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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나는 인연들

함안 한 달 살기 - 여항산에서 만나는 사람, 자연, 사물들


여항산 금계 마을 문화센터  진입로



내일이면 함안 여항산 금계마을 문화센터를 떠난다.

숙박한지 7일째다.

주변이 익숙해서 떠나기가 싫을 정도다.

유목민의 삶이 이럴까? 적응할 만하니 떠나야 하는 삶.

오전 내내 진행하는 수업이나 모임 과제를 하는 동안 아들은 하루 종일 방구석에서 핸드폰만 한다. 아들을 위해 산책을 하기로 했다. 한 발 나서기만 해도 이런 풍경인데 방구들만 지키고 있었다.


숙소 앞 풍경


천천히 산책하다 보니 들에 핀 꽃도 보게 된다. 매일 지나쳤건만 보이지 않았는데 오늘은 유난히도 작은 꽃들이 눈에 띈다. 초6 아들도 꽃이 이뻤던지 막 피어있는 꽃잎이 예쁘다며 한 잎 딴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식물에 관심을 끊은지 오래인데 이쁘다고 하니 이렇게 시간을 보내야만 보이는가 보다. 할 일이 없어야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산도 보게 된다.


숙소 앞에서


네 눈에도 예쁘게 보이는구나~ 갬성이 아직 남아있구려.

숙소 앞에서


조금은 투박한 남자아이 손이지만 꽃을 든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여항산 봉성 저수지


근처 봉성 저수지를 산책하고 있는데 전기톱 소리가 요란하다. 무슨 소리인지 안 가볼 수가 없다. 함안 와서는 모든 행사에 관심이 가게 되더라. 소리가 이끄는 대로 딸려간다. 어제만 해도 없었던 타프가 있는 것을 보니 무슨 행사가 있긴 하나보다.


여항산 봉성 저수지 카페 트럭


저수지를 향해 의자를 놓은 것도, 할머니들의 뒷모습도 정겹다. 할머니들도 주중에 카페 트럭이 오픈하지 않아서 매일 열라고 카페 주인장에게 한소리 하신다. 하지만 주중에는 거의 사람이 없어서 내가 봐도 아르바이트비가 나오지 않을 정도다. 그나마 오늘은 행사가 있어서 나오신 것 같다.


저수지 카페 트럭


매일 지나다녀도 카페 트럭이 오픈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나도 귀한 풍경과 귀한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돈이 있다고 다 마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봉성 저수지


나도 봉성 저수지를 배경으로 인생 샷 좀 찍어 달라고 하니 아들이 마지못해 찍어준다. 오 ~ 이 사진 잘 찍었어, 아들아. 가뭄에 콩 나듯 찍어주니 더 고맙네그려.


여항산 봉성 저수지


사진 찍히기도 싫고 찍어주기도 싫어하는데 오늘은 인심을 쓰며 잘 찍어준다. 맘에 드는 장면이 나왔다. 커피를 들고 저수지를 바라보는 뒷모습 사진도 근사하다.

나를 막 찍어주는 그 흔한 사진도 여기서는 귀하다. 지난달 둘째 딸이 바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남편과 셋이

제부도에 간 적이 있다. 사진을 찍어달래길래 찍어줬는데 맘에 안 든다며 자꾸 찍어달라고 해서 지쳐버린 적이 있다. 200~300장은 찍었다. 결국 내가 포기하니 이번에는 남편에게 부탁해서 또 100장 이상 찍어줬는데도 맘에 든 사진이 없다고 했다. 거기다가 나까지 찍어준단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포즈 요구도 많고 찍는 양이 어마어마해서 됐다고, 그만하자고 해서 사진의 늪에서 나온 적이 있다. 아들과 딸이 사진 찍기에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릴 줄이야. 너무 달라서 흥미롭구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는데 둘은 앙숙이다~^^


봉성 저수지 아라가야 목조각 페스티벌


전기톱 소리는 목(木) 조각을 하는 페스티벌이었다. 아주 큰 나무를 전기톱으로 자르면서 조각을 하는데 어떤 모습이 나올지 기대가 난다. 전부 완성한 다음 저수지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완성한 모습을 보고 가면 좋으련만 그때까지 머무르지 못할 것 같다. 나중에 사진으로라도 확인해 보고 싶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허락을 구했다.


봉성 저수지 목조각 페스티벌


열심히 사진을 찍다 보니 핸드폰 카메라가 아닌 디지털카페 라로 찍고 계신 분이 보인다. 다가가서 먼저 말을 걸어보았다. 혹시 '함안 한 달 살기' 하시는 분인지. 가야읍에 사시는 분인데 함안 블로그 기자라고 하신다. 어쩐지 사진을 찍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다.


봉성 저수지 목조각 페스티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특히 '성산산성'을 추천하셨다. 자주 가나 보다. 서로 블로그 이름을 교환했고 거기서는 헤어졌다. 그런데...

봉성 목조각 페스티벌


숙소에 와서 차근차근 봤더니 사진들이 보통 사진이 아니었다. 함안 풍경을 찍었는데 전문 포토그래퍼 같은 느낌이었다.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관광사진 공모전에도 입상하신 분이었다. 특히 함안 '성산산성' 사진은 예술이었다. 나도 저런 분위기로 한 번 찍어봐야겠다고 찜한 사진이다. '성산산성' 갔을 때 과연 비슷한 분위기 연출이 가능할까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진인데 과연 도우미가 잘 도와줄까요?


봉성 저수지 목조각 페스티벌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현지에 계신 분들과 나누는 이야기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 현지인만 아는 숙박, 음식점, 좋은 장소들이 있기 마련이다. 여러 분들에게 다음 숙박지를 위해 숙박을 물어봤지만 적당한 금액(10만원 내외)에 초6 아들과 지낼만한 좋은 곳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봉성 저수지 목조각 페스티벌


이 작품은 연꽃이 확실하다, 벌써 꽃잎을 모습을 갖추었다. 밑에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하다.

봉성 저수지 목조각 페스티벌


나름대로 구상을 하고 그린 후 전기톱으로 잘라내는 일을 우선 하시고들 계신다.

봉성 저수지 목조각 페스티벌


무엇보다도 전기톱으로 사용하다 보니 톱밥들이 아주 사정없이 날아다녀서 온몸이 톱밥투성이였다. 보기만 해도 먼지로 간지러울 것 같은데 아랑곳하지 않고 집중하시는 모습이다.

봉성 저수지 목조각 페스티벌


함안을 조각하는 조각가이다. 함안의 유물이나 함안 지역 대표 상징물들을 조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함안을 조각하다'라는 타이틀을 쓴 것이다. 아직 형상이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연꽃','불꽃무늬 토기','미늘쇠','아라가야 왕관'' 중국계 청자 무늬 토기'와 마갑 총이 있으니 '말', '덮개석 별자리'를 조각하지 않을까 짧은 함안 지식으로 추측해 본다. 나중에 완성된 조각품이 기대가 된다. 과정을 본 사람이기에 더 특별하게 보이겠지.


봉성 저수지 구절초(?)


카페 트럭 앞의 꽃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이제 떠날 날만 남았으니 아쉬워서 그런가 보다.

봉성 저수지 계단 아래 뒷길


조각 작품 활동을 하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저수지 뒤쪽에도 계단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내려가 보았더니 옆 마을로 가는 길이다. 이런 곳이야말로 산책 길이지. 다른 나무들은 잎이 떨어져 있어 몇 개 남아 있지 않은데 수줍은 얼굴로 빠~알갛게 단풍나무가 숨어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어느 단풍보다도 예쁘다. 알려지지 않은 이런 길이 좋다. 한 달 살기에 가능한 나와 동네 사람들만 아는 산책코스다.


봉성 저수지 계단 뒷길

아들아, 구도 잘 잡았어~

봉성 저수지 계단 뒷길


단풍이 예쁘다고 연발했더니 아들이 먼저 찍어주겠다고 한다. 너도 이제 사진 찍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찍지 말라는 말을 포기했구나. 아니면 이해했거나. 어찌 되었건 마음을 바꿔 준 것만으로 고마운 일이다


고성, 주저리 가는 길 - 어느 동네인지 이름 모름


고성과, 주서리로 가는 길인가 보다. 길 이름이 아주 낯설다. 은행잎만큼은 매일 봐오던 거처럼 반갑다. 언제나 노란 은행잎은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법이 있다. 그렇게도 오랫동안 초록 잎을 보면서 노란 잎이 되기만을 기다려서일까, 아니면 빨리 떨어질 것임을 알기에 그럴까. 꼭 황금 같아서 보기만 해도 좋아서 그런가?


파랑 지붕 위 노란 은행잎


노오란 은행잎과 파란색 지붕과 참 어울린다.


진북, 진동 방향


쭉 걷다 보니 진북, 진동으로 가는 길인가 보다. 은행잎이 이제 마구마구 떨어진다. 바닥에는 눈처럼 쌓였다.

특별히 찾는 것도 없고 그냥 산책을 한다. 가을 풍경이 여기저기에 쏟아져 내린다. 은행나무들은 마지막 은행잎을 떨어뜨리기에 바쁜 모습이다.


여항면 사무소 앞 나무


도대체 이 나무는 몇 살이나 먹었을까?

나무 기둥만 봐도 몇 백 년은 되어 보인다.

참 잘 자랐다.

참 잘 견뎌냈다.

살다 보니 이방인이 나에게도 너의 풍채를 보여주는구나.


여항 면사무소 근처


은행잎을 밟고 지나가다 보니 어느새 큰 도로가 나온다. 다음은 어떤 풍경이 나올지 기대가 된다. 때론 새로운 길을 걷는 재미도 있다. 모르는 길을 걷다 보니, 가을이다 보니 어떤 풍경하고도 주변이 잘 어울린다.


여항면 사무소


아, 여기가 '여항면 사무소' 버스에서 안내방송이 나올 때마다 어디인가 쳐다봤는데 이제야 보인다. 바로 대로변이라 쉽게 보이는데도 내 눈에는 비치지 않았다.

여항면 사무소 옆 카 페 '카페로'


여항면 사무소 옆에 카페가 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본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산책하다가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CAFE RO' 카페는 아담하니 깔끔하고 예쁘다. 미리 알았으면 여기 와서 필사도 하고 책도 읽었을 텐데 숙소를 옮길 때쯤에야 알게 되다니 안타깝다.

카페 '카페로'


아들은 이 때다 싶었는지 다쿠와즈(와플)과 크로플(마카롱)을 주문했고 맛있다며 단맛을 즐긴다. 숙박 근처에는 구멍가게도 없어서 과자나, 간식을 즐길 수가 없었다. 가야읍에서 물건을 사서 버스 타고 여항면까지 오려면 무거워서 꼭 필요한 물건만 사게 된다. 조금만 사도 부피가 있어서 많이 사지를 못했다. 아들은 또 먹고 싶다며 포장해서 숙소에 가서 먹겠다고 한다. 그러라고 한다. 있을 때 먹거나, 사 두려는 그 심리를 내가 이제야 이해하겠다. 교통의 불편함이 많은 제약을 주지만 그로 인해 다양한 생활들의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그것을 즐긴다면 한 달 살기가 재미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여기서 나가고 싶을 것이다. 충분히 즐기려고 한다.


카페 ' 카페로'


여기에 앉아서 산자락을 보며 커피를 여유롭게 마시고 싶었으나 5시까지 숙소에 돌아가서 숙소 사무장님에게 인스타를 가르쳐드리기로 했다. 30분밖에 머무를 수 없음이 아쉬웠다. 아쉽기 때문 더 기억이 나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충분히 즐기지 말고 아쉬울 때 멈춰야 하나보다.

여항산 마을 문화센터 숙소


숙소인 여항산 마을 문화센터를 입구 쪽에서 찍어본다. 편안하게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두 번째 함안 숙소였지만 편안하게 묵고 있는 곳이다.

여항산 문화마을센터 저녁


숙소에는 여기 오게 된 계기로 만나게 된 블로거 지인 '펜타우스'님과 아이들 2명만 남았다. 숙소 위원장님과 사무장님은 조각하시는 분들 식사를 준비를 하니 저녁에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 주셨다. 아들은 건강한 밥상이라며 조금 먹다 말았고 나는 아주 맛있게 먹었다.


사무장님은 인스타에 숙소나 1박 2일 '트임 함안 체험 여행'에 대해서 공지를 올려야 하는데 하는 방법을 물어오셨다. 인스타를 배워뒀더니 여기에서 가르쳐드릴 기회도 오는구나. 계정 개설만 하고 비밀번호까지 잊어버리셨다. 비밀번호를 다시 변경하면서 아이디를 다시 찾았고 팔로워를 하고 사진과 게시글을 올리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페이스북 연동까지 알려달라고 하신다. 페이스북은 하지 않아 잘 모르지만 이것저것 눌러보고 페이스북 연동 설정까지 마쳤다. 밥값을 해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배워두면 다 쓸모가 있구나.


여항산 근처 숙소 2곳(여항산 정원 펜션-3박, 여항산 금계 마을 문화센터-6박)에 머물면서 여항산 둘레길, 봉성 저수지, 1박 2일 트임 투어(꽃 차 만들기, 함안 박물관, 낙화놀이, 피자 만들기, 군립 공원 무빙 보트), 군립 공원 하늘자전거 타기, 여항산 주변 산책이 생각난다. 이 중에서 아들은 봉성 저수지가 풍경이 좋아서 제일 기억네 남는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내일 숙소는 어떨까?



* 이 포스팅은 함안군청 '함안 한 달 살기' 프로젝트로 지원받으며 여행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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