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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무섭지만 인생 사진은 남기자

함안 한 달 살기 : 아라가야 GoGo 걷기 챌린지 4구간 성산산성

함안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4구간 함안 성산산성

아가가야 걷기 챌린지 코스 소개


함안 아라가야 Go Go 걷기 챌린지 총 7구간 16.7km 중 금요일에 6구간, 토요일 1시부터 1~3구간을 걸었다. 4구간이 가장 기억에 남고 고생이 많았다. 어이가 없었던 4구간이기도 하다. 4구간은 함안역에서 성산산성 서문까지다. 함안 봉성 저수지에서 만난 함안 블로그 기자님께서도 성산산성을 추천해 주신 만큼 기대를 품었고 꼭 가고 싶었다. 블로그 기자님이 사진 공모전에서 수상한 사진처럼 같은 포즈로 성산산성에서 사진 찍기가 목표다. 아들이 잘 도와줘야 할 텐데.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4구간


이 위성지도가 7구간 다 돌 때까지 내 손에 있지 않았다. 함안군청 홈페이지에 있었지만 미처 다운로드하지 못했다. 이 지도만 있더라도 덜 헤맸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 덕분에 여러 가지 경험도 할 수 있긴 했다. 4구간이 성산산성 중간에서 끝나다니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4구간까지 걷고 내일 5구간을 걸으려고 하는 나 같은 사람은 산성 중간까지 다시 올라가야 한다. 5구간에서도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함안역


4구간 시작인 함안역에서 출발했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함안역~무 진정


조금 더 일찍 함안에 왔더라면 이 길이 참 예뻤을 것 같은데 은행잎이 거의 떨어진 직후지만 걷는 것만으로 축복받은 것임을 알기에 하루를 마감하는 기분으로 걸었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함안역 ~무진정


마을을 지나가니까 논도 휑하고 꽃들도 모두 져 있었지만 이런 모습이야말로 한 달 살기 하는 사람들이 봐야 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무진정


어머나, 또 무진정이 나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커피를 지금 마셔야 더 좋을 뻔했는데 미리 마셨구나. 여기서 무진 카페를 만날 줄을 몰랐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무진정


무진정을 지나면서 다시 풍경을 찍어본다. 다른 방향에서 커피를 마셨던 무진 카페를 바라보니 그 또한 멋있어 보인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무진정


낙화놀이를 했던 다리를 건너니 귀족 체험 낙화놀이를 하기 위해 만들었던 낙화봉(숯봉지)도 생각나고 불꽃도 생각이 난다. 아들도 나도 참 새로웠던 불꽃놀이였다. 함안에서만 볼 수 있어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성산산성 가는 오르막길


무진정 다리를 건넌 후 성산산성을 향해 올라갔다. 걷기가 아니라 이건 오르막이다. 6구간, 1~3구간도 이런 오르막은 없었는데 여기는 헉헉대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성산산성 가는 오르막길


5시가 넘어간다. 어떻게 해야 하나? 도중에 멈추고 숙소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30분이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으니 다 돌고 가자는 아들의 말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가 예상한 만큼의 거리일지 더 시간이 걸릴지 초행길이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지도상으로는 55분 예상이라고 나왔기에 20분 이상 올라와서 30분 소요시간을 예상한 것이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성산산성 가는 오르막길


여기가 성산산성이구나. 발음하기가 어렵다. 아들이 성산을 발음하고 다시 거꾸로 산성을 발음하면 성산산성이 된다고 일러준다. ㅎㅎ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성산산성


계속 발굴 중인 모양이다. 군데군데 많이 덮개가 씌어 있었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성산산성


산성 위로 올라가서 풍경을 바라보니 오르막을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 저 멀리서 보이는 산이 시원하기는 하나 구름이 끼여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성산산성


멀리 마을이 보이는 것을 보니 높이 올라오긴 했나 보다. 등산을 갈 때도 항상 정상까지 간다. 한눈에 보이는 마을 풍경을 보기 위해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을 눈에 담으려고. 산이 있으니 갈 뿐인가? ㅎㅎ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성산산성

노을이 서서히 지기 시작하니 발걸음도 빨라진다. 하지만 평지가 아닌지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성산산성


눈은 자꾸 풍경을 보려 하고 발걸음은 숙소를 향해 재촉하고 내가 분리된 기분이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성산산성


드디어 내가 찍고 싶었던 나무가 나타났다. 함안 블로그 기자님이 찍어서 수상까지 했던 작품사진 포즈를 따라 해본다. 어두워져도 이 사진만은 찍으리라.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성산산성


멀리서 아들에게 찍으라고 하고 나무가 다 보이게 찍으라고 했건만 나무가 잘렸다. 아깝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성산산성


찍은 것을 보고 다시 찍어달라고 하기가 애매한 시간이다. 패러디 사진이니 이 정도로 만족하자. 원 저작권자인 함안블로그 기자님을 위해서라도. 그래도 맘에 든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성산산성


뒷모습만을 허락하는 아들.


슬슬 어두워졌다. 아무도 없었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내려오다 보니 아저씨 한 분이 지나가셨는데 아저씨를 보니 안심이 된다. 그런데 도대체 4구간 끝을 알리는 표지는 어디에 있을까? 성산산성 서문이라는 표지는 어디에 있는 걸까?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인증샷을 찍어서 보건소에 보여줘야 하는데 없다. 날은 어두워져가고 표지는 찾을 수가 없다. 이런 이런 이런. 욕심을 냈나 보다. 4구간은 내일 올 걸 그랬나 봐.


아들과 빠른 걸음으로 무진으로 내려온다. 백산 마을로 내려가라는데 백산 마을 표지가 없다. 끝내 4구간 끝 표지판은 찾지 못했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 4구간 성산산성 내려오는 길


아들과 아주 빠른 걸음으로 무진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내려가는 데 무서웠다. 등에는 땀이 날 정도로 무섭기도 하고 빨리 걸어서 땀이 나기도 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내 핸드폰은 배터리가 부족해서 라이트를 켤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보조 배터리도 걷기 앱을 하루 종일 켜 놓아서 계속 사용했기 때문에 바닥났다. 아들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뛰다시피 내려간다. 다행히 내리막길이라 쉬리릭쉬리릭 뛰어내려갔다.


저기 무진정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니 마음이 놓이기 시작한다. 6시가 다 되었나 보다. 휴! 불빛만 봐도 안심이 된다. 낙화놀이하면서 만난 귀족 체험 낙화놀이 불빛보다 마을 불빛이 나를 살리는구나. 귀족 체험보다 서민체험을 택하련다. 무진정에도 4구간 끝을 알리는 표지판이 없다. 어디에 숨겨 놓았을까? 무진장~^^ 궁금하다.


지난주 낙화놀이 체험했던 사진


무진정에 내려와보니 지난주 1박 2일 함안 트임 팸투어를 인솔했던 분과 진행하는 예그리나 직원 2명을 우연히 만나 인사를 했다. 매주 토, 일 1박 2일 행사를 하기 때문에 오신 것이고 낙화놀이를 한 후 여항산 금계마을 문화센터로 향하는 중이었다. 지난주 내가 여행했던 코스다. 인기가 좋아 11월 주말 일정은 모두 마감되었다고 한다.


인사를 하고 택시를 부르려고 핸드폰을 켰는데 핸드폰 전원이 나갔다. 배터리가 간당간당 하기에 10분 전 아들에게 지난번에 탔던 함안 택시 기사님 명함을 미리 카톡으로 보내두긴 했다. 택시까지 부를 배터리는 있을 줄 알았는데. 아들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하니 데이터는 있는데 통화 가능 시간이 오버 되어서 전화할 수가 없단다. 이런 이런. 학생 기본 요금제를 했더니 이런 일이 생길 때는 아쉽구나. 무진정 주변은 이미 캄캄한 지 오래고 어떻게 해야 하나?


무진정을 산책하는 사람에게 핸드폰을 잠깐 빌려 달라고 할까?

카드는 있으니 무진정 카페에 가서 음표수를 마시면서 전화를 빌려달라고 할까?

서성대고 있을 때 1박 2일 팸투어 관광버스가 무진정을 나가려고 한다.

일단 나도 모르게 손을 들고 세웠다.

인솔하시는 분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핸드폰을 빌렸다. 아들 카카오톡에 보낸 핸드폰 번호를 보면서 택시를 호출했다.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전화를 돌려드렸다.



캄캄한 무진정 주차장에서 택시를 10분 이상 기다리면서 4구간을 다녀올 욕심을 낸 것을 후회했다.

내일 다녀와도 될 것을. 에베레스트 등정을 하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정상을 오르겠다는 일념으로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다가 동행하는 사람까지 죽게 만드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정상이 뭐라고 목숨과 바꾸느냐며 한심해 한 적이 있었다. 바로 나의 모습이 아닌가. 돌아올 길과 시간을 예상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곤경에 처하게 만든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 보았다. 숙소를 옮겨야겠다.

숙소와 정류장이 20분 걸리고 버스 시간을 잘 맞추기 힘드니 가야 읍내로 숙소를 옮길 결단을 캄캄 무진 주차장에서 했다. 아침에 침울하고 우울한 이유는 숙소 때문이었다. 일주일 묵는다고 했고 와이파이를 일부러 설치해 주셔서 마음에는 걸린다. 숙소가 따뜻은 하지만 편안하지 않고 화장실도 추워서 씻기도 불편하다. 이 지친 몸과 마음을 가지고 그 숙소에 가기 싫어졌다.


일단 택시를 타고 검색해둔 가야읍에 있는 모텔로 갔다. 아들과 지낼만 한지 둘러보고 묵기로 결정했다. 택시를 타고 꾸불꾸불 길을 따라 숙소로 가서 짐을 챙기고 나왔다. 택시 안에서 이틀 치 숙박비를 숙소 사장님에게 이체를 하고 퇴실한다고 문자를 했더니 전화를 하신다.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니 일주일 머문다고 하고서 퇴실하니 서운해하신다. 내일 퇴실하라고 하셨지만 나가고 싶었다. 죄송하지만 더 묵고 싶지가 않았다. 일주일 묵으면서 괴로워하기 싫었다.


가야 읍내에 있는 모텔로 오니 아주 편했다. 가격도 1만원 더 저렴하다.

트윈 침대도 편하고, 샤워 시설도 깔끔해서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아늑해서 좋았다. 옮기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10km 달리기에도 끄떡없던 양말이 8.2km 걷기에 빵구


많이 걷긴 했나 보다. 새 양말을 신었는데도 구멍이 2개나 생겼다. 오늘 8.2km를 걸었고 3시간 소요 예상이었으나 쉬는 시간, 헤맨 시간을 합하니 5시간이 걸렸다. 저녁 먹으러 갈 힘도 없어서 편의점에서 사발면을 사서 숙소에서 먹고 곯아떨어졌다. 



* 위 글은 함안군청'함안 한 달 살기'에 선정되어 지원받아 여행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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