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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불멍, 오늘은 물멍이다~

함안 한 달 살기 - 입곡 군립 공원

숙박하고 있는 여항 금계마을센터

아침에 일어나서 이런 전경을 보면 마음이 확 트인다. 자연 풍경을 볼 때마다 여기가 함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은 산들이 4면의 주변을 폭 감싸주고 있어서 마음이 편안하다.

1박 2일 팸 투어에서 제공해주신 아침 밥상

귀한 집밥 같은 아침밥상을 먹으니 참 좋다.

가장 아쉬운 점이 불편한 교통도 아니요, 와이파이도 아니요, 아들도(?)도 아니다.

매 끼니마다 먹어야 하는 밥이다. 후딱 만들어서 먹으려니 여러 가지 양념이나 재료가 필요하고 아침에 어디 가서 사 먹으려고 해도 마땅하지 않다. 함안 한 달 살이에서 가장 좋은 것은 밥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음식 만들기에 취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나로서는 집에서도 최소한의 노력으로 끼니를 해결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아침을 먹으려면 주변에 식당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간단한 누룽지나, 죽, 라면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점심이나 저녁은 사 먹으려고 한다. 아들은 건강한 밥상이나 자기 취향은 아니라고 배가 아프다면서 먹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누가 해주는 밥상이면 좋고 채식 위주면 더 좋다. 


1박 2일 함안 팸 투어 중 2일 차 일정 중 첫 코스는 마늘피자 만들기 체험이다.

마늘피자 만드는 과정


마늘피자 만드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미리 준비를 해주셔서 1시간 안에 체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사실 여행 와서 음식 만들기는 손대기도 싫어서 사진만 찍는다. 대신 아들은 반죽을 밀대로 밀면서 동그랗게 펴는 것을 재미있어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하면 된다. 그 위에 마늘, 치즈, 토마토를 올리고 오븐에 구우면 끝이다. 아이들이 피자를 좋아하기도 하고 만들기도 쉽고 먹기까지 하니 좋아하는 체험이다. 구우니까 생각보다 마늘향이 강하지 않다.


마당에서 진행하는 마늘피자 체험 


우리 테이블에서 구운 피자는 고양이가 마당을 지나가는 바람에 잔디밭에 쏟아져서 다시 만드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좋았다. 햇볕 좋은 마당에서 그냥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더 행복감을 느낀다.


만들어놓은 메주와 말리고 있는 곶감
9대 종손다운 장독대
김장에 쓸 배추

피자 만들기 대신 요리에 대해 설명해주신 9대 종손님과 주변의 항아리, 배추, 말리고 있는 곶감에 더 눈이 갔다. 하나하나 해놓은 모습에 정성스러움이 깃들어 있고 정갈함이 느껴진다. 요리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뭐든지 물어보라고 하신다. 마침 시금치나물 무침에 대해서 이야기 나왔는데 내가 맛없게 하는 이유를 알았다. 종손님의 비법은 집간장 한 스푼, 볶은 깨와 참기름 달랑 3가지다. 지금까지 집간장 대신 소금으로 간을 했으니 맛이 없었던 것. 좋아하는 시금치나물이니 집에 가면 맛있게 해 볼 테다. 하나만 배워가도 성공이다.


내곡 군립공원 소고기뭇국


2일 차 두 번째 코스는 함안 입곡 군립공원 무빙 보트 타기다. 11월 14일 단풍이 참 예쁠 때 무빙 보트를 타면서 여유를 즐긴다. 먼저 점심을 먹고 주변 산책을 한 후 타기로 했다. 점심은 얼큰한 소고기 뭇국이다. 군립공원 바로 앞에 위치해 있고 맛은 괜찮았지만 매운 것을 좋아하지는 않아서 많이 먹지는 못했다. 대신 아들은 불닭볶음면을 좋아할 정도로 매운 것을 좋아해서 아이들이 먹는 맑은 국을 어른들이 먹는 얼큰한 국으로 바꿔서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아침밥상이 건강밥상이라고 안 먹더니만 점심은 입에 맞은 모양인지 많이 먹는다. 


군립공원 내 카페 트럭


오랫만에 먹는 함안에서 먹는 커피


1박 2일 진행하시는 위원장님이 군립공원 내 카페 트럭에서 커피와 음료수를 모두에게 사주셨다. 며칠 만에 누려보는 커피 맛인가? 아 달다! 뜨겁게 마시는 커피가 그리웠다. 커피를 사서 숙소에 가면 이것저것 짐이 많아질까 봐 준비하지 않았다. 이렇게 가끔씩 마셔야 더 풍미를 느낄 수 있을 것도 같다. 감사히 마신다. 매일 마시던 커피도 여기서는 귀하게 마시게 된다. 


함안 내곡 군립공원 출렁다리
함안 내곡 군립공원 출렁다리

사진으로만 봤던 출렁다리다. 함안 한 달 살이 참여자로 선정되면 무서워도 꼭 타 보리라 했던 출렁다리다. 생각보다 흔들리지 않아서 누구라도 쉽게 갈 수 있고 무섭지 않았다. 그러나 동행한 가족 중에  3~4살 정도 된 아이가 있었는데 건너기 전부터 울음을 터뜨렸다. 무서웠는지 무엇이 불편했는지 모르겠다. 아빠가 계속 안고 가면서 달랬는데도 그치지 않았다. 다리 중간쯤에서는 신고 있던 크록스 슬리퍼가 벗겨지기도 했다.


내곡 공원 산책 중 떨어진 아이 신발


어머나~ 두 번째 신발이 떨어졌다. 앞서가던 아빠와 아이 가족이 다리를 다 건너자마자 아이 신발이 물에 떨어져 버렸다. 아이는 더 크게 울음을 터뜨린다. 아빠는 계속 달랜다. 결국 진행하시는 분이 신발을 주우려고 물가로 가본다. 아이 아빠는 숙소에 신발 하나가 더 있으니 무리하게 가지 말라고, 위험하다며 말리셨다. 다행히 나뭇가지로 신발을 건져 올려 주셨다.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그렇게 산책길은 이어졌고 그다음부터는 단풍의 아름다움에 빠져본다.


함안 내곡 군립공원 단풍
함안 내곡 군립공원 단풍
함안 내곡 군립공원 단풍
함안 내곡 군립공원
함안 내곡 군립공원
함안 내곡 군립공원


사진 찍기를 거부하는 아들과 같이 찍은 사진이 별로 없는데 동행하신 분이 찍어주신다고 먼저 제안해주셔서 모른 척하고 얼른 찍는다. 아들은 찍고 싶지 않았겠지만 얼떨결에  찍히고 만다. 이런 사진 찍는 기회를 주신 분은 함안 한 달 살이 선정되고 인터넷 검색을 하던 차에 블로그에서 서로 인사를 하게 되었고 함안 가면 만나자고 한 사이였다. 그런 인연이 같이 1박 2일 투어까지 하게 된 것이다. 숙박도 일주일간 같은 곳에서 한다. 남편과 아이 둘과 같이 오신 분으로 블로거 '바이모던' 님이다. 계속 만날 것 같은 예감이다.


함안 내곡 군립공원 무빙 보트


3~5명끼리 무빙 보트를 타기로 했다. 거의 가족이나 그룹끼리 타는데 아들과 나는 둘이라서 누구하고 타게 될까? 방금 전에 사진을 찍어주셨던 '바이 모던' 가족과 타게 되었다. 이런 인연이 있을까? 무빙 보트 안에서 함안 살이 신청에서 부터 지금까지 온 과정에 대해 폭풍 수다를 떤다.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그리웠다. 아무한테나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여자들은 하루 해야 할 말의 총량이 있다는데 요즘 충분히 하지 못해서 입이 근질근질하던 차였다. 제일 불편한 것은 숙박 예약이고 두 번째는 교통이라고 의견 통일을 한다. 그나마 '바이모던' 님은 차를 갖고 오셨고 나는 뚜벅이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함안 내곡 군립공원 무빙보트


'바이모던' 남편 분이 무빙 보트를 잘 운전해주셔서 편안히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들에게 운전을 권하신다. 안 한다고 할 줄 알았는데 해보고 싶다며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본다. 처음에는 서툴러서 무빙 보트가 제자리에서 빙빙 돌아 단풍 든 산의 4면을 골고루 만끽하기도 했다. '바이모던' 남편 분이 친절하게 아들에게 알려주셔서 총 20분 중 15분은 아들이 운전하고 물놀이를 하며 즐겼다. 뭐든 직접 해봐야 재미가 있고 아들도 운전을 해보니 재미있단다.


함안 내곡 군립공원 무빙보트, 아라힐링 사이클 요금

4인 가족이 오면 30분간 2만 원으로 즐길 수 있다. 하늘 자전거도 타보고 싶었으나 타지 못했다. 아이들도 많고 높이도 꽤 높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았다. 아쉬움을 달래 보면서 함안 떠나기 전에 아 아라 힐링 사이클로 꼭 타보리 라. 높은 곳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생생함을 전할 수 있다면 직접 체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생각에서 타 볼 용기가 난다.


이것으로 1박 2일 트임 함안 팸투어는 끝이 났다.  3일간 뚜벅이로 여행하다가 편하게 관광버스를 타고 식사를 제공하며  주요 관광지와 체험놀이를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도 아들에게 체험을 할 기회들이 많아서 재미있었다고 한다. 함안 팸투어 중에서 아들과 내가 뽑은 가장 좋았던 체험은 무진정에서 직접 만들어서 불꽃놀이를 했던 '귀족 체험, 낙화 놀이'였다. 개인적으로는 함안 박물관 덕분에 알게 된 '아라가야', '함안말이산고분군'도 인상 깊어서 아들과  다시 둘이 박물관을 찾을 예정이다. 


함안 가야 어울림 센터 일요일 마켓


투어 일행과 헤어지고 다시 아들과 둘이 남았다.

이제 다시 뚜벅이로 걸어가서 버스를 타고 숙박지로 돌아가야 한다.

지나가는 길에 '가야 어울림 센터'에서 매주 일요일 환경을 보전하는 함안사랑 프로젝트로 작은 마켓이 열렸다.

가야어울림센터 일요 마켓
함안 가야 어울림센터 일요 마켓


아기 옷이나 열쇠고리, 장난감, 생활용품 등을 팔고 있었는데 아들이 열쇠고리를 사서 친구를 주고 싶다고 한다. 아들도 아들만의 친구들 관계가 있으니 사고 싶은 것 같아서 흔쾌히 사줬다. 룰루랄라 좋아한다. 단순하군.


가야 어울림 센터 일요 마켓 미꾸라지 잡기 놀이


미꾸라지를 뜰 채로 뜨고 있는 놀이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 이만큼이나 많이 잡았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아이들에게는 재미 만점의 미꾸라지 잡기다. 장난감 가게라면 이런 흥미로운 요소로 아이들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 속도가 아주 빨라서 잽싸게 도망가는 미꾸라지들, 오늘 너희들 고생 좀 하겠다. 아이들이 한두 번으로 만족할 것 같지 않거든.


마트가 문을 닫아서 편의점에서 산 간편식


오늘 저녁부터 다시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한다. 농협 하나로 마트에 들려서 먹을거리를 사려고 했는데 일요일이라서 문이 닫혔다. 할 수 없이 편의점에서 간단한 것으로, 버스 타고 들고 갈 수 있을 만큼만 산다. 어제 먹었던 커피도 그리워서 다시 먹고 싶어졌다. 아들은 사발면만 잔뜩 산다. 


함안 구둘장 정류장

함안 가야 농협 하나로 마트 정류장에서 '여항면' 숙소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어제 '낙화놀이'를 했던 사진이 정류장 의자에서 보인다.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앉아서 기다리다 보니 엉덩이가 뜨뜻하다. 햇볕이 따라사로워서 그런가 했더니 구들장 같다. 

함안 온도 조절 정류장 의자


의자 아래를 쳐다보니 37도라는 숫자가 보인다. 오~ 정류장 의자에 이런 보온 기능이 있다니 마음에 든다. 차가운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 없다.  30분 이상을 기다릴까, 택시를 탈까 고민을 하던 중에 고민을 없애주는 초록색 앵무새가 등장한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초록 앵무새 2마리


아저씨가 집에서 키우는 초록생 앵무새 2마리가 마실을 나온 것이다. 말은 하지 않은 새인데 아저씨 말을 잘 알아듣고 여기 오라면 오고 저기 가라면 간다. 사진을 찍거나 만져도 되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허락하신다.


길에서 만난 앵무새 어깨에 오르다


내 손가락에도 앉혀보고 어깨에도 올라간다. 사람 친화적인 앵무새다. 

정류장에 앉아있던 아들도 궁금해서 달려오더니 팔 위에 앉혀보고 신기해서 계속 쳐다본다.


길에서 만난 애무새 손에 앉다
아들 팔에 앉는 초록색 앵무새

이런 함안에서 소소한 즐길 거리를 준 초록색 앵무새에게 감사를 표한다~^^

가야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여항가는 버스 안

버스를 타니 다시 조용한 함안의 일상으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신호 같다. 북적거리던 사람들과 헤어지니 허전함이 밀려온다. 삶이 그런 거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나만의 길을 가다 보면, 인연이 있다면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되겠지. 따뜻한 방구들만 생각하며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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