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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브런치 작가의 1만 조회 달성 스토리

함안 한 달 살이


앗싸~


2021년 10월 20일 3수 만에 브런치 작가 통과 메시지를 받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2021년 12월 29일 현재까지 뭐가 달라졌을까? 두 달 하고도 9일이 지났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2021년 9월 27일 첫 번째 탈락하고 실망했다. 그날 쓰고 있던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필사 후 '실천하기'에도 '두 번째 브런치 작가 도전하자'라고 다짐을 쓴 것을 보면 상처가 되었고 보듬었으리라. 필사 덕분에 '다시 도전하자'라고 썼으니 필사도 한몫했다.


10월 15일 두 번째 탈락 메시지를 받고는 드러누웠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먹는 것도 하기 싫고 밥하기도 싫었고, 완전 의욕을 잃었다.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면서 영화나 보고, 먼지 낀 책이나 꺼내서 건성건성 보고, 과자로 끼니를 때웠다. 나만의 소심한 하루 반항이다. 아이들에게도 저녁밥 달라고 하지 말고 라면을 먹던가, 과자를 먹던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선언했다. 탈락해서 기분이 나쁘다면서.......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떨어졌을까?

그 이유나 알아보자!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침대에 누워서 찬찬히 읽어보았다. 하나, 둘, 셋.... 열 편 이상의 글을 읽어보니 그들에게는 진정성, 나만의 스토리라는 것이 보였다.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나만의 스토리, 나만의 경험을 써보자. 내가 좋아하는 필사 경험의 글이 탈락했으니 나만의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무엇이 있을까?


뒷날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갔다.

자기소개서, 기획서, 글 3편을 쓰지 않고는 귀가하지 않으리라.


셋째를 낳고 허리가 아파서 병원 다녔던 일을 쓰고 그 이유를 헤아려보니 마음이 아파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그 이야기를 써보자.

자기소개서에는 셋째 출산 후 몸이 아파서 마음공부를 하며 운동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몸, 마음, 존재, 성찰, 성장에 관심이 생겼다고 썼다.


글 3편의 제목도 아주 심사숙고해서 정했다. '셋째 낳은 후 아파지는 몸', '손목이 아파서 모유 수유 중단하다', '몸 공부는 마음공부다'를 일사천리로 써 내려갔다. 나의 이야기니 술술 풀 수밖에 없었다.


금요일에 제출하고 일주일을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초조하게 기다렸는데 화요일 통과 메시지를 받았다. 이렇게 기쁜 소식을 이렇게 빨리 주시다니 땡큐다.


이제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글을 쓸 일만 남았다. 많은 분들이 통과하고도 글쓰기에 시간이 없거나 소재가 없어서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유료 모임에 참여해서 주 2회 글을 올리기로 했다. 나의 의지보다는 돈으로 나를 묶고, 모임으로 나를 묶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 글을 규칙적으로 쓸 테니까.


그러던 중 10월 말에 '함안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함안 한 달 살기 참가자 모집' 공고를 보고 '그래, 이거야~' 하면서 바로 신청서를 냈다. 나에게는 가을 여행이 아니다. 글을 쓰러 함안에 가고 싶었다. 나만의 경험과 느낌을 낯선 곳에서 쓰고 싶었다. 겉으로 나오는 글이 아닌 내 안에서 나오는 글을 쓰리라.


참가자 선정 기준은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였다. 추후에 담당자에게 물어봤더니 sns에 진정성 있게, 성실하게 글을 쓰는지, 계속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지를 봤다고 한다.


짧은 시간에 빨리 쓰는 블로그 쓰기 유혹에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나의 스타일이 아니라며 중심을 잡고 많은 시간을 들여 썼는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에 책 후기나 논어 필사를 길게 쓰기도 하고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시간과 공을 들인 보람이 있구나. 세상에는 거저 되는 게 역시 없어. 작은 물줄기 하나하나 모여서 이런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새삼 배웠다.


참가자로 선정되고 나서 숙박, 아들 체험학습 신청, 필요한 물품 구입 등을 일주일 안에 다 준비했다. 초6 아들과 기차를 타고 출발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도 어떤 글을 쓸까 생각하기도 하고 그때그때의 기분을 핸드폰이나 노트에 메모하기도 했다. 아들이 말한 이야기도 짤막하게 핵심만 적어두기도 했다. 모두 글의 소재가 될 테니까. 글을 쓰러 온 사람이 함안을 보는 것과, 함안을 보고 글을 쓰는 것은 천지 차이다. 책을 읽고 후기를 쓰는 것과 후기를 쓰기 위해 글을 읽는 것과 같은 이치다.


11월 10일 함안 첫날, 기차 안에서의 이야기, 숙소 찾아간 이야기, 버스 못 탄 이야기, 와이파이 없는 펜션 이야기, 차로 누군가 시장까지 태워다 준 이야기, 버스가 없어서 택시 탄 이야기 등을 써서 ' 함안 여행 첫날 스펙터클 하다' 제목으로 브런치에 올렸는데 뒷날 자꾸 문자가 온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2000을 돌파했습니다.'


몇 시간이 되기도 전에 5~6천 명의 조회 문자가 또 왔다.


이게 무슨 일이지?


올린 글에서 조회 수를 보는 방법도 몰랐던 터라 브런치 작가 프로젝트를 운영하시고 도움을 받고 있는 김경미 작가님께 물어봤더니 브런치 메인에 뜨면 그럴 수 있다고 살펴보라고 하신다. 책으로 엮을 수 있게 제안이 오면 좋겠다고 덕담까지 덧붙인다.


'조회수가 10000을 돌파했습니다.'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블로그를 만들고 2020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써봤지만 20~30명 조회도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핸드폰과 노트북으로 브런치 메인을 여기저기 살펴본다. 사실 브런치 메인도 가보지 않은 20일 된 초보 브런치 작가였다.

브런치 메인 첫 화면에 두 개의 브런치 중 2번째가 내가 쓴 글이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마치 남의 글인 것 같다. 이런 일도 일어나는구나. 신기하기만 하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브런치 추천작가에도 내 이름이 뜬다. 이건 또 무슨 일이고? 이러니 조회가 많이 될 수밖에.


이건 일시적인 일일 거야.

어쩌다 얻어걸린 일이지.

연예인 인기처럼 한순간에 사라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안에서 두 번째 글을 쓰는데 의무가 아닌 에너지가 충천되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함안에서의 두 번째 글은 '이런 아름다운 저수지를 봤나!!!'라는 제목으로 올렸는데 3,000명이 조회했다. 1만 명의 후광효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저수지라고 하기에는 주변의 산자락 풍경이 저수지를 감싸고 있어서 너무도 아름다웠고 결국 마라톤 10km까지 뛰게 만든 함안 봉성 저수지이다.


1만 명 조회된 글을 왜 브런치 팀에서 메인에 올렸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위드 코로나'라고는 하지만 아직 그렇게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초6 아들과 함안 살이는 많은 분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사실 쉽게 결정해서 간 것은 아니다. 초6 아들도 처음에는 안 간다고 했다가 친구들이 '나라면 가겠다'라는 한 마디에 결정했고 가기 전까지도 갈까 말까 고민하던 아들이다. 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 필사 모임도 함안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와이파이가 잘 되는지, 거기에 필요한 책들을 가져가야 해서 짐도 무거웠다. 새벽 06시에 낭독을 해도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한 달 살이었고 아이들과 가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이 계셨다.


트렌드 코리아 2022에 나오는 2022년 4번째 트렌드는 '러스틱 라이프'다.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면서도 도시 생활의 여유를 부리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주말농장, 주말 캠핑 등으로 시골의 정취를 느껴보려고 하는 사람이나 가족들이 많다. 경남 함안이라는 곳은 서울 경기에서 4시간 50분이라는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시골 지역의 이야기라서 더 관심이 가지 않았을까 한다. 시골이라 버스를 놓치거나 잘못 타기가 일쑤였고 불편한 점이 하나 둘이 아니었으니 때론 재미있기도 하고 때론 화가 나기도 한 스토리에 공감한 것 같다.


세 번째는 읽고 있는 책과 스토리가 절묘하게 연결된 글의 구조가 아닐까 생각한다. 새벽 06시에 낭독 독서 모임 책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마음에 관한 책이었고 낯선 곳에 여행하면서 부딪힌 일로 당연히 마음이 상하거나 움직일 수밖에 없어서 그것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낭독 후 마음의 특징을 이야기했는데 ' 흔들리는 촛불 같다, 나를 괴롭힌다, 안 좋은 부분을 잘 본다, 조절할 수 있다.......'등이었다. 현실 여행에서 과연 아침 낭독한 부분을 잘 적용할 수 있을까? 책이 책으로만 끝나면 책이요, 책이 삶의 적용으로 활용된다면 훌륭한 선생이 된다. 다행히도 훌륭한 선생의 역할을 해주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낭독한 내용이 중심을 잡아주곤 했다. 


시원한 풍경 사진도 마음을 움직였을까요?


이 세 가지 큰 이유가 브런치 메인 화면에 오른 게 아닐까?


누구도 이야기해주지 않기 때문에 답을 알 수가 없다.


1만 뷰 조회가 된 후 함안에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낭독 클럽 김상미 대표님이 귀가하면 특강을 해달라고 한다. 나야 거절할 이유가 없다.


100여 명이 '초보 브런치 작가의 1만 뷰 달성 스토리' 무료 강의를 줌으로 참여해 주셨다. 강의 내용은 브런치 작가 된 스토리, 브런치 작가 되는 방법, 브런치 소재 찾기, 브런치 1만 뷰 달성 이유, 나의 글쓰기 연습 방법 등이었다. 초보 브런치 작가인데도 많이 참여해 주셔서 감사했다. 기존 유명한 작가보다는 막 브런치가 된 초보 작가에게 생생하게 듣고 싶기도 하고 친근감이 들어 신청하셨을 게다.


강의 후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되었다는 분,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는 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분,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분, 한 달 살이를 하고 싶다는 분들이 계셨다.


어떤 분은 강의 후 바로 기존에 썼던 글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신 분도 계시고 나의 글쓰기 방법 중 '호기심을 가지라'라는 말에 시니어 단역배우 오디션에 다녀오신 분이 계셨다. '함안까지 글 쓰러 가는데 강남에는 못 가랴'하는 심정으로 글쓰기 소재와 호기심 때문에 다녀오셨다고 한다. 강의 들으면서 '도전하라'라는 말이 자꾸 귓전에 들려서 써 놓은 글이 없는데도 브런치 작가 신청할 뻔했다고 하신 분이 계셔서 크게 웃은 적도 있다. 이런 마음을 움직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용기있게 글을 찾아 함안까지 갔기 때문이 아닐까?

수강하신 분들의 마음을 얻은 귀한 경험은 1만 조회수보다 더 큰 힘을 주셨다.


강의 4일 후에는 무료 특강을 보셨다면서 00에서 다시 특강을 해달라고 요청하셨다. 이번에는 유료로 하기로 했다. '초보 브런치 작가의 1만 뷰 달성 스토리'를 전자책으로도 준비하고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로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브런치 작가가 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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