다.


어~ 발가락 양말이 없다! 분명 챙겼는데.......

처음에 달리기를 연습할 때 5km 달리기는 괜찮았는데 10km를 달리다 보니 발가락이 발톱에 눌려서 피가 났다. 뛸 때는 몰랐는데 집에 와서 신발을 벗어보니 양말에 핏자국들이 선명하게 났었다. 아마도 힘이 드니 발가락이 아픈 줄도 모르게 뛴 게 아닐까 싶다.



그 이후부터 남편이 자주 신는 발가락 양말을 신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에 남편 몰래 신고 뛰었는데 발가락이 아주 편했다. 내 발에 맞는 발가락 양말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서 달릴 때마다 신곤 한다. 쇼핑몰을 구경하다 보니 마라토너들을 위한 품목으로 발가락 양말이 있었던 것, 혼자 연습하느라 나만 몰랐던 것이다. 그 꼭 필요한  양말을 안 갖고 온 것이다. 가볍게 뛰는 것은 괜찮지만 10km를 1시간 30분 이상 뛰면 초보자인 나의 발에는 무리가 간다. 앞으로의 여행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여행에서는 건강과 컨디션이 제일 중요하다. 아프면 일정이 난감해진다. 가장 조심하는 부분이다.

모자를 꺼내려고 백팩 안을 살펴보다가 발가락 양말을 발견했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 짐을 다 싸고 난 후 갑자기 발가락 양말이 생각나서 백팩에 쑤셔 넣었는데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여항산 정원 펜션에서 저수지를 향해 출발~

핸드폰에 나이키 러닝 앱을 켜고 허리 쌕에 핸드폰을 넣은 후 여항산 정원 펜션 입구부터 봉성 저수지로 달리기 시작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11월 14일 토요일 아침 7시 30분) 손이 시리다. 가져온 장갑도 끼고 달렸다.  달리면서 어떻게 달리는 모습을 기록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사진만 찍어서 기록을 남길 것인지, 앱으로 기록시간만 남긴 것인지 생각하다가 봉성 저수지가 오늘의 소개하고픈 주제이니 핸드폰을 들고 봉성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야겠다. 봉성 저수지가 2.9km이기 때문에 힘이 남아있을 때 들고 찍는 게 가장 낫겠다. 나중에 들고 찍으려면 보나 마나 만사가 귀찮아서 찍기조차 힘들 것임을 누구보다 뛰어본 경험이 있는 내가 잘 안다. 저수지 앞에 도착하자마자 열기가 나서 겉옷은 입구에 두고 달리기 시작했다.


봉성 저수지 걷기 코스 출발점


400m까지는 저수지 경치가 좋아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보도블록과 나무 데크로  되어 있어서 달리기에도 불편하지 않았다. 달리면서 이런 곳을 달리다니 참 내가 복 받았다고 혼잣말을 하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달렸다. 핸드폰을 들고 풍경을 촬영하면서 뛰기에 불편하기도 하고 팔이 아프기도 했지만 기록을 남기는 게 그리 쉬운 일인가? 이만한 수고를 해야 봉성 저수지를 다 담아내지. 봉성 저수지를 말로만 좋다고 할 게 아니라 직접 한 바퀴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보여줘야 인터넷에는 10장 내외의 사진으로 소개하지만 한 바퀴 돌다 보면 구석구석 안 예쁜 곳이 없는 저수지다.


도로에서 본 봉성 저수지
마을이 보이는 봉성 저수지

산책과는 달리 뛰다 보니 내리막 계단과 오르막 계단에서 힘이 들 거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 산책을 할 때에는 천천히 걷기 때문에 몰랐는데 뛸 수도, 걸을 수도 없는 계단이 힘들었다. 팔각정과 카페 트럭을 지나서는 가마니같이 짜인 멍석이 자갈 위에 쭉 일자로 예쁘게 올려져 있어서 걸을 때 밟는 느낌이 참 좋았는데 아침이라 서리가 껴서 미끄럽다. 평지지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거기다가 손에는 핸드폰을 잡고 있지 않은가? 균형을 읽으면 안 된다.

봉성 저수지


멍석 깔린 봉성 저수지

발이 미끄럽다는 생각을 잊게 하는 풍경이 나타나고야 말았다. 저수지 물 위에 아침 안개가 피어오른다. 마치 김이 모락모락 나듯이 산신령이 나타날 것만 같다. 고요한 가운데 누구 하나 지나가지 않는다. 오직 나의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이런 연무를 보면서 달리다니, 내가 달리기 코스를 참 잘 정했네그려. 이 광경은 내 상상의 그림 속에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현장에서만 얻는, 우연히 얻는 득템이다.

아침 안무가 낀  함안  봉성 저수지

바로 이어서 돌계단이 30~50m 정도 있는데 경사가 있어서 속도가 느려진다. 겨우 올라갔고 그 이후는 바닥이 평평한 나무데크다. '와~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솔잎이 떨어져서 쌓인 탓에 미끄럽다.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조금 전에는 멍석 위 서리로 미끄럽더니만 이제는 솔잎이 문제다. 거기다가 내리막길 경사라 더 조심스럽다. 엉금엉금 기어가듯 속도가 느춰진다. 오늘도 기록보다는 완주로 목표를 삼아보세나.

함안 봉성 저수지 나무 데크 1.8km 지점

그다음은 흙길이 나왔다. 부드러운 흙길이 아니라 군데군데 울퉁불퉁한 작은 자갈들이 나와 있어서 조심히 밟아야 한다. 평지보다 힘이 더 들어간다. 산악 마라톤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달릴까 하는 의문이 생겨났다. 이런 길도 힘든데 산악마라톤이라니 아서라, 나는 그거는 안 하련다. 누가 시키지도 않지만~^^

경남 함안 봉성 저수지 흙길

이제 아스팔트 도로가 나온다. 거기다가 평지다. 오~ 이러면 달릴 맛 난다. Not bad~. 아무리 둘러봐도 봉성 저수지의 장점은 어느 곳에서 풍경을 보더라도 멋지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거기다가 저수지 주위 산세가 저수지를 한껏 돋보이게 한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함안 군청에서 받은 함안 관광가이드북에는 없다는 사실이다. 3~4개의 관광지 팸플릿에도 없다. 이렇게 소개하는 게 나의 역할이지. 둘레길로는 지정되어 있지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아서 안타깝던 참이다.

경남 함안 봉성 저수지 아스팔트

2.9km 저수지 한 바퀴를 돌고 나니 두 바퀴는 아무래도 위험하기 때문에 핸드폰을 허리 쌕에 넣어둔다. 이제 슬슬 치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르막 계단, 내리막 계단, 돌계단, 솔잎이 깔린 데크도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머지는 평지만 달리면서 10km를 채우리라 생각하고 평지만 왔다 갔다 하다가 배 번호가 문득 생각이 났다. 배 번호를 달고 인증샷을 대회 홈페이지에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7km 달린 즈음에 펜션으로 향한다. 08시 30분쯤이었는데 아들은 아직도 자고 있다. 방안에서도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배 번호를 꺼낸다.

2021 버추얼 춘천 마라톤 대회 배 번호

기록을 위한 핸드폰 앱 시간은 계속 돌아가고 있다! 째깍째깍~


마라톤 선수가 보면 기절초풍할 일이지만 아마추어로써 이 대회를 충분히 즐기고 있다.

캐리어에서 배 번호를 꺼내고 다시 저수지로 향할까 하다가 삼각대까지 챙긴다. 혼자서 인증샷을 찍으려면 힘드니까 가져간다. 혼자서 킥킥대고 웃는다. 10km 달리면서 배 번호 가지러 펜션에 오고, 삼각대 들고뛰는 내 모습을 보니 우습다. 멋진 봉성 저수지에서 인증샷을 찍고 싶은 이유다. 다시 저수지에 도착하고도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는데 마지막 1km가 참 힘들었다.


그 예쁘다고, 멋있다고, 아름답다고 하던 봉성 저수지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른발, 왼 발, 하나, 둘만 반복해서 입속으로 내뱉는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다. 그저 호흡에 집중하고 다리와 팔을 자동으로 내딛고 내젓을 뿐이다. 이렇게 힘든데도 계속 뛰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는 왜 뛰려고 하나? 쓸데없이, 보상도 없는데, 알아주는 이도 없는데, 바보같이 뛰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건강을 위한 것은 기본이고 무라카미 하루끼처럼 글을 쓸 때 필요한 집중력과 체력, 엉덩이의 힘을 기르고 싶어서 달린다. 나이가 들수록 오래 글을 쓸 수 없는 이유가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1개월도 안되었는데 배우면서 오래 쓰려면 체력을 길러야 한다. 사실 글을 쓰려면 3~4시간 앉아 있기도 한다. 긴 호흡의 글을 쓰고도 싶고 오래 앉아 있기 때문에 더 다리의 힘을 기를 수 있는 달리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뇌와 몸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운동이야말로 뇌 활성화를 위한 최적의 방법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 사고, 정리, 구조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경남 함안 봉성 저수지 안내문

햇빛은 떠오르고 강하게 비춘다. 오늘은 날씨가 포근할 것 같다. 10km는 도대체 언제 알림을 하시려나~

드디어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핸드폰에서 "10km을 완료했습니다." 소리가 들린다. 이런 반가울 데가 있나. 고맙다, 알림아~

2021 버추얼 춘천 마라톤 완주 기록증

나는 오늘도 나 자신을 이겼다.

혼자 뛰는 2021 버추얼 춘천 마라톤 대회

경쟁자는 오로지 나 자신뿐이었다.


결국 삼각대는 사용하지 못했다.

삼각대와 핸드폰을 연결하는 홀더를 펜션에 두고 온 것.

함안에서 하루에 1~2건씩 흘리고, 잃어버리고 다니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마라톤 동영상>

https://youtu.be/x22SpLUbo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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