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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산성 중턱이 5구간 시작이라고? 거꾸로 가라고?

함안 한 달 살기 : 함안 아라가야 GoGo 걷기 챌린지 5구간




걷기 챌린지 5코스 성산산성 서문 시작 근처


함안 한 달 살기 13일차, 함안 아라가야 Go Go 걷기 챌린지 중이다.

어제 4구간를 걸었는데 마무리된 건지 아닌지도 모르게 성산산성에서 어둠에 휩싸여 등골에 땀이 나도록 내려왔다. 초6 아들이 없었다면 무지 무서웠을 거다. 거기다가 숙소에 고민이 있었는데 과감하게 옮겼다. 일주일 묵으려고 했지만 마음에 안 들어서 밤에 옮겼다. 숙박비 1일 치가 날아갔지만 감수할 만큼 잘했다고 생각한다. 가야읍에 숙소를 두니 이렇게 편한 것을. 버스 시간 걱정이 덜었고 식당도 많고 걷기 코스 어디부터 시작해도 좋은 곳이다. 역시 군청이 자리하는 곳에 편리함이 있다. 그 대신 문밖에 나가면 바로 자연이 아니라는 단점은 있다. 10일 이상 자연을 품은 숙소에 있었기에 이제 옮길 때도 됐다.


아침에 아무리 찾아도 보조배터리가 없어졌다. 작은 딸이 친구가 생일 선물해 준 배터리라면서 한 달 살이 하는 엄마한테 망설이고 망설이다 빌려준 건데......


집에서 함안 출발 전 사진을 많이 찍을 것 같아서 보조배터리를 찾아봤더니 집에는 없었다. 최신 폰은 하루 종일 사용해도 그다지 배터리 소모가 되지 않아 평상시에는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출발 전 날까지 인터넷 구입을 하려고 했는데 시기를 놓쳐서 오프라인 매장에 사러 갔는데 이상하게 없거나 공사 중인 매장이 많았다. 어쩔 수 없이 작은 딸이 애지중지하던 캐릭터 보조배터리를 빌려 달라고 했건만 선뜻 빌려주지 않았다. 친구가 선물해 준 거라서 빌려주기 싫다고 했다.


이렇게 대화하는 것을 듣고 큰 딸이 저녁에 톡이 왔다. 귀가하면서 배터리를 사다 준다는 것이다. 역시 큰 딸이다. 근처 가전매장이 있다면서 걱정 말라고 해서 한시름 놨다. 사 온 것을 보니 직사각형 모양이다. 좋기는 한데 이미 작은 딸 캐릭터 보조배터리에 마음을 빼앗긴지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큰 딸은 일부러 들려서 사 왔는데 어이없어 한다.




작은 딸 자이언트 펭수 보조배터리


캐릭터 보조배터리를 보며 침만 삼키는 나에게 작은딸이 묻는다.

" 엄마, 정말 이거 가져가고 싶어?"

"응, 응, 응!"

바로 0.1초 만에 대답하는 것을 보고 어이없이 웃으면서 특별히 빌려준다고 하는 말까지 들으면서 가져온 것이다. 그것을 어제 산성에서 잃어버렸는지 택시에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다. 배터리가 간당간당해서 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떨어진 모양이다. 카카오택시를 탔기 때문에 기록이 있어서 전화를 해봤지만 택시에는 없었다고 한다.


걷기 챌린지 하면서 아들이 자꾸 보조배터리가 주머니에서 달랑달랑 거리니 떨어질 것 같다고 조심하라고 말했다. 이건 무게가 있어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무심히 말했고 아들이 몇 번이나 주의를 줬는데 들을걸..... 아들에게도 한소리 듣는다. " 내가 떨어진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잖아요. 에이그...", 이런 소리 들어도 싸다. 싸. 어쩔 수 없다. 작은딸에게도 한소리 듣고 다시 같은 것으로 사줘야겠다. 어젯밤에는 걷기 챌린지 하며 어두워서 혼나고, 밤에 콩 볶아먹듯이 숙소 옮겨서 정신없었고, 보조배터리 때문에 다시 찜찜한 기분이다. 함안 사시는 분들 이 펭수 보시거들랑 댓글에 답 좀 해주세요~ㅠㅠ


이럴 때는 걸어야 한다. 걸으면서 날려버리겠어.

걷기 챌린지 5구간을 걸으면서 마음 정리를 하련다.


자주 갔던 함안 가야 '정가네 칼국수'


아침 겸 점심을 먹으려고 어제 갔던 식당에 갔는데 닫혔다.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하면서 다음 식당을 찾는다.


처음 갔으나 발길 돌렸던 함안 가야 모 식당


마침 월요일이라 휴무란다. 세 번째 식당에서 감자탕을 먹고 출발한다.


함안군청 파란 지붕과 말이산고분군


역시 함안군청은 좋은 자리에 위치해 있다. 파란색 기다란 지붕이 함안군청이다. 길에서도 보이다니 볼 때마다 신기하다. 박물관을 등지고 사는 함안 가야읍이다. 말이산고분군이 등 뒤에서 지켜주고 있다. 함안군청이 말이산고분군을 지켜주고 있는 것인지, 말이산고분군이 함안군청을 지켜주고 있는지 모를 만큼 아라가야와 함안말이산고분군이 고분 발굴과 새로운 유물들로 깨어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중국계 연꽃무늬 청자 토기는 새로이 박물관에서 12월까지 특별 전시될 만큼 가치가 크다.


그나저나 5구간 시작이 문제다. 어제는 어두워서 4구간이 끝난지도 모른 채 성산산성에서 하산했는데 5구간 시작이 성산산성 중턱이다. 이것도 모른 채 지도 검색을 해봐도 어떻게 거기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지 감이 안 온다. 걷기 챌린지 주관하고 있는 함안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5구간 시작점에 가려면 여기가 군청 앞인데 어디에서 버스를 타고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물었다. 직원은 난감해하는 눈치다.


5구간 시작은 성산산성 중턱 서문이라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냐고 물었더니 버스로 가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이런 무지한 사람을 용서하소서. 보통 하루에 1~7구간을 걷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생길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공지글도 없었다. 하지만 사전에 전화를 했을 때는 한 구간씩 순서 없이 걸어도 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5구간은 예외라는 것을 공지도 하지 않았고 나처럼 5구간을 시작점으로 걷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는 변수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나도 몰랐다.


함안군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성산산성이라면 질문도 안되는 질문이다. 나도 예상 못 한 일이다. 5구간은 성산산성 서문에서 함안박물관까지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함안 박물관 근처 함안군청 앞이다.


함안 보건소 직원이 아주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셨다.

5구간을 거꾸로 가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얼마나 흥미로웠는지. 그녀의 재치에 박수를 보낸다. 삶이란 이렇게 거꾸로 오르는 산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깨달음의 돌이 하나 깨졌다.


왜 성산산성 서문에서 함안 박물관 한 방향만 생각했던가? 함안 박물관에서 성산산성 서문으로 가도 될 것을. 나의 고정관념이 단단하구나. 거꾸로 가는 대신 성산산성 올라가려면 힘드니 백산 마을까지만 가도 괜찮다고 알려주신다. 그러나 나는 안다. 백산 마을 너머 원래 시작점까지 가리라는 것을.......


함안 말이산고분군


함안박물관까지는 바로 연결된 길이라서 룰루랄라 걸어서 간다. 지난번에 봤던 말이산고분군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하늘이 더 파랗다. 대낮이라 그런지 더 맑다.


함안 말이산고분군


저녁에 봤을 때는 나뭇잎이 다 떨어져 스산한 느낌이지만 낮에는 그런 느낌 없이 오히려 청량감을 느낀다.


함안 말이산고분군


멀리서 사진을 찍거나 다른 방향으로 고분을 보고 사진을 찍으니 느낌이 다르다. 방향과 시간이 주는 변화다.


함안 말이산고분군


말이산고분군에 은행나무가 아직 두 그루 볼만하다. 아들도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 있다고 하는데 11월 22일인데도 충분히 즐길만하다.


함안 말이산고분군


은행나무 잎이 바닥에 쌓여있다. 자가이식을 하는 것처럼 나뭇잎을 떨구어 자신의 거름이 되고 다시 잎을 피우는 생명력에 감탄을 한다. 지금 필사 진행하고 있는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것처럼 ' 나는 나의 스승이다'라는 것을 자꾸 까먹는다. 내가 나를 스승처럼 존귀하게 모신다면 과연 무엇이 달라질까? 내가 나에게 자꾸 거름을 주고 키우면 어떻게 될까? 과거의 실패도 자산으로, 영광의 순간도 자산으로 삼으면 뭐가 달라질까?


함안 박물관


함안 박물관에서 아라가야 Go Go 걷기 챌린지 5구간 시작 표지를 찾는다. 없다...... 게다가 월요일이라 박물관도 휴관일이다.

6구간 표지에서만 들락날락하다가 결국 함안 보건소에 전화를 건다.

"자꾸 전화해서 죄송한데요, 시작 표시를 찾을 수가 없네요...ㅠㅠ"


자꾸 전화해도 괜찮다면서 박물관 뒤편으로 가보라는 것이다. 왜 나는 앞과 옆은 찾아봐도 뒤에는 찾아볼 생각을 못 했을까? 나의 시야와 사고의 폭이 거기까지던가? 왜 박물관 앞에 있을 것이라고 내 맘대로 생각한 걸까? 걷기 챌린지 하면서 나를 발견한다.


걷기 챌린지 5코스 함안박물관 뒤


함안 박물관 뒤쪽에서 5구간 표지를 찾고 걷기 시작한다. 차가워진 날씨로 낮인데도 어제와 달리 손이 시리다. 어제는 얇은 점퍼 차림이었지만 오늘은 두꺼운 패딩으로 입고 출발했다.


함안박물관과 도동마을 삼거리 사이, 가벽에 붙어 보이지 않는 표지~^^


출발 후 100m 가서 길을 잃었다. 쭉 가다 보니 안내표지가 없다. 다시 되돌아왔다. 여기서 또 헤맨다. 어는 쪽 길일까? 이 둘 갈림길로 가는 게 맞을까?


                                                  함안박물관 서쪽 공사장 가벽


아들이 함안박물관 좌측에 세워져 있는 공사 가벽에 있는 표지를 찾는다. 세상에 이렇게 서 있으면 가벽에 붙인 종이가 보이지 않는다. 원래 코스대로 갔다면 바로 보일 테지만 거꾸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벽에 있는 표지가 보이지 않았다. 이번 길은 거꾸로 지명만 보며 가는 길이기 때문에 더 험난하겠다.


가역적 사고가 필요한데 지도를 보면서도 헷갈리는데 과연 거꾸로 설명하는 길을 잘 찾을 수 있을까? 최대 난관이지만 재미있겠는걸. 길은 원래 헤매라고, 찾으라고 있는 법이니까. 어디로 가든 길은 만날 테니까.


공사장 가벽에 붙어 있는 표지를 보고 난 다음도 문제다. 좌회전일까? 직진일까? 좌회전을 쭉 봤는데 50m 거리까지 표지가 보이지 않는다. 설명이 없을 때는 직진이다. 어라~ 직진을 해서 갔는데도 통 보이지 않는다. 그냥 안내표지 없이 우리 가볼까? 아들과 둘이 차가운 바람 앞에서 의견을 내본다.


핸드폰으로 함안 박물관에서 도동마을 삼거리까지 검색하니 길은 알겠는데 걷기 챌린지 그 구간인지는 모르겠다. 핸드폰으로 지도만 이리저리 살펴보니 손이 시리고 얼굴도 차갑다. 계속 걸어야 덜 추울 텐데 서성거리기만 하니 추위가 느껴진다. 이 근처에서 30분 이상 헤맨 것 같다.


함안박물관과 도동마을 삼거리 사이


직진 코스로 갔다가 도동마을 삼거리 쪽으로 가보았더니 빨간 표지가 보인다. 그런데 걷기 챌린지 표지가 아니다. 되돌아가자.


함안박물관과 도동마을 삼거리 사이


다시 공사장 가벽까지 되돌아온다.

저 멀리서 빠알간 표지가 보이길래 가보았더니 누군가 떨어뜨린 빨간색 모자다. 둘이 한바탕 웃었다. 빨간색 비슷한 표지라도 보일라치면 눈을 크게 뜨게 된다. 이 길도 아니다.


함안 보건소에 전화를 건다. 혹시 위성지도가 있는지 물어보신다. 위성지도? 아뇨? 함안군청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왔었단다. 이걸 모르다니. 나는 바보~

아가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위성 지도


이 지도만 있더라면 수월했을 텐데. 총 7구간 중 두 구간만 남겨두고 알게 된 정보다. 스스로 어이가 없었지만 위성지도가 없었던 탓에 아들과 헤매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으니 낙담만 할 일은 아니다. 나도 나에 대해 길을 찾으면서 들여다보게 되었으니까.

지도를 봐도 작은 길은 모르겠다. 전에 갔던 길인가 보다. 다시 도동마을 쪽 큰 도로로 가본다.


함안박물관과 도동마을 삼거리 사이


표지가 없지만 그냥 가보기로 한다. 우린 걷기 챌린지를 즐기는 것이지 꼭 그 길로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길로 가면 어떤가?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어딘가로 가는 분의 모습이 보인다. 강아지만 멀뚱멀뚱 쳐다보다 다시 정신을 차린다.

함안박물관 옆 도동마을


도동마을 표지가 나온다. 다행이다.


함안박물관 옆 도동마을


도동마을 삼거리가 먼저인데 우리는 도동마을 - 도동마을 삼거리 순서대로 걸었다. 그러면 어떤가? 걷기 챌린지인데 뭘. 사실 원래대로 걸었으면 맞는 길이 아닌가? 하하하 삶이란 그래, 살다 보면 난처한 상황에 처해서 길을 잃기도 하고 다른 길로 가기도 하지, 때론 오늘처럼 다시 시작해야 될 때도 있고, 거꾸로 갈 때도 있어. 순서가 바뀔 때도 있지.


함안박물관 옆 도동마을 입구 삼거리


도동 입구 삼거리와 도동마을 표지를 왔다 갔다 한다.

빠알간 모자가 떨어진 길이 걷기 챌린지 길이었음을 나중에 알았다. 우린 챌린지 길이 아닌 옆길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도동마을


이제서야 제대로 된 5구간 표지판을 만난다.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백산 마을 가는 길


이제 백산 마을회관 횡단보도를 향해 출발~

백산 마을 뒷길로 조그만 산길이라 아담하다. 길지도 않고 깊은 숲속도 아니라서 금방 백산 마을로 접할 수 있기에 좋았다.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백산 마을 가는 길


잘 가고 있다는 안내 표지판도 반갑다.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백산 마을 회관


백산 마을 마을 회관이다. 성산산성을 배경으로 터를 잡은 마을회관이 부럽다. 하나 아쉬운 것은 이 근처가 '커피와 소나무' 카페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가야읍 '정가네 칼국수'집에서 식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바로 옆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지나가면서 들렸을 텐데 아쉽다. 차가 없는 뚜벅이로서는 지나가면서 가야지 일부러 택시 타고 그 한곳만을 가기에는 시간, 돈이 아깝다.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백산 마을


걷기 챌린지 표지를 붙이기 어려운 곳은 이렇게 노란 꼬리표를 붙여 놓아서 아들이 쉽게 잘 찾는다.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백산 마을


이 길로 성산산성 서문으로 가는 길인가 보다.

함안보건소 직원은 함안 박물관에 백산 마을까지만 가면 인정해 주신다고 했지만 도대체 성산산성 서문이 어떻게 생겼길래 내가 지나쳤을까, 아니면 새로운 큰 문이 있는 곳인지 궁금해서 안 갈 수가 없었다. 서문이라고 하니 옛날 성곽처럼 큰 대문을 상상했다.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백산 마을


마을을 가로질러 가보니 경사진 길이 보인다.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백산 마을 ~ 성산산성


원래는 내려오는 걷기 챌린지 길인데 올라가려니 숨이 헉헉 찬다.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백산 마을 ~ 성산산성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마을 풍경은 멋있어진다.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백산 마을 ~ 성산산성


땀이 나서 패딩을 벗고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기 시작한다. 이런 길이야말로 걷는 맛이 나는 길이지.


백산마을 ~성산산성 서문 오르막길


     

아라가야 GoGo 걷기 챌린지 5구간 백산마을에서 성산산성 가는 오르막길, 저는 5구간 거구로 가고 있어요~^^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백산 마을 ~ 성산산성


바닥에 솔잎과 나뭇잎이 쌓여 있어서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데에는 미끄러질까 봐 조심스러웠다. 제대로 5구간 내려가는 분이 많으실 텐데 내려가는 길도 조심하소서.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백산 마을 ~ 성산산성


또 해가 지기 시작한다. 함안 와서 제일 무서운 것은 해가 지는 것이다. 밤이 캄캄해 무섭다. 특히 드문 숲속 길, 사람 없는 곳은 더 그렇다.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백산 마을 ~ 성산산성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백산 마을 ~ 성산산성


푹신한 나뭇잎을 밟는 소리는 그 무서움까지 없애 버린다.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백산 마을 ~ 성산산성


드디어 5구간 표지를 발견했다. 이 표지부터 시작한 성산산성 서문에서 함안박물관까지인데 거꾸로 함안박물관에서 시작해 성산산성까지 도착한 것이다.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시작 표지, 우리에겐 도착 표지


여기가 우리가 어제부터 그토록 찾았던 성산산성 서문 표지판이다. 성곽 대문은 없었다. 상상의 대문은 없었던 걸로.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시작 표지, 우리에겐 도착 표지


이 표지판은 4구간을 걸으면서 발견하기 쉽지 않다. 오른쪽 길로 쑤~욱 들어간 길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초행자로서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어제저녁 어스름한 시간에는 더 찾을 수 없었던 표지다.


아라가야 걷기 챌린지 5구간 시작 표지 들어가는 길


성산산성 5구간 표지판을 뒤로하고 '무진정'으로 하산길을 정해서 내려가기로 했다. 해는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


함안 성산산성


그나마 5시가 되지 않은 시각이라서 어제 무서웠던 산길에 비해서 환해서 좋다. 20분 정도면 어둡기 전에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어제 경험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즐기며 내려간다.


함안 성산산성


성산산성 주변의 모습도 새롭게 보인다.


함안 성산산성


앞만 보고 걷고 있는데 아들이 뒤를 보라고 한다.

와~ 노을이 이렇게 멋있을 수가~

아들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앞만 보며 가는 우를 범할 뻔했다. 가끔씩 길을 가더라도 뒤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끔찍하게 아름다운 장면이 지나칠 수 있을 테니까. 삶에서도 놓치는 게 없는지 가끔 돌아봐야겠다. 그것도 많이 지나치기 전에.


사진 찍기 싫어하는 아들도 저절로 찍고야 마는 성산산성 노을이다.

아들이 찍은 성산산성 서문


아들이 찍은 성산산성 서문 근처


아들이 찍은 성산산성 서문


아들이 찍은 성산산성 서문 근처


아들이 찍은 성산산성에서 하산한  노을지는 무진정


아들아~ 거꾸로 5구간 걷느라 수고했다~ 총 7구간 16.7km를 걸었다. 내일 함안보건소에 사은품 받으러 가자꾸나~





* 위 글은 함안군청 '함안 한 달 살기'에 선정되어 지원받아 여행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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