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의 아트마켓 38
결혼에 비유되곤 하는 아티스트와 갤러리의 관계. 하지만 모든 부부가 평생 해로하지는 않듯이 아티스트와 갤러리의 결합도 갈등이 불거지며 이혼 선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Photo: Ryan Dickey via Flickr/Creative Commons.
아티스트와 갤러리의 관계를 흔히들 결혼에 비유하곤 한다. 그만큼 밀접한 동반자 관계라는 의미일 것이다. 많은 갤러리들이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상호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서로가 상대방을 적으로 돌리며 소란스럽게 갈라서거나 송사를 벌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미국의 혼합 미디어 아티스트 하워디나 핀델(Howardena Pindell)은 인종문제와 차별, 폭력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다루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영국과 미국의 유명 갤러리들에 영입되며 각광받고 있는 그녀가 지난 2020년 자신의 이전 갤러리인 남디 갤러리(G. R. N'Namdi Gallery)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화제가 되었다.
Photo: Ryan Dickey via Flickr/Creative Commons.
핀델에 의하면 남디 갤러리는 20여 년 동안 그녀를 대표해 작품을 판매하면서 정확한 거래 내용과 액수, 구매인 등 중요 사항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또, 이들이 갤러리의 커미션을 제외한 작품 판매금액을 아티스트에게 늑장 지급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은 사례들도 있었으며, 심지어 특정 컬렉터와 모의해 헐값에 작품을 거래하고 다시 고가에 되팔아 이익을 챙기는 등 불법적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많은 유사 소송 중에서도 핀델의 경우가 특히 주목을 끄는 이유는 예술계에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는 유색인종 아티스트들의 차별적 대우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핀델에 의하면 남디 갤러리는 유색 아티스트들이 다른 갤러리로 이적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이용해 자사에 소속된 유색 작가들에게 자신의 사례와 비슷한 관행을 저질러 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에 걸쳐 유색인종과 여성 등 소외되었던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점차 새롭게 주목되고 각광을 받게 되면서 예술계에서도 이들의 새로운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Photo: Gordon Joy via Flickr/Creative Commons.
한편에서는 핀델의 사례를 아티스트와 갤러리의 힘의 균형관계에 초점을 두고 바라보기도 한다. 신인 작가 또는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이 갤러리와 함께 일을 하게 될 때는 상대적으로 갤러리 측에 유리하도록 관계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작가가 명성을 얻게 되면, 점차 자신에게 불리했던 관계를 벗어나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피력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갈등을 겪는 아티스트와 갤러리의 사례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대부분의 갤러리들은 결혼과 같은 파트너 관계를 강조하며 계약서 없이 아티스트들과의 구두 약속만으로 일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 사이의 크고 작은 분쟁들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대다수 갤러리들이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을 시작하며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인 작가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은 계약 당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아트 마켓의 활성화 등의 변수들로 인해 아트 마켓의 역학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티스트와 갤러리의 관계 역시 구조적인 면에서 변화를 맞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이어 이야기하기로 한다.