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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 이야기 온라인에 올리지 마

함안 한 달 살기 : 여항산 둘레길 1(1구간)

“엄마, 내 이야기 온라인에 올리지 마”

“.......”     

이럴수록 침착해야 한다. 머릿속에는 연필로 연습장에 낙서하듯이 찌그러진 동그라마기가 여기저기 그려져서 방향을 못 찾고 새까맣게 되는 중이다. 시냅스에서 ‘공감’이라는 낱말을 얼른 찾아낸다.      

“온라인에 네 이야기가 올라가는 게 싫구나”

“네.”     

“네에에~”가 아닌 “네.”라는 말이 짧게, 굵게, 빠르게 날아와서 콕 박힌다.     

“사진도 올리지 마세요.”

“어라.......”     


 다음 말을 찾아야 한다. 최대한 지혜롭게 찾아내야 한다. 함안 한 달 살기가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 같이 생활하는데 아들 이야기가 빠지면 함안 이야기에 중간중간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주 신중한 목소리와 표정과 몸짓으로 이야기를 꺼내본다.


“엄마는 그날그날 이야기를 온라인에 올려서 함안 소식을 전하려고 여기에 온 거야. 함안군청으로부터 숙박비를 지원받았기 때문에 글을 써서 올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있어. 다른 사람들이 함안 와서 덜 불편하도록 내가 먼저 지원받고 알려주는 거야. 우리도 아무런 정보 없이 와서 엄청 헤매잖니? 누군가에게 글이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아주 의미 있는 일이야. 그 일을 엄마가 하고 싶어. 글 쓰는 것도 엄청 좋아하잖아. 네가 있는데 없는 것처럼 쓰면 글에 진정성이 사라지게 돼. 엄마는 그렇게 쓰고 싶지 않거든. 네가 하는 말들이 정말 재미있고 소중해. 느낀 대로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쓰고 싶어. 도와줄 수 있겠니?”

“.......”

“그 대신 글을 다 쓰고 나서 네가 읽어보고 올려도 되는 이야기만 올릴게. 사진도 뒷모습만 올리고. 마스크 쓰니까 거의 얼굴이 가려져서 찍어서 올려도 네가 누군지 몰라봐.”

“마스크 쓴 사진도 싫어요.”

“그럼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할게.”     

일부러 마스크를 벗고 찍은 사진도 있지만 뒷모습이나 마스크를 쓰고 찍은 사진으로 올렸는데도 싫다고 할 줄은 몰랐다. 이제 겨우 함안 한 달 살기 1일 여행기를 올렸을 뿐인데.......


이런 이런.... 글을 쓰고 아들에게 검열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어차피 온라인에 다른 사람들이 보는 글이기에 아들이 봐도 상관없다. 하지만 검열을 받는다는 건 다르다. 글을 다 써서 나름대로 전체 스토리를 구조화시켰는데 중간중간 작은 스토리가 머리숱 빠지듯 뭉텅뭉텅 빠지면서 올리지 말라고 할 경우 글의 앞뒤가 안 맞을 수도 있다.     


마침 아들 마음을 돌릴 대박 사건이 벌어졌다. 브런치에 올린 경남 함안 한 달 살이 1일 차 ‘함안 여행 첫날 스펙 터클하다’라는 제목으로 쓴 글인데 여행기 조회수가 계속 올라간다는 핸드폰 알람이 온다. 어쩐지 어제부터 핸드폰을 진통으로 했는데 드르륵드르륵 자꾸 소리 없이 울어댔다. 20분 사이에 조회수가 2000을 돌파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3000을 돌파했다는 메시지에 ‘나브작(나도 브런치 작가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김경미 작가님에게 카톡으로 물어본다. 이런 메시지가 왔는데 조회를 해서 읽었다는 뜻인지 어디에서 사람들이 이 글을 읽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브런치 메인 화면에 떴나 확인해보라는 한다며 축하의 말을 한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서 혼자 도전한 후 실패했다. 포기하고 몇 달이 지났는데 김경미 작가님이 진행하는 ‘나브작 프로젝트’에서 같이 글을 쓰면서 도전했다. 2회 도전에도 실패하고, 하루 좌절하고 실망한 후 오기가 생겨 3회째 도전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매주 화목에 글을 올리는 ‘화목 글벗’에도 같이 동참하여 글을 올린 지가 4회째가 되는데 이 일이 벌어진 거다. 화목에 올리기보다는 내가 올리고 싶을 때 올리려고 주 2회보다 더 자주 글을 올렸고 함안 한 달 살기 하면서는 매일 여행기를 올리려고 계획했다. 함안 오기 전부터 준비과정의 글도 올렸고 드디어 함안 1일 차 여행기를 목요일 저녁에 올렸는데 금요일 오후 4시 39분에 8000을 돌파했다는 메시지가 오고야 만 것이다. 감사하게도 가슴 떨리는 글도 남겨주셨다.      

“너무너무 축하드리며 응원해요.

정말 이게 무슨 일이고?

글 쌓이면 출판사에서 연락 오는 거 아녀???♡♡♡”     


조회수 돌파 이야기도 하면서 아들에게 살살 부탁해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응원하고 있어서 네 이야기를 꼭 쓰고 싶다. 그래야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초등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엄마의 글을 보고 아이들과 여행 와서 소중한 시간들을 보냈으면 좋겠다면서.     


“알겠어요. 그 대신 글 올리기 전에 보여줘요. 사진도 다 가리기 하고요.”

“그럼, 그래야지.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드님”     


휴~ 한숨 돌렸다. 2일 차 함안 한 달 살이 함안 봉성 저수지 쓴 글을 얼른 보여줬고 ‘아드님 편집장님’의 OK가 떨어진 후 글을 올렸다. 다행히 검열이 심하지 않아서 쓴 글이 다 통과되는 기쁨을 맞이했지만 어딘가 씁쓸한 것은 기분 탓인가. 이걸로 만족해야지, 뭘 더 바라겠어.     


11월 12일 금요일 아침 06~07시에 진행하고 있는 낭독 독서모임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를 마쳤다. 같이 읽고 있는 분들이 아들이 6학년인데 책을 갖고 갔냐고 묻는다. 아무 책도 갖고 오지 않았다. 불안하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불안하지 않다. 큰딸, 작은딸이 스무 살이 넘었는데 키워보니 한 달 쉰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아들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할 일을 스스로 하는 스타일이라 지금까지 학교, 학원 생활도 열심히 해왔다. 혹시 숙제가 있으면 밤12시까지도 하는 스타일이다. 오전10~12시에 00 도서관 ‘갈매기의 꿈 ’ 필사 강의를 줌으로 마친 후 여항산 둘레길을 가기로 했다.


강의가 끝나고 정리가 필요하여 아들에게 어제 사온 누룽지 끓여달라고 부탁했다. 어떻게 끓이냐 물어본다. 어머나, 모르는구나. 누룽지 아침에 학교 갈 때 밥맛이 없을 때 자주 해달라고 하는데 한 적이 없었구나. 가르쳐 줄 절호의 기회가 왔다. 라면 끓이듯이 물을 일단 넣고 끓이면 사온 딱딱한 누룽지를 넣고 5분 정도 끓이라고 일러줬다. 누룽지에 김치만 먹어도 든든한 아점, 브런치를 함안에서 먹어본다. 지인 '보라'님이 가져가면 도움된다던  블루투스 스피커도 톡톡히 제 역할을 한다. 음악을 들으며 아들이 해주는 런치 누룽지라니. 특별히 간을 가미할 필요도 없는 누룽지건만 아들이 처음 해본 누룽지여서 그런지 속이 든든하고 마음도 든든하다.   

  

아들이 끓여준 누룽지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출발하려고 하니 펜션 열쇠가 없어졌다. 하루 하나씩 일이 생기고야 만다. 왜일까? 낯선 공간에서 제자리에 두지 않는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아줍쇼 하고 외치는 것 같다. 일단 어제 방에  들어온 후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방에 있는 건 확실하다. 이 책 저 책 다 뒤집어보고 노트도 살펴보고 펴놓은 교자상 상다리 밑에도 살펴본다. 옷에도 다 찾아본다. 없다! 혹시 부엌이나 화장실에 떨어뜨리지는 않았을까 몇 번을 왔다 갔다 한다. 열쇠를 변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겠구나 하면서 미래도 왔다 갔다 한다. 아니야 이럴수록 침착해야 해. 급기야는 대형 캐리어의 짐을 다 뒤집었다. 그래도 안 나온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오징어 게임도 아닌데 왜 자꾸 나를 게임에 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혹시 침대 밑을 살펴볼까? 있다! 그런데 어떻게 침대 밑에 들어갔지? 아~하 어제저녁에 열쇠를 교자상 위에 두고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쪽 교자상 다리가 옆으로 밀리면서 교자상에 물건들이 다 쏟아진 일이 있었다. 그때 침대 밑으로 들어간 거구나. 왜 하필 침대 밑에는 뚫려 있는지, 열쇠가 들어가기 좋을 만큼 열쇠 자리가 있었다. 헛웃음이 나왔으나 찾은 거에 만족하며 아들을 보니 어이없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고만 있다. 점심시간도 지났기 때문에 교통수단 없이 둘러볼 수 있는 여항산 둘레길을 가기로 아들과 합의를 봤다. 마침 묵고 있는 여항산 정원 펜션 옆이 입구라서 가기도 편하다.   

   

여항산 정원 펜션 옆으로 둘레길(1구간) 300미터라는 푯말을 보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을 단풍을 여기서 구경하다니. 둘레길이라 하여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산책이나 하려고 나선 길이었는데 의외로 단풍들이 있어서 사진 찍기가 좋았다. 멋진 단풍들이 나올 때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자 아들은 아예 가방을 놓고 바닥에 앉아 버린다. 왜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냐고 묻는다. 원래 사진기사들은 사진을 많이 찍어. 몇 백장 찍고 거기서 좋은 사진을 고르는 거야. 엄마가 무슨 사진작가냐고 놀린다. 사진작가가 따로 있나, 잘 찍으면 사진작가지. 이래 봐도 MKYU에서 사진강좌도 수강한 사람이야, 왜 이래~ 그랬더니 엄마 데리고 다니기 힘들다고 한다.

함안 여항산 둘레길 (1구간) 등산로 입구

예쁜 단풍들이 많아서 걸어가다가 사진 찍고 걷다가 다시 찍기를 반복했더니 슬슬 아들이 짜증 낸다. 엄마, 그만 찍어요~. 알겠어, 아들아. 사진도 맘대로 못 찍네. 둘레길 코스만 동행한 것도 고마운 일이다만 일단 가기로 했으면 즐겁게 갈 일이지 중간중간 투정을 부린다.

여항산 둘레길(1구간)

나뭇잎들이 서서히 떨어지기도 하고 물들기도 한다.

아들은 물들어 가는 나무를 보고는 예전 캠핑장에서 만난 월계수 나무를 생각해낸다. 그 월계수 나무는 꼭대기와 가장자리에서부터 나뭇잎이 노랗게 변하고 있었고 줄기 안쪽에는 아직 초록이라 날씨가 추워지고 먼저 난 잎들이 먼저 노랗게 변한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렇게 나뭇잎이 다르게 물들게 가는 것을 보고 월계수 나무가 생각났나 보다. 변해가는 단풍, 은행나무 들을 이런 추억을 생각해낸 둘레길이 고마울 뿐이다.

여항산 둘레길(1구간)

지나가다 보니 특이한 나무가 보인다. 나뭇가지 3개가 휘어져 자란다. 꼭 포크 같다고 생각이 들었고 아들에게 이 나무 이름을 지어주자고 했더니 '달빛 나무'라고 지어주자고 한다. 가지가 세 개 꺾여서 자라는 모양이 마치 달빛 같다고. 오~ 아들에게 이런 갬성이 있을 줄이야.

아들이 이름 지어준 '달빛 나무' 달이 보이시나요?


내친김에 다음에 보이는 나무도 이름을 주어준다.  이번에는 영어까지 쓴다. '엄브렐러 umbrella'. 왜냐고 물었더니 그 큰 나무를 전체로 보니 우산 같다고 한다.  그런가??? 아들이 그렇다면 그런 게지.


우산 같다고 지어준 '엄브렐라 umbrella 나무'


다음에는 소나무를 보더니 가지가 많이 뻗어 있어서 '옷걸이 나무'라고 아들이 이름을 지어줬다.  다음 나무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더니 단칼에 "그만해요"라고 말한다. 냉정한 짜아슥. 뭔 말이든 오래 끌고 가기가 힘든 기다. 그래 아쉬울 때 그만하자. 미안했던지 아재 개그를 던진다.

스탠드 옷걸이를 닮은 소나무

"피아노를 던지면?"

"..... 몰라...."

"생각해봐요"

"......."

"어떻게 피아노(피하노)?"

" 에이 진짜, 고마 해, 그딴 거"

"하하하"


여항상 둘레길(1구간)

 평일 금요일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자동차가  한 대 지나갈 뿐 한적했다. 두 사람만이 둘레길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112독 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1개월에 1권 2회 읽는다고 해서 112 독서모임이다. 1번 읽는다고 의미를 다 아는 것도 아니라서 최소한 2회는 반복해서 읽고 생활에서 지혜를 찾아보고 실천하자는 뜻으로 읽는 모임이다. 11월의 책은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이며 이번 달에는 06시에 1시간 동안 낭독 후 느낌을 말하고 있다. 내용 중에 '공간을 느껴보라'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시간상의 흐름으로 대부분 살아간다. 명상을 할 때 공간을 느껴보라는 말이 처음에는 참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자꾸 하다 보니 나를 입체적으로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시간과 함께 앞으로만 가는 존재가 아닌 이 세상과 함께 살아간다는 존재라는 느낌이다. 사람은 공간 자체라는 말과 만물은 비어있다고 한다.


물리학자들은 물질이 딱딱하게 보이는 것은 환상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당신의 육체를 포함해 겉으로 고체처럼 보이는 것도 원자의 크기에 비교하면, 그 원자들 사이의 거리는 엄청나게 벌어져 있습니다. 때문에 당신 육체나 단단한 고체도 거의 완전히 빈 공간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모든 원자의 속은 거의 비어 있는 공간입니다. 고체의 입자 또한 입자라기보다는 차라리 진동에 가깝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196p)

여항상 둘레길(1구간)

우리는 모두 진동,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파동으로 사람끼리 만난다고들 한다.  서로 같은 주파수이기 때문에 이 글을 읽게 되는 인연이 되고 만남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 함안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도 그렇다.

13.5km의 여항산 둘레길을 다 걷고 싶었으나 2km 정도만 걷기로 했다. 오후 2시 넘어서 출발했고 거의 4시가 되었기 때문에 계속 걷다가는 둘레길에서 갇혀버리는 수가 있다. 여항산 정원 펜션에서 2km까지 올라오는 데도 중간에 나가는 길이 없었기 때문에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내려오면서 아침 독서모임에 나눈 질문을 했다. 같이 독서모임 하시는 분들이 책이나 문제집을 하나도 안 갖고 갔다고 하니까 놀라더라. 엄마는 책이나 문제집은 평상시 많이 봤으니까 함안에서는 많이 걷고 생각하고 자연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 아들은 내일 버스 타고 가서 서점에서 책을 살까 살짝 고민하기도 했다. 뭘 살 거냐고 물어보니 문제집을 산단다. 아들아~ 아서라 엄마 반대다. 문제집보다 자연을 즐기렴.

여항상 둘레길 (구간) 초6 아들 뒷모습

역시 걷고 난 후에는 따뜻한 방이 최고다. 1시간만 쉬고 펜션 옆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가기 전에 혹시나 해서 지나다니면서 전화번호를 적어뒀고 출발하기 전에 전화를 해봤다. 평일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운영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사다 놓은 간단한 음식도 다 떨어졌기 때문에 오늘 저녁은 이 집에서 먹자고 아들과 합의를 봤다.


헉~

우려했던 바가 현실이 되어 버렸다.

운영하고는 있는데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오늘 저녁만 안 한다는 것이다.  '이 식당에서 먹으려고 저녁에 먹을 음식을 안 사 와서 큰 일이네요.'라고  혼잣말로 말했더니 아주 맘에 드는 제안을 하신다.  주문을 하면 펜션 옆 식당이니 펜션으로 가져다주시겠다는 것이다. 지혜로운 분이시군. 손님 음식도 해결하고 볼 일 보러도 가시고. 그럼 좋고 말고요. 아들은 닭백숙을 먹고 싶다고 했다. 가격을 물어보니 65,000원인데 나에게 그다지 착한 가격은 아니다. 한 달 살이를 해야 하는 나로서는 조금 비싸게 느껴진다. 둘이서 한 끼에 그 가격이면......이라는 생각으로 머뭇거리고 있을 때 아들이 말한다. 죽까지 있으면 아침까지 해결되는 거니까 그냥 하라고 한다. 그래, 그러자, 해결에 방점을 찍어주니 고맙다.

저녁으로 먹은 닭백숙

상은 있지만 펴지 말고 방바닥에서 뜨끈하게 먹기로 했다. 속도 뜨끈, 엉덩이도 방구들 덕분에 뜨끈하다. 쌀쌀한 가을이나 겨울 여행의 묘미다. 아들은 닭다리를 뜯고 나는 닭죽 위주로 먹는다. 닮 한 마리는 사실 둘에게는 양이  많았다. 닭백숙 만들 때 한약재를 많이 넣어서 몸에는 좋다고 하는데 담백한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조금 강하게 느껴진다. 다른 음식도 먹어봐야 미각도 발달하고 다른 감각도 자극을 받을 테지. 감사하게 먹었다. 아들은 아주 잘 먹는다. 온라인에 글도 올리게 허락했으니 많이 먹으렴.


함안 한 달 살이는 매 끼니가 고민이다. 즐겁게 고민 중이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간단하게 아침, 점심을 해결해서 좋고 저녁은 거의 사 먹으니 더 좋다. 돈이 좀 들기는 하지만 언제 이런 호사를 누려보겠는가? 오전에는 아들도 늦게 일어나고, 내가 해야 할 독서 관련 일을 새벽부터 12시까지 처리하려면 점심부터 먹게 된다. 3일 동안 지내는 펜션에 많은 음식을 사두기도 아깝고 해서 꼭 필요한 음식만 조금씩 사다 둔다. 냉장고에도 한 끼 먹을 정도만 보관한다. 미니멀 라이프가 따로 없다. 떠날 것을 알기에 사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집도 떠날 것을 알면 쌓아두지 않을 텐데. 언젠가 떠날 것을 알면 쟁여놓지 않을 텐데. 우리는 언젠가 떠난다. 가볍게 살다가 가볍게 가고 싶다.

별첨 부록 : 아들의 하루 두 줄 기록

아들의 오늘 감사한 점은 외출하는 데도 음식을 배달해주신 식당 아주머니이며 가장 생각나는 일은 둘레길에 사진 찍은 일인데 이유는 풍경이 멋있어서가 아니라 엄마가 사진을 많이 찍어서 힘들었다고 한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팁

- 둘레길 도중에 내려가는 길이 있는지 확인할 것(여항산 제1둘레길은 1시간 30분 이상 걸어도 옆으로 빠지는 길 없어서 되돌아와야 했음)

- 가벼운 산책을 원하시는 분은 입구에서 300미터 정도가 가장 단풍이 예쁘니 거기라도 꼭 다녀가시길.

- 주변 식당은 입구에 전화번호가 있으니 전화하고 찾아갈 것.

- ' 함안 한 달 살기- 함안 여행 첫날 스펙터클하다'  첫날 브런치 글  1만뷰 조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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