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시인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허은실 시인이 쓴 오늘의 필사 문장을 살펴보자.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153p
책은 냄새입니다. 모든 책은 태생적으로 나무의 냄새를 지니고 있지요. 각 구운 빵이나 금방 볶은 커피가 그렇듯이 막 인쇄된 책은 특유의 신선한 냄새로 당신을 유혹합니다. 좀 오래된 책이라면 숙성된 와인의 향기가 나지요. 포도알 같은 글자들이 발효되면서 내는 시간의 맛입니다.
책은 소리입니다. 책과 책 사이를 자박이며 걷는 조용한 발소리, 사락사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 그리고 연필이 종이의 살을 스치는 소리, 그 소리는 사과 깎는 소리를 닮았습니다.
당신은 사과 한 알을 천천히 베어 먹듯이 과즙과 육질을 음미하며 한 권의 책을 맛있게 먹습니다.
-허은실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p6
소리가 들리고 향기가 나는 시입니다. 오감을 활용하는 사람은 시인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저도 전자책 '나는 오감으로 읽는 여자'를 출간했는데요. 오감으로 읽으면 아주 풍성하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오감으로 써도 풍성한 글이 될 수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