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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코스도 임시 우회, 아들도 임시 우회

함안 한 달 살기  : 아라가야 GoGo 걷기 챌린지 6구간


함안말이산고분군 사진 공모전


함안 한 달 살기 10일 차다.

오전 개인 일정을 노트북으로 마치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야 걷기 챌린지를 시작한다.

11월 19일까지 제1회 함안 말이산 고분군 사진 공모전도 있는데 오늘까지 제출해야 한다. 한 달 살이 하면서 모든 공모전, 대회, 축제는 모두 참여하고 가보리라, 그러기 위해서 온 것이니까. 그런 것을 좋아하니까. 어떤 행사든 준비하고 참여하면서 더 많이 배우게 된다.


함안말이산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기원 아라가야 GoGo 챌린지


사진 공모전과 아라가야 Go Go 걷기 챌린지를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함안군 보건소에 전화해 보니 1코스부터 차례차례 걷기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6구간을 먼저 걸으면서 사진 공모전도 참여하기로 했다. 6구간이 함안 박물관과 남문 마을 배수장까지 3.7km인데 말이산 고분군을 대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1000 명 모집 기간이 지나서 전화해 보니 1000명 이외의 사람들도 전화로 신청하면 소정의 사은품을 준다고 한다. 함안에 와서 걷기만큼 함안을 잘 알 수 있는 기회도 없을 것 같아 완주를 목표로 신청했다.

함안 걷기 챌린지 총 7구간 16.7km


마라톤 10km를 달리기 때문에 총 7구간 16.7km 거리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데 문제는 초6 아들이 투덜대지 않고 잘 따라줄지가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걷기만큼 지루한 일도 아이들에게 없을 것이다. 어떻게 아들을 다독이며 가는지 나도 나 자신이 궁금하고 어떻게 이겨내는지 아들의 모습도 궁금하다.  완주했을 때의 뿌듯함이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대 외로 삶의 많은 지혜를 배우게 되었다. 기대 외로.


6구간 시작 함안박물관


매 구간 시작과 끝에 인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들도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는 대신 얼굴을 가려달라는 요청을 한다. 그럼 가려드리지요. 얼굴을 가렸더니 머리까지 가려 달라고 한다. 이 정도 됐냐고 허락을 구하고 사진을 올린다.

아라가야 역사순례길 6구간 코스


6구간이 우리에겐 초행길이니 순서를 잘 보려고 사진도 찍고 길을 눈에 익힌다. 눈에 익혔다고 사진을 찍었다고 잘 찾아갈 수 있을까요? 일주일 전에 단체로 왔었던 1박 2일 팸투어에서는 박물관 안에서 설명을 듣고 고분군에서는 10분 정도 걸었기 때문에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걸으면서 알게 되었다.


말이산고분군 '미늘쇠'


박물관에서 해설사가 설명했던 '미늘쇠'가 보인다. 이 미늘쇠는 철기시대를 나타내 주는 상징물로 옆의 따옴표 같은 모양은 새를 상징한다. 하늘, 땅, 물 어디서나 다닐 수 있는 자유로움을 상징하고 그런 존재를 귀한 영물로 여겼다는 설명을 들었다. 곳곳에서 이런 모양을 보게 되면 더 반갑다.


걷기 챌린지 6구간


이 작은 안내 현수막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어렵지 않겠는걸'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고분 근처를 걸어간다.


말이산고분군 6구간


함안 와서 처음으로 큰 고분을 둘러보게 되니 왜 함안 말이산고분군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 둘러보지 않고 사진으로만 봤더라면 그 크기와 웅장함을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말이산 고분군 6구간


고분이 한 둘이 아니다. 고분군(群)이라고 할 만큼 무리 지어 있기 때문에 더 특색이 있다.


아라가야 역사순례길 6구간


말이산 4호 분을 지나서 말이산 2호 분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이런 안내표지가 초행인 사람에게는 엄청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고 이것 하나에 의지하며 걷고 있다.


말이산고분군 6구간


어떤 사진으로 공모전을 사진으로 선택할까 걸으면서 맘속으로 정했다. 바로 이 사진이다.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삶과 죽음이 나눠진다는 생각을 했다. 제목도 제출하려면 필요한데 ' 산 자의 집과 죽은 자의 고분'이라고 지었다. 삶과 죽음은 따로 떼어져 있는 것 같지만 이렇게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를 사진에게 보여주기에 의미를 부여했다. 화려한 고분보다는 작지만 아담한 우리네 집이 더 행복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네.


말이산고분군 6구간


고분에 하나둘씩 있는 나무도 말이산고분군의 풍경 중 하나다. 은행잎이 다 떨어진 곳도 있고 이렇게 아직도 노랑 은행임을 품은 채 고분을 지키고 있기도 하다. 잔디가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서 색이 바랬지만 은행나무는 아직도 노란색으로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어서 꼭 수호신 같기도 하고 호위 장군 같기도 하다.


말이산고분군 6구간


여기에 있는 은행나무 또한 오랜 세월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말이산고분군


이 나무는 고분보다도 더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가을과 겨울 사이에 와서 누런 나뭇잎을 보고 있는데 봄이면 어떨까, 여름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을 해보니 그 푸르름에 벅차오르기도 한다.


함안 말이산고분군 안내


말이산고분군에서 지난번 글에서 그 뜻을 알려드렸지만 말이산은 '머리 + 산'을 표기한 것이고 우두머리의 산이라는 뜻이라고 여기에서 설명되어 있다. 혹시 한 마리, 두 마리의 어원도 '말이'에서 나왔을까? 어차피 사람도 동물이니 한 명, 두 명 세기도 하지만 한 마리, 두 마리 세어도 기분 나쁠 일은 아닌 듯하다~^^


말이산고분군 1호분 가는 길


말이산고분군 1호 분을 등 뒤로하고 이제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로 접어드나 보다.


말이산고분군 진입로


말이산 고분군 진입로를 내려가자마자 길을 잃었다.

6구간 말이산고분군 해동아파트에서 길을 잃다, 뽑기에 꽂히다.


길을 잃어서 내려가자마자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는데 가야 시장 쪽으로 가는 바람에 한참 헤맸다. 더군다나 아들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대로 지나지 못한다는 인형 뽑기 기계에서 한참을 망설인다. 시간이 오후 4시가 넘었기 때문에 어둡기 전에 6구간을 돌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마음만 조급하다. 함안에서는 5시 30분 전후로 귀가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두워서 걷기도 힘들고, 택시를 타야 하고, 밤길이 무섭기도 하다.


걷기보다 뽑기다


설명을 해보아도 아들은 듣지를 않는다. 본인이 갖고 있는 돈 중에서 천 원씩 4번을 하고도 제대로 되지 않자 씩씩댄다. 센서가 말을 듣지 않아서 원하는 상품 근처에도 가지 못해서 뿔이 난 것이다. 내가 보니 하기 힘들게 세팅되어 있음을 알겠구먼 아들은 자꾸 도전해서 얻어보려고 한다. 가만히 지켜본다. 돈이 떨어지면 가겠지 하고 시간으로 촉박해진 마음을 붙들어본다.


그러나 웬걸~

4천 원을 쓰고도 돈을 더 달라고 한다.

이러다가 오늘 6구간을 돌다가 말 것 같군.

2천 원을 주고 더 이상은 안된다고 했다.

허탕을 치고 오는 얼굴에 잔뜩 찌푸려져 있다.

근처 청년에게 핸드폰으로 구간 지도를 보여주고 방향을 잡고 다시 되돌아간다.


해동아파트 앞 이 계단을 못 찾아서 헤맴


20분 왔다 갔다 한 후 결국 주최하는 함안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니 횡단보도를 건너라는 것이다. 아뿔싸 길 건너편에서 이 작은 현수막을 보지 못해서 헤맨 것이다. 이제부터 잘 쳐다봐야지. 아들은 여전히 센서가 영 작동을 안 해서 뽑기를 못했다며 툴툴거리며 걷는다. 다행이다. 걸으면서 풀어질 테니까. 걷기의 장점이다.


우회도로 표지판에서 다시 헤맴


해동 아파트를 따라서 내려가다 보니 도로와 마주쳤다. 여기서도 작은 현수막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길 건너편을 보면 임시 우회 안내판이 있으니 거기를 보라는 것이다. 작은 현수막 표지만 찾았지, 건너편에 이 안내판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의 고정관념이 문제일까, 길 안내를 하는 분이 초행자를 배려하지 못함일까. 이 역시 내가 이겨내야 할 마음의 문제이다.


뽑기와 편의점을 못 지나치는 아들


우회 도로를 찾다 보니 아들은 다시 음료수가 먹고 싶다며 편의점 앞을 지나치지 못한다. 이러다가 정말 날 새겠다. 가다가 다시 안내표지를 잃어버려서 청소년에게 물어보고 관동교를 건넌다. 아들은 아무에게나 물어보는 엄마를 보고 '자신감 쩐다'고 한다. 자신감이 아니라 절실함이다, 아들아~


관동교 지나자마자 풀밭 길


관동교를 지나자마자 반가운 하늘색 안내표지가 보인다. 풀밭 길이다. 거기다가 해가 막 지고 있다. 이런 풍경이라면 길을 헤맨 보상을 충분히 받은 거다.



관동교와 가야교 사이 풀밭 길


초록 풀밭과 해지는 모습은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관동교와 가야교 사이 풀밭 길


짜증 낸 게 미안했던지 사진도 막 찍어준다. 아들이 사진을 찍어줄 때는 엄마에게 미안한 행동을 하거나 짜증을 낸 후다. 실컷 짜증 내 거라. 나는 사진을 찍어주면 좋아하니까~^^ 너의 짜증을 받아주며 엄마도 성장하고 있단다. 엄마니까 짜증 내겠지, 누구에게 짜증 내겠니, 그 짜증도 못 내면 네 맘에 병이 들겠지. 짜증 내도 될 그런 엄마라도 있으니 니 복이다. 충분히 받아주마!


함안 가야교


뒤돌아보면서 다시 한번 가야교 앞에서 찍어본다.


6구간 끝, 7구간 시작 구간


남문 마을까지 왔으니 6구간이 끝났다. 끝나는 지점에서도 사진을 찍어서 인증해야 하니 순순히 아들은 사진에 찍혀준다. 그러나 저러나 뽑기에서 시간 보내고, 3번을 헤맸으니 예상 시간 70분이라고 했으나 2시간이 걸린 셈이다. 쉽게 생각했는데 표지만 보고 초행길을 찾는 게 쉽지 않아서 다행이다. 인생처럼 이 길도 헤매다가 찾게 되고, 되돌아가기도 하고, 물어보기도 하고, 직진으로 가기도 한다. 너무 쉬우면 재미없지.  이러다가 총 7구간 다 걸을 수 있으려나. 불안한 예상대로 날이 어두워져 금세 캄캄해졌고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 글은 함안군청 '함안 한 달 살기'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함안군의 지원을 받아 여행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7구간 다 걷기 후 알게 된 가이드, 초행길이시라면 도움 되실 거예요.


https://haman.walks.guide/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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