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귀족 체험 낙화놀이를 아시나요?

함안 한 달 살기 4일 차 - 무진정  낙화놀이


혹 바람이 불어 흐르는 불빛을 성글게 하더라도

달이야 무슨 상관있어 한 점 구름을 싫어하리요


붉은빛은 꽃이 피어 봄이 머무는 듯하고

밝음은 별 무더기 같아 밤은 돌아오지 않네


1890년 오횡묵 함안군수가 함안 낙화놀이를 보고 지은 시구 중 일부다. 함안에서 특허를 냈기 때문에 함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낙화(落火) 놀이다. 낙화(落花)가 아니라 낙화(落火)다. 불꽃이 꽃처럼 떨어지니 낙화(落花)라고 해도 되려나. 중의적인 표현이니 더 기억에 남는다.


직접 만든 숯 봉지로  낙화놀이 체험, 바람 부니 불빛이 성글다


함안군 마을리더 연합회에서 주최하는 '농촌& 자연여행  트임 함안 팸투어' 1박 2일 일정 중 1일 차 3번째 코스로 '무진정' 정자에서 낙화놀이 체험을 했다.

낙화놀이는 관등형과 관화형이 있는데 관등형은 등을 달아서 보는 것으로 초파일 연등행사가 대표적이며 관화형은 불꽃놀이로써 야외활동이 가능한 시기에 밤에 이루어져서 풍류를 즐기기 위한 놀이였다. 관등형이 거리에서, 숲에서, 수상에서 다양하게 걸려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관화형은 자연이 아름답거나 낙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에서 대개 이루어진다.


관등형은 서민적이라 누구나 즐길 수 있었지만 관화형은 전, 현직 관리들이 사교를 위한 소집단으로 이를 준비한 사람은 하층민일 것이고 풍류를 즐기기 위한 활동이라서 서민들이 참여하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관화형은 15세기에, 관등형은 19세기부터 나타났다고 한다. 관등형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거나 소원을 빌기 위해 뒤늦게 등장했다. 낙화놀이는 관화형으로 귀족놀이라고 칭한다. 경관이 좋은 무진정이 낙화놀이 하기에 제격인 장소인 이유다.  이젠 그 귀족놀이를 누구나 할 수 있고, 볼 수 있어서, 대중화가 되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그 중심에 함안 낙화놀이 보존위원회가 있다.


낙화놀이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숯 봉지를 만드는 동영상을 본 후 낙화놀이 전수자에게서 직접 숯 봉지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아들과 마주 보며 앉아서 만들어보았다. 양쪽에서 다른 방향으로 꼬아야 하기 때문에 짝꿍과 하기가 좋다. 마음을 맞춰가며 한지를 잡아주고 다른 방향으로 꼬는 것도 서로의 힘 조절과 배려가 있어야 예쁜 모양으로 꼬이게 된다. 숯봉지를 만들면서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서로의 마음이 꼬이게 되니 조심하시기를.


숯 봉지 만드는 방법


다음은 숯 봉지 만드는 방법인데 사진과 함께 보면 이해가 잘 된다.


1. 먼저 한지를 깔고 숯가루를 한 스푼 가득 떠서 가로로 길게 늘어놓는다.

2. 그 위에 심지 천(폭 5cm, 길이는 한지 길이, 심지천을 놓을 때 한쪽은 한지보다 5cm 정도 밖으로 나오게 한다. 나중에 불을 붙이는 용도)을 놓는다.

3. 심지 천 위에 다시 숯가루를 2스푼 길게 늘어놓는다. 골고루 펴지게 놓는다.

4. 한지를 반으로 길게 접는다.

5. 숯 봉지 만드는 사진을 참고하여 2번 접는다.

6. 접은 숯 봉지를 두 사람이 반대방향으로 꼬아준다. 이것을 2개 만들어준다.

7. 2개 만들어 놓은 것을 6번의 반대방향으로 꼬아준다. 이것을 4개 만든다.

   한쪽 끝은 천 끈으로 다른 한쪽은 철사로 묶는다.(나중에 긴 줄에 연결하는 용도), 가운데 3 부분은 짚 끈으로  묶는다. (많이 만들수록 멋진 장관이 펼쳐진다.)

8. 심지가 나온 천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스테이플러로 고정시킨다.

9.  묶어놓은 다리 위 긴 줄에 숯 봉지를 철사줄로 고정시킨다.

10. 심지에 불을 붙인다.

11. 불이 숯가루에 붙으면서 불꽃이 튄다. 2시간 이상 타며 바람이 불거나 한꺼번에 많이 터질 때 낙화놀이가 장관이다.


초파일 낙화놀이 장면


낙화놀이는 2시간 이상이나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날씨가 좋은 날에 2시간 이상 불꽃이 물에 떨어지는 동안 귀족들은 시를 지으며 풍류를 즐기지 않았을까? 불꽃이 물에 떨어지니 물에 비추어 이중으로 더 화려하고 불이 붙을 위험도 물 덕분에 제거되니 이런 놀이문화에 "잘 만들었네~"라는 생각이 든다.


경상남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33호 낙화놀이


초파일이 되면 무진정에는 발 디딜 수 없을 정도가 인파가 모여 낙화놀이를 구경한다. 이번 투어에는 20명 정도가 참가하여, 만든 숯 봉지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화려하진 않지만 즐기기에 충분했으며 초파일에 수많은 줄 위에 달린 숯 봉지를 생각만 해도 어떤 장관일지 상상하게 된다. 그 모습을 기회가 있다면 사진으로 말고 직접 보고 싶다.


낙화놀이 체험 중

낙화놀이


                  김민들레


불꽃만 바라봐도 좋은 것을

바람이 불꽃 날리니

마음까지 흩날린다


이런 황홀경을

언제 다시

아들과 보게 될까


함안 낙화놀이

추억의 불씨로 자리 잡는다.



직접 찍은 무진정 다리 모습


무진정은 낙화놀이를 하기 전부터도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4계절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을 행복하게 하는 곳이다. 직접 보니 다리 아래 아치 모양이 물빛에 비추어 타원형이 만들어지게 만들어 놓았고 물에 비친 다리 모습 또한 운치가 있다. 조삼 선생이 후진양성과 남은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직접 지은 정자라고 한다.


무진정에 불빛이 들어오니 다른 느낌이다


어둑어둑해진 후 다리에 불빛이 들어오면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물에 비친 불빛으로 이중 다리가 있는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주세붕 선생의 기문에 '천명을 알고 용퇴할 수 있었기에 이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니 정자의 경치와 선생의 즐거움이 무진할 것이다'는 구절이 있다는데 경치와 즐거움이 후세대까지 이어져 이 낙화놀이를 무진정에서 즐기나 보다. 낙화놀이가 끊어지지 않고 무진하게 이어지고 있다. '무진'은 다함이 없을 만큼 매우라는 뜻인데 '무진'이라는 뜻이 무진장(다함이 없이 굉장히) 궁금했다.



숙소로 돌아온 후 초6 아들에게 오늘 여러 군데 둘러본 곳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낙화놀이라고 한다. 나도 그렇다. 이 광경은 함안에서만 볼 수 있으니 더 기억될 것 같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 밤하늘에 불꽃놀이 하는 것을 보라. 화면으로 봤을 때와 직접 봤을 때 감흥이 확실히 다르다. 낙화놀이도 마찬가지다. 아이나 어른이나 불놀이는 다 재미있나 보다.



낙화놀이가 어두웠을 때 진행해야 했으므로 끝나자마자 어둠과 함께 숙소로 들어왔고 저녁식사가 금계마을문화센터 마당에 차려졌다. 식당에 가서 먹는 것보다 캠핑 온 것 같은 음식이 좋다. 대부분 가족이나 같이 온 그룹끼리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고 나와 아들은 2명이라 진행하는 직원들과 같이 합석했다.  구워주시는 고기와 밥을 별을 보며 불꽃놀이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거기다가 센스 있게 양은냄비와 라면을 숯불 위에서 끓여먹을 수 있게 준비해주셨다. 이런 재미 좋아한다. 라면을 좋아하진 않지만 아들은 고기도, 밥도, 좋아하는 라면도 아주 맛있게 먹는다. 낙화놀이와 숯불구이 저녁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불꽃을 즐기기도 하고 불꽃을 이용해 허기를 채우기도 한다.


이전 10화 불꽃처럼 타올랐던 '아라가야'를 알아가는 중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